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 한 권을 추가하며
나의 기록 습관은 초등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등학교 6학년 생일날 친구로부터 핑크색 하드커버에 작은 열쇠가 달린 일기장을 선물로 받았다. 사춘기가 시작될 무렵이라 크고 작은 비밀 이야기를 간직하고 싶을 때였다.
손바닥만 한 작은 지면에 어떤 글을 쓰더라도 일기장 앞 뒤 겉면을 금장의 작은 열쇠로 잠그고 나면 그 속에 적힌 내용이 밖으로 절대 새나가지 않는 절대 비밀이 보장되는 것 같았다.
이때부터 이 일기장에 친구 관계, 부모님에 대한 불만, 이성에 대한 호기심, 장래희망 등 나의 모든 이야기를 쏟아 넣었다.
첫 일기장이 다 채워질 무렵, 나는 마지막 속지에 에필로그를 남긴 후, 눈물의 이별식을 가졌다. 그리고 내 맘에 쏙 드는 두 번째 일기장을 사기 위해 조금씩 모아둔 용돈을 털었던 기억이 난다.
나의 성장과 함께 나만의 일기장이 하나씩 추가됐다. 일기장이 한 권씩 완성될 때마다 내 꿈을 향한 계단도 한 단계씩 올라갔다.
중고등학교 때는 대부분 입시에 대한 스트레스와 성적에 관한 고민이 주를 이뤘고, 대학생이 된 후부터는 정치, 사회, 철학 등 보다 형이상학적인 고민, 그리고 연애에 관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이어 취업과 결혼, 육아 등 시시콜콜한 개인 이야기는 물론, 내 전문성에 대한 고찰, 더 나아가 인생을 조망하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그동안 쌓여온 나만의 일기장 꾸러미는 나의 자서전이며, 성장과 좌절, 성찰 및 회한 등 내 인생의 희로애락을 모두 품은 소중한 기록물이다.
오늘도 나는 한 권의 무게를 조심스레 더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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