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우연은 운명을 결정짓곤한다

프롤로그 : 운명의 시작

by 삶은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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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입버릇처럼, "서른 살이 되면 죽을 거야. 늙고 초라 할 때 까지 살고 싶지 않아."라고 말하곤 했다.


스물아홉의 일 월_ 유두에서 투명한 분비물이 나왔다.

그리고 몇 달 뒤에는 불투명한 분비물이 나오고 이어 몇 달 뒤 피가 나왔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유방암의 초기 증상 중 하나라고 나왔고, 혹시?라는 무서운 생각에 병원에 갈 용기조차 나지 않았다.


입버릇처럼 내가 서른 살에 죽고 싶다고 말을 해서 이렇게 된 걸까?

이건 신이 내게 주는 벌일까? 아님 오랜 소원을 들어주신 걸까?

일 년 후면 나는 서른인데, 나는 서른 이후에도 정말 살고싶은 걸까,?


먹구름 같은 우울한 생각이 내 마음을 잠식하였다.


스무 살 때는, 서른까지 살면 충분히 인생을 살아볼 거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서른이 코앞으로 다가오니, 나는 아직도 해보지 못한 게 많고,

불 완전한 마음은 스무 살의 내 모습과 다를 바가 없다.


오히려 열정 가득했던, 패기와 용기는 사라지고,

어떤 일을 시작할 때는, 걱정과 두려움이 앞서게 되었다

무모함보다는 안정감이라는 단어에 더 무게를 두었으며

어느 덧 부모님은 더 늙고 약해지셔서, 점차 곁에 자식들이 필요한 나이가 되었다.


나는 정말 서른 살 이후에도 살고 싶을까? 라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나에게는 늘 나를 따라다니는 숙제가 하나 있었다.


4.3kg로 태어나 항상 남들보다 앞서가는 몸무게, 사이즈, 숫자에 갇혀 살곤 했다.

그 숫자들은 때로는 나를 작게 만들기도, 숨고싶게 만들기도 하였고, 때론 스스로를 부끄럽게 만들기도 했다.

살은 나에게는 떼어놓을 수 없는 하나의 숙제였다.

어릴 때 어른들은 내게, 어른이 되면 다 빠진다고 하였지만, 어른이 되어보니 늘면 더 늘지, 자연스럽게 살이 빠지는 건 아니었다.

스무 살이 되어도 나는 그 숫자에 갇혀 살았고 , 우연히 “다이어트 워 5”라는 방송 참가자 모집 광고를 보고 본능적으로 지원하게 되었다.


고등학생 때, 나는 내 친구들에게 "나도 나중에 숀리랑 운동할 거야." 라고 농담처럼 말하곤 했는데

그 때문이었을까? 몇번의 인터뷰 후에 기적처럼 방송 참가자로 뽑혀 숀리는 아니지만 유능한 트레이너 선생님들과 합숙 생활을 하며 3개월 후 어릴때부터 고통받던 살을 드디어 빼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살을 빼면 인생이 달라진 다곤 한다.


살을 빼서 였을까? 방송 출연 덕분이었을까? 정말 내 인생이 달라졌다.

잡지 인터뷰뿐만아니라, 길을 걸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알아봐 주고, 늘 응원해주며 대단하다고 칭찬해 주었으며 네이버에 이름을 검색하면, 프로필이 뜨는 걸 보면서 마치 연예인이 된 것 처럼,

나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 때의 나는 무엇이든 다 잘 될 것 같았고, 난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을 거라는 열정과 나에 대한 자신감 뿐이었다.


방송이 끝난 후 함께 동고동락하며 살을 뺐던 팀원들과 트레이너 선생님들과 1박 2일로 여행을 갔는데,

여행을 가서 그동안 먹고 싶었던 음식들을 단 시간에 많이 먹어서 그런지 일주일 후에 8kg가 쪄버렸다.

"이렇게 먹다 보면 다시 돌아 갈 거야!!" 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날 부터 일반식이 아닌 무염식과 고구마/닭 가슴살/두부/양배추 위주로 나만의 다이어트 식단을 하게 되었다. 가능한 아침 2시간 저녁 2시간 운동을 하고 최대한 일상에서 많이 걷고 운동을 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그 해 겨울에는 옷 가게에서 44사이즈/ xs 사이즈를 입을 수 있을 정도로 살이 빠졌고,


나는 나에게 주는 선물로, 그 겨울 유럽 여행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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