友: 친구의 의미

진정한 인간관계는 무엇일까?

by 열음

새롭게 변신한 선배를 만났다. 전 회사 사수이자 20년 가까이 한 회사에 몸 바쳐 온 분이다. 온실을 벗어난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웠는데 그건 나의 지나친 기우였나 보다.


드라이하기 그지없는 IT 업계를 떠나 전혀 새로운 분야에서 그녀 특유의 마케팅 기질을 발휘하고 있었다. 60에 접어든 결코 젊지 않은 나이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단 말이 생각났다.




"너는 앞과 뒤가 똑같아." 10여 년 만에 마주한 내게 선배는 대뜸 이렇게 말한다. 언제 봐도 그 모습 그대로이고 뒤로 숨기거나 의도한 게 없다는 것이다.


나를 오랫동안 알고 지낸 선배의 이 같은 평가가 싫지는 않았다. 동시에 내가 진짜 이 선배에게 앞뒤 다름없이 진심으로 대했든가 하는 자기반성을 하게 했다.


10여 년 해외살이 하는 동안 선배 소식이 궁금하긴 했지만, 막상 한 번도 연락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선배는 내 생각을 읽은 듯이 "오랜만에 만나도 한결같아 좋다고! 필요할 때만 연락하고 숨어버리는 녀석들보다 나아. 귀국해 자리 잡히면 연락할 줄 알고 있었어"하고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가끔은 필요에 의해, 때론 같은 건물에 있다는 이유로, 더러는 동문이나 지역 연고가 있다는 연으로 무심코 이런저런 만남을 가졌고 그 기준으로 사람들을 평가한 것 같아. 하지만 막상 나를 감싸고 있던 옷을 벗어던져 버리고 나니 진정으로 내 사람들이 누군지 알게 되더라"라며 30년 회사 생활을 정리한 후 느낀 점을 털어놨다.




나이가 차고, 경륜이 쌓이면서 때로는 불필요한 인간관계의 끈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각자의 옥석을 가려내기 위한 평가의 잣대는 누구나 다를 것이다.


하지만 내 기준은 확실하다. 자주 만나지 않더라도 한결같고, 내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있건 서로의 안부를 진심으로 물어주는 친구면 된다.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중> 매거진은 매일매일 저의 다양한 기억을 소환해 보려는 시도입니다. 이 과정에서 잊고 있던 소중한 추억과 행복했던 기억, 제 곁을 지켜준 사람들을 떠올려 보려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이나 공감하는 내용이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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