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家: 아름다운 추억

이별이란 만남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다

by 열음

인천공항이 떠들썩하다. 가족들과 이별의 순간이 찾아왔다. 인원 동원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우리 가족, 나의 출국을 위해 온 가족이 배웅에 나섰다.




"아빠, 1년이니까 금방이에요. 저희 다녀올 동안 꼭 건강 회복하셔야 해요." 아침 일찍 친정에 들러 몸이 편찮으신 아빠와 먼저 작별을 했다. "1년이 될지 그 이상이 될지 그건 가봐야 아는 거지…. 건강하게 잘 지내다 오너라. 여기 걱정은 하지 말고." 미국행을 반대하시던 아빠도 이날만큼은 애써 웃는 낯으로 배웅해 주신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까지 함께 하시던 아빠의 눈이 몹시 슬퍼 보였다. 마치 우리가 오늘 떠나면 아빠 살아생전에 다시 못 돌아올 거라는 걸 미리 알고 계셨던 것처럼….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출국 수속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짐 무게 초과로 가방을 하나 더 구입하고 환전하러 뛰어다니고 이런저런 일을 처리하다 보니 어느새 헤어질 시간이 다 되었다. 다들 나와준 보람도 없이 시간에 쫓겨 헐레벌떡 인사를 나눈다.


어쩜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과 이별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 일부러 동분서주하며 시간을 다 소모했는지도 모른다.


"엄마, 다녀올게!"


눈물 하면 단연 최고봉이신 우리 엄마, 덕분에 나도 그 유전자를 받았다. 마지막 인사를 나눌 겨를도 없이 눈이 퉁퉁 붓도록 함께 울고 말았다.


눈물을 꾹꾹 참느라 안경 안이 뿌옇게 된 우리 언니,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대성통곡을 했던 네 살 이쁜 조카까지 한 명 한 명과 아쉬운 작별을 했다.


덩치만 산만 하지 마음이 너무도 여린 남동생의 눈시울도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날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은 민망하지만 마치 우리 가족의 인간극장 촬영장 같았다.




이렇게 나는 가족들의 따뜻한 배웅을 뒤로한 채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15년 전 어느 여름날의 이별 광경이다. 1년을 예정했던 이별이 15년이 걸릴지는 이때까지 아무도 몰랐다.


그 사이 아빠가 떠나셨고 가족들과의 짧은 만남과 이별이 몇 차례 계속됐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아름다운 이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름다운 추억은 남을 수 있다"라고 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의 순간은 고통스럽고 힘든 경험이지만 동시에 그동안 얼마나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해 왔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순간이다.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중> 매거진은 매일매일 저의 다양한 기억을 소환해 보려는 시도입니다. 이 과정에서 잊고 있던 소중한 추억과 행복했던 기억, 제 곁을 지켜준 사람들을 떠올려 보려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이나 공감하는 내용이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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