나의 두 번째 꿈을 찾아 나선다
"내 책상을 다시 가져야겠어."
친정집에 맡겨놨던 우리 짐을 정리하다 눈에 익은 낡은 책상을 발견했다. 결혼 후 첫 아파트를 구입하고 서재 방 용으로 직접 주문 제작한 가로 150cm 길이의 대형 책상이다. 흰색 MDF상판에 사각 철제 사각 다리가 든든하게 버티고 있다. 20년이 지난 지금 봐도 색이 좀 누레지고 다리가 살짝 부식된 걸 제외하면 여전히 투박한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이 책상 상태가 현재의 내 모습과 오버랩되었을까? 이 녀석과 함께 '나만의 공간'을 꾸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창 시절, 중고등학교 내내 언니와 한방을 썼다. 엄마는 자매 간 서로의 독립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큰 책장을 사이에 두고 언니와 내 책상이 마주하도록 배치해 주셨다. 방에 들어오면 오른쪽은 언니 공간, 왼쪽은 내 공간으로 나뉘었다. 엄마의 기지 덕에 우리는 각자의 책상에 앉으면 서로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나만의 공간'을 누릴 수 있었다. 나는 이 공간에서 공부도 하고, 일기도 쓰며 나의 꿈을 찾아갈 수 있었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흐른 지금, 새삼스럽지만 다시 나만의 공간을 꿈꾸게 된 것이다.
결혼 후 아이가 생기고 우리 집 구조는 항상 안방, 아이방, 서재, 그리고 주방과 거실의 전형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워킹맘으로 항상 바빴던 나는 집에 돌아오면 거실과 식탁에서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아이가 잠 들고나면 마침내 식탁에 앉아 못다 한 일을 처리하곤 했다.
나만의 공간을 갖고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던가?
세월이 흘러 어느새 아이는 독립했고, 집에는 남편과 나 단 둘이 남았다. 방 하나를 온전히 나만의 공간으로 꾸미는 것은 어쩌면 아무 일도 아니었다. 우연히 마주한 오래된 책상 덕에 이 계획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비워둔 방 하나를 나만의 공간으로 변신시키기로 한다. 남편의 꼼꼼한 손길을 빌어 흰색 시트지로 환복 한 낡은 대형 책상이 나의 새로운 공간 중심부에 자리 잡았다. 크기가 넉넉하다 보니 노트북과 연결할 모니터를 올려놓고도 여분이 많았다. 메모판에 형형색색 포스트잇을 붙이고, 휴대가 간편한 무선 스피커도 설치했다. 칸이 넓어 맘에 드는 탁상형 캘린더도 하나 세운다. 오래 앉아있어도 허리가 아프지 않을 편안해 보이는 의자도 들였다.
"우와, 내 방이 생겼다!"
오랜만에 느껴보든 희열이다. 원하는 대로 꾸며진 내 공간이 너무 맘에 들어 한참 동안 이곳에 머물렀다. 사무실이 아닌 내 집에 나만의 독립된 공간을 갖게 된 것이 이렇게 흥분되는 일이었구나!
이제부터 이곳에서 책도 읽고,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며 나의 두 번째 꿈을 찾아 나설 계획이다. 새롭게 단장한 ‘나만의 공간’에서 갖는 첫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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