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스마일이란
어릴 적 옆집 아줌마는 나를 항상 ‘미스 스마일’이라고 부르셨다. 언제 봐도 잘 웃는 모습이 예쁘다고 붙여주신 별명이다. 수줍음이 많았지만 호기심도 그에 못지않았던 미스 스마일은 쑥스러울 때도 웃고, 작은 일에도 기뻐하며 웃고, 칭찬을 받으면 함박웃음을 지을 줄 아는 해맑은 아이였다.
미스 스마일은 질풍노도의 사춘기와 개인적, 사회적 고민이 많았던 대학 시절을 보내며 그 순수했던 미소에 점차 삶의 무게를 더해간다. 성인이 된 후에도 '웃는 모습이 예쁘다'는 말을 종종 들었다. 하지만 이때 웃음은 미스 스마일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홍보 담당자로 근무할 때 일이다. 기자간담회가 끝나고 다 같이 식사를 하는데 한 기자가 "웃음이 가식적이시네요"라고 말을 건넨다. 나는 "네? 기자님, 무슨 뜻이신가요?"라고 되물었다. "한쪽 입 끝이 올라가 있어요. 웃긴 웃는데 진정성이 떨어진단 거죠." 심리학을 전공했다는 그 기자는 내 웃음에 대한 자기 나름의 해석을 곁들이며, "뭐 업무상 그러실 수밖에 없다는 거 압니다"하고 갑자기 훅 들어온다. 솔직히 기분이 그다지 좋지는 않았지만 그날읊 계기로 웃는 모습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사람들은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이 동시에 존재할 때 입이 비뚤어진 웃음을 짓는다고 한다. 상황이 웃기지만 동시에 불편할 때, 또는 냉소적이거나 비판적인 태도를 보일 때, 아예 불안하거나 긴장될 때 가식적인 웃음이 나온다는 것이다. 거짓된 감정을 표현할 때도 내면의 갈등이나 불편함으로 인해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과의 접점에 있는 직업군에 있다 보니 내 웃음은 인간관계의 주요 수단이 되었다. 이런저런 삶의 경험치가 하나 둘 쌓이면서 웃음의 색깔에도 다양한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제야 네가 예전 대학생 때 웃는 모습이 나오네?"
딸아이 대학 합격 소식을 듣고 입이 귀에 걸린 내게 남편이 한 말이다. 아이가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을 때 그동안 수험생의 엄마로서 겪어온 맘고생이 단번에 해소되며 맘껏 웃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요즘 어릴 적 사진을 꺼내보고 지난날들을 돌아보며 나도 모르게 스마일이 된 자신을 발견한다. 기록 속에 갇혀있던 다양한 모습을 소환하고 인생을 반추하며 생긴 새로운 미소다.
그동안 여러 삶의 여정을 거쳐오며 나의 별명은 '웃음'과 관련되어 있었다. 어릴 적 순수했던 '미스 스마일'에서 이제는 여유롭고 진실된 미소로 오늘을 즐기고 다가올 날들을 마주할 수 있는 '미시즈 스마일'로 거듭나기를 소망해 본다.
”오늘도 스마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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