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떤 일을 했고 누구를 만났고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당신이 알아요? 여기서 10분 정도 볼까 말까 있었는데 저에 대해 그렇게 잘 아세요? "
"너 하고픈 거 해"
오늘 아침 출근길, 글을 읽다가 마주친 이 영화의 한 장면.
그리고 잠시 멈췄다.
'넌 지금, 너 하고 싶은 거 하며 살고 있니?'
가슴이 다시 먹먹해졌다.
몇 년 전 일이다. 내가 나를 놓아버리고 남들이 내게 어울리는 감투를 씌워 놓은 곳으로 그렇게 꼭두각시놀이를 하면서 살던 때 이 영화를 혼자 보러 갔었다. 평일 낮시간이었기에 사람도 별로 없었고, 주부들이 많았었다.
영화를 보기 전에 평가를 봤을 땐 많은 사람들이 기혼 여성들이 공감하고, 많이 울다 나온다고 휴지를 준비하라던 정보를 보고 들어갔다. 나는 미혼 여성이었지만 휴지가 제대로 필요할 것 같아 한 통을 들고 들어갔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 가슴이 먹먹했고 답답했고 정신이 나갔었다. 그리고 펑펑 우는 나를 마주하고 나오는 길에 깨달았다.
많은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열심히만 살았지 나를 챙기지 못한 결과 저 주인공이나 나나 둘 다 병들었구나. 이 시대를 사는 많은 여성들이 자신을 챙기면서 사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 들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난 오늘, 나는 또 다른 곳에서 나를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그날 이후로, 나는 많은 생각과 결심으로 많은 것을 가지치기하였고 아직도 나를 찾아가는 중이다. 그러나, 다시 마주한 그날의 나와 얼마나 달라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