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言: 현실적 조언

지나온 날과 나아갈 길을 찾아가는 열쇠

by 열음

"너는 글을 쓸 때 가장 빛이나. 다시 글을 써보는 게 어때?"


귀국 후 어떤 길을 가야 하나 고민하는 내게 남편이 건넨 현실적 조언이다.




나의 글쓰기 경험은 대학 2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느 날 학생회관 앞에 붙어있는 큰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교지편집위원 모집!' 어쩌면 그 아래 깨알 같은 글씨로 적힌 '장학금 제공'이란 문구가 더 크게 와닿았는지도 모른다. 외부에서 독서토론 동아리에 참여하고 있긴 했지만 이공계 전공자로서 학교를 대표하는 교지의 편집자로 활동한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 이거다!'


학생기자로 활동하며 부모님께 등록금 부담도 덜어드릴 수 있다면 일석이조겠다 싶었다. 당장 지원서를 내고 운 좋게 편집위원으로 선발됐다. 이때부터 나는 '글'과 '언어'의 매력에 서서히 빠져들게 된다.




편집위원 경험을 토대로 졸업 후 잡지사 기자로서 첫 발을 내딛게 되었고, 다시 기업 홍보담당자로 활동하게 됐다. 그 대상과 형식을 다르나 '글'을 이용해 밥벌이를 하게 된 것이다. 미국으로 건너간 후에는 오랫동안 '글'을 손에서 놓고 지내야 했다. 물론 영어 공부도 하고, 외국인에게 한글을 가르치기도 했지만 막상 내 이름을 걸고 글을 쓸 기회는 없었다. 그 흔한 SNS도 지극히 개인 기록용으로 사진 중심의 글을 짧게 남겼을 뿐 막상 글다운 글을 완성하지는 못했다.


귀국 후 미국에서의 기록을 하나둘씩 모아보던 차에 남편이 무심코 건넨 글쓰기에 대한 조언이 와닿았다. 하지만 막상 글쓰기를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하나 막막하기만 했다. 그러던 중 '브런치'를 발견했고 감사하게 작가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남편은 "역시 너 스스로 방법을 찾을 줄 알았어. 콩떡같이 말했는데 찰떡같이 알아듣네?"라며 나의 글쓰기 도전을 축하해 준다.




"조언은 강요가 아니라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남편의 조언 덕에 시작한 글쓰기 도전이 귀국 후 다시 우리 사회에 적응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몸의 근육을 키워가듯 매일매일 조금씩 글을 쓰며 지나온 날을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아가는 중이다.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중> 매거진은 매일매일 저의 다양한 기억을 소환해 보려는 시도입니다. 이 과정에서 잊고 있던 소중한 추억과 행복했던 기억, 제 곁을 지켜준 사람들을 떠올려 보려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이나 공감하는 내용이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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