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없지만 열정은 가득합니다

여행의 시작, 베이징

by 삶은여행

방송이 끝난 후, 다음 학기의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일을 시작했고,

집 - 헬스장 - 일 - 집,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류시형 님의 "26EURO" 라는 책을 읽고,

단 돈 26유로와, 편도 행 비행기 티켓만 사서 219일간 여행을 떠난 그의 이야기에,

그도 해냈는데,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마음이 두근대기 시작했다.

연 이어, 손미나 님의 "스페인, 너는 자유다"라는 책을 읽고,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다음 학기 학비로 모아 놓은 삼백만 원을 가지고 여행을 가기로 결심했다.


어느 나라로 갈까, 고민하다 무작정 파리행 비행기 티켓을 구매했다.

겨울 방학 기간이라 그런지 저렴한 표는 이미 매진이 돼서, 백만 원을 넘게 주고 비행기 티켓을 사니 여행경비는 이백만 원이 채 남지 않았다.

거기에 배낭 구입 및 여행자 보험을 가입하고, 여권 발급, 유스호스텔증이나 국제학생증 카드 발급 및 유레일패스 구입 등 부수적인 것들을 준비하니 여행 경비는 백만 원이 조금 넘게 남았다.

그래, 류시형 님도 26유로 가지고 떠났는데 나도 할 수 있어! 라고 위안을 삼으며, 공항으로 향했다.


집이 인천이어서 공항과 멀지 않아, 여유를 부렸더니 공항에 도착하니 곧 탑승수속이 마감된다는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승무원의 도움으로 바로 탑승수속을 하는데, 갑자기 "에어 차이나 북경행 탑승수속이 마감되었습니다." 라고 안내 방송이 나오는거 아닌가? 시작부터 끝인 건가, 라는 마음으로 걱정하는데

승무원 분께서 "5분만 늦었어도 탑승수속 마감해서 비행기 못 탈뻔 했어요 ~ 그리고 비즈니스 석으로 승급해드렸어요. 빨리 게이트 찾아가세요." 라는 거 아닌가, 시작이 좋다.


그렇게 짧은 비행을 마치고 비행기는 북경에 도착했다.

중국 항공사를 이용해서, 경유로 북경을 여행하게 되었는데,

당시 블로그 이웃이던 인희 언니가 먼저 자기 집에서 지내는 건 어떠냐고 먼저 이야기 해줘서,

북경에서는 언니 집에서 지낼 수 있었다.

언니는 프랑스인 남편과 결혼에 중국에서 살고 있었는데, 언니의 배려 덕분에 중국 여행도,

앞으로의 유럽 여행도 함께 계획하며 정말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언니가 퇴근을 할 때, 같이 왕징 역에서 만나 집에 가기로 하였는데 언니를 만나기 전까지는 뭘 하지?라고

생각하다 798이라는, 예술 특화지구에 가기로 결심했다.

짐을 기다리며, 옆에 보이는 한국인에게

중국어를 하실 줄 아냐고 물어보니, 798에 가려고 하는데 798을 어떻게 말하는지 어떻게 가야하는지 아시냐고 물어보니, 그 쪽 가는 길인데 가다가 내려주신다고 선뜻 먼저 말씀해주셔서 택시를 얻어타게 되었다.

그 분과 이야기를 하다보니 798은, 갤러리와 카페가 많아 혼자가면 할게 별로 없어,

왕징 화리엔 백화점 앞에서 내려줄테니깐, 거기서 놀다가 언니를 만나라고 조언해주었고,

나는 계획도 정보도 없어 그분의 조언을 따르기로 하였다.


그 분은 백화점에서 왕징역까지 어떻게 가면 되는지 알려주고, 백화점 앞에 날 내려주시고 떠나셨다.

백화점과 근처 시장 그리고 마트를 구경하다 보니, 언니와 약속한 시간이 다 되어 언니를 만나 언니의 집에 도착했다.


많은 사람들의 도움 덕에 낯선 곳에서의 오늘 하루가 무사히 지나갔다.


IMG_0257.JPG

(어떤 숙소보다도 더 편하게 머 문, 감사한 인희 언니네 집에서)


어제의 하루에 모든 운을 다 썼던 걸까?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을 사용했는데 변기가 막혔다. 언니는 주무시고 계셔서 혼자 열심히 변기를 뚫고,

다행히 언니가 깨어나기 전에 모든 사건이 마무리되었다.


