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주는 숨 고르기의 의미

달빛 아래에서 숨을 고르다

by 삶N

가을이 깊어질수록 호흡이 달라진다. 여름의 뜨거운 기운이 가라앉고, 선선한 바람이 스며들면 몸은 저절로 긴장을 풀고, 숨은 조금 더 느긋해진다. 특히 추석 무렵이면 늘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멈추어 서게 된다. 달빛이 밝게 내려앉는 밤, 고요히 들숨과 날숨을 바라보면, 호흡 하나에도 삶이 새겨져 있음을 느낀다.


숨은 단순한 생리적 과정이 아니다. 들이마시고 내쉬는 그 반복 속에는 우리의 감정과 하루의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기쁠 때는 가벼워지고, 불안할 때는 거칠어지며, 지칠 때는 가느다란 신호로만 남기도 한다. 평온한 순간의 호흡은 마치 잔잔한 호수 위에 이는 물결처럼 맑고 고요하다. 우리는 늘 호흡과 함께 살아왔지만, 정작 그 소중함을 놓치며 살아가곤 한다.


추석은 그래서 ‘숨 고르기’와 닮아 있다. 멈추어 서서 다시 내 숨을 바라보는 시간. 오랜만에 마주하는 가족의 얼굴, 함께 나누는 웃음과 음식, 그리고 고향의 공기 속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호흡을 고른다. 잠시 잊었던 나를 되찾는 순간, 들숨과 날숨은 새로운 무늬를 남긴다.


돌아보면, 한 해 동안의 호흡은 고르고 단정하지 않았다. 때로는 가파르고, 때로는 엉켜 있었으며, 때로는 길게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 모든 결이 모여 올해의 무늬를 만들었다. 완벽하게 짜인 무늬가 아니더라도, 그 속에는 내가 살아낸 흔적과 시간이 스며 있다. 불완전함 속에서도 아름다움은 존재한다.


추석을 맞아 다시 다짐해 본다. 더 많은 성취를 좇으며 숨 가쁘게 달려가기보다, 잠시 멈추어 서서 내 호흡의 리듬을 따라가며 하루를 살아가자고. 완벽한 무늬를 짜내려 애쓰기보다, 때로는 비뚤어진 결도 내 삶의 일부로 품으며 살아가자고. 한 올 한 올 쌓이는 숨결이 결국 나를 가장 온전히 닮아 있게 할 테니까.


달빛이 환히 비추는 추석밤, 나는 바란다. 당신의 숨결도 따뜻하고 평안하기를. 올해 남긴 무늬가 고르고 단정하지 않더라도, 그것은 분명 소중하고 아름다운 삶의 흔적일 것이다. 비어 있는 곳이 있다면 달빛이 은은히 채워줄 것이고, 넘쳐흐른 결은 시간 속에서 부드럽게 다듬어질 것이다.


그리고 내일, 새로운 숨이 이어질 것이다. 그 숨 위에 또 다른 무늬가 시작될 것이다. 그 무늬가 전과 다르고, 낯설지라도 결국은 당신만의 고유한 빛깔이 될 것이다. 서툴러도 괜찮고, 불완전해도 좋다. 삶은 언제나 불완전한 숨으로 이어져 왔고, 그 불완전함이야말로 우리를 가장 인간답게 만들기 때문이다.


풍요로운 한가위, 당신의 삶에도 맑고 단단한 숨결이 길게 이어지길 바란다. 그리고 그 호흡 위에, 더 넓고 더 따뜻한 내일이 차곡차곡 짜여 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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