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寶: 나의 소중한 보물

나만의 추억을 소환해 줄 수집벽

by 열음

내게는 지난 30년간 꾸준히 모아 온 보물이 있다.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지만 나의 지나온 추억과 수많은 이야기들이 조각조각에 숨어있다.




첫 출장지였던 뉴올리언스의 트럼펫 연주자가 아련히 보이고, 신혼여행지 사이판의 화려했던 대형 크루즈가 떠오른다.


10여 년간 살아온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옆 크리시필드(Crissy Field)는 지금도 그립고, 밴프에서 만난 불곰의 형상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아이와 둘이 엄청나게 긴 인파를 뚫고 입성했던 베르사유 궁전의 강렬한 첫인상과, 한여름 뜨거운 태양아래 마주했던 알람브라궁전의 묘한 매력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생각나지는 않지만 내가 방문하고 머물렀던, 때로는 잠시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그곳의 기념 자석을 하나씩 모으기 시작했다. 직업 특성상 해외 출장이 많기도 했고, 오랫동안 해외살이를 하다 온 터라 지금껏 내가 발을 디뎠던 나라와 지역을 모두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나의 자석들은 그동안 지나온 나의 발자취를 하나씩 기억하는 추억의 버튼이며, 경제적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보물이다.




무언가를 수집한다는 것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다리라고 한다. 여행 당시 경험한 다양한 기억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흐릿해져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의 보물들을 하나씩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때 그 순간에 느꼈던 감정들이 선명하게 살아난다.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던 레이크 루이스의 터코이즈 색 호수 한 조각, 기차역이 미술관으로 변신한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서 데려온 모네 작품 한 조각, 멕시코 시장 뒷골목에서 꼭 사야만 무사히 보내줄 것 같아 구입한 바닷가재 한 조각 등…. 이 다양한 조각들 하나하나에 숨겨진 은밀한 이야기들을 나는 모두 알고 있다.


처음에 냉장고 한편을 차지했던 몇 개 안 되던 보물들은 점차 별도의 자석 판으로 세를 넓혔고, 지금은 거실 한구석 벽면에 당당히 걸려있다. 이미 이 판은 빈틈이 없이 꽉 차버려 추가로 데려온 조각들이 갈 길을 잃고 대기 중이다. 다음에 이사할 땐 아예 한쪽 벽 전체를 모두 자석 판으로 꾸며보면 어떨까 싶다.




독일의 철학가 괴테는 "수집은 끝이 없는 여행이며, 진정한 수집가는 결코 만족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나의 자석 모으기 수집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나의 여행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새로운 곳의 추억을 담아갈 보물을 찾아 계속 헤맬 것이기 때문이다.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중> 매거진은 매일매일 저의 다양한 기억을 소환해 보려는 시도입니다. 이 과정에서 잊고 있던 소중한 추억과 행복했던 기억, 제 곁을 지켜준 사람들을 떠올려 보려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이나 공감하는 내용이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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