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할 권리
나는 언제 '용서' 했었지?
생각해보니, 누군가를 지독히도 미워하는 마음을 품다가 그 '미움'이 '고마움'으로 변할 때 나는 '그 사람'을 비로소 용서했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증오의 마음도 곧 그 사람을 놓지 못한다는 방증이었다. 미움을 놓지 못하는 마음은 꽤 오랫동안 나를 괴롭혔다. 내 머릿속과 마음속에서 계속 끊어내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내 마음에서 미움의 감정이 서서히 무뎌질 때쯤 내게 그런 경험을 하게 해 주어서, 내게 교훈을 얻게 해 주어서 문득 고맙다 생각이 들었다. '네가 아니었다면 내 마음을 들여다볼 이런 경험을 못했을 텐데, 고맙다.' 속삭였다.
이런 마음이 들기 전까지 미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증오가 되었고, 왜 내게 이런 고통을 주느냐 원망을 하기도 했다. 결국, 그 모든 감정의 굴레는 조금씩 나를 갉아먹을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해 주었다. 이런 깨달음을 얻으면서 '고마움'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어쩌다 무뎌진 증오로, 어쩌다 하게 된 용서로써 난 감정 제어를 잘할 수 있게 되었고, 관계를 정리할 때도 덤덤하게 상대를 보낼 줄 아는 대담함까지 생겼다.
내가 겪어낸 그 용서로 많은 것을 얻게 된 셈이다. 따라서, 용서는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닌 '나'를 위해 시작해야 한다.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것과 그 미움의 감정을 벗어던질 용기, 그것이 용서의 시작이다. 나를 위한 연민으로 나를 좀 더 다독여주고, 상대를 미워했음을 인정하며 그런 상황에 갇혀있던 나를 용서하자. 미움보단 고마움으로, 증오보단 감사함으로.
그대에게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있거든,
그가 누구이든 그것을 잊어버리고 용서하라.
그때 그대는 용서한다는 행복을 알 것이다.
우리에게는 남을 책망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
-톨스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