IMG_0182.JPG

씻고 준비한 뒤 언니의 출근시간에 맞춰서 같이 나와 한족 문화의 거리인 치엔문부터 천안문 광장을 지나 자금성까지 여행하게 되었는데, 난 자금성이 세계에서 가장 큰 고대 건축물이었다는 걸 몰랐다.

봐도 봐도 끝은 없고, 날은 춥고 거기다 점심에 먹은 게 체라도 했는지 속은 너무 안 좋고 컨디션이 최악이었다.

어느 정도 고궁을 둘러봤으니 이제 다른 곳으로 가서 쉬려고 하는데, 다시 돌아가려 해도 출구가 안 보인다.

울며 겨자 먹기로 온 길을 돼 돌아가 겨우 출구를 찾아 쉰 다음 왕푸징이라는 한국의 명동과 같은 곳에 방문하니, 컨디션이 좀 나아졌다.

컨디션이 좋아져 다시 천안문 쪽으로 가니 또 다시 컨디션이 안 좋아져서, 가볍게 둘러보고 인희언니와 만나 언니의 집으로 돌아왔다.


언니는 몸이 안좋은 날 보고, 효린 속이 많이 안 좋으면 오바이트 해도 괜찮아! 라고 말해주었고

언니의 말을 듣자마자, 오바이트가 올라와서 토하고 소화제 먹고 쉬니 다음날은 좀 괜찮아졌다.


어제는, 너무 무리하게 일정에 욕심을 낸 것 같아, 오늘은 여유롭게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언니도 앞으로 한 달간 유럽여행을 하기 위해선, 중국에서는 더 무리하지 말고 쉬면서 몸도 회복하고 유럽 여행을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해 줘서 오전에는 푹 쉬고 언니가 추천해 주신 오후에는 후통과 스차하이에 가기로 했다.


거리마다 예쁜 후통을 둘러보고, 스차하이에 가고 있는데 인력거 아저씨가 나에게 접근하는 게 아닌가?

본인을 어필하시며 180元이라 하시더니, 흥정하다보니 60元까지 내려갔다.

탈 생각이 없었지만 요금도 비싸지 않고 또한, 하나의 문화체험이라 생각하고 아저씨와 함께 인력거 투어를 하게 되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시세가 20元 이었지만, 아저씨의 친절한 설명에 돈이 아깝지 않았다.

IMG_0324.JPG
IMG_0326.JPG

(인력거 투어 중 별도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던 전통 집에서)


그렇게 스차하이를 구경하고, 난뤄루샹에 도착해 추위를 녹이고자 카페에 가서 합석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우연히 합석을 하게 된 친구가, 한국 문화를 좋아해서 한국어를 독학으로 공부를 해서 수준급의 한국어를 구사하는 게 아닌가, 함께 이야기도 하고 메일 주소도 교환하고 사진도 찍고,

혼자 하는 여행이지만, 여행 중 우연히 만나는 여러 사람들로 채워져서 외롭지 않았다.

이후 798에 가서 둘러보다가 언니와 만나는 시간이 다 되어 택시를 잡는데 택시가 없는 거다.

그때 한 택시가 창문을 열더니, 어디에 가냐 물었고 합승을 제안했다.

나는 시간이 얼마 없어 급해서 택시를 탔는데, 중국어를 못해서 잘 모르지만 먼저 타있던 사람들과 목적지가 다른 건지 먼저 타 있던 사람은 왜 나를태웠냐 라는 식으로 기사랑 대화하며 싸우다 내려버렸다.

그리곤 갑자기 기사가 내게 내리라고 하더니, 다시 그 사람들을 태우러 가고, 나는 시간이 없어서 불법 택시를 타게 됐는데 올때 탔던 택시보다 요금을 0.8배는 달라는 게 아닌가.. 다시 내려 겨우 일반 택시를 타고 늦게 언니의 회사로 갔는데, 다행히 언니도 회의가 늦게 끝나서 집에 잘 들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하루를 잘 마무리하고, 다음 날 언니와 인사를 하고 중국을 떠나 유럽으로 향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때때로 우연은 운명을 결정짓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