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백만원으로 유럽여행
유럽행 비행기에 탔는데 이게 웬일인가, 좌석 4열 중 혼자밖에 없는게 아닌가?
누군가는 옆에 아무도 없어서 더 좋은거 아니야?라고 생각하겠지만, 내가 생각한 여행은
비포 선라이즈처럼 우연히 옆에 앉은 누군가와 친구가 되어 그와 이야기를 하며 가는 여행이었는데,
나의 비포선라이즈가 시작도 못 하고 이렇게 끝날 순 없었다.
그때, 맞은편 창가에 혼자 앉아있는 훈남이 보였다.
그에게 가서, "나 창가 좌석에 앉고 싶은데, 혹시 너 옆에 앉아도 되니?"라고 물어보니 그는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고, 그의 대답 대신 뒤에 앉은 한 중국인 여자가, "혹시 괜찮다면 내 옆에 앉아도 돼"라고 답했다.
내 자리로 돌아갈까 좌석을 쳐다봤지만 이미 어떤 아줌마가 대자로 누워있었고, 나는 그녀의 옆에 앉게 되었다.
그게 제니와의 첫 만남이었다.
제니는 프랑스어도 영어도 유창한 프랑스에서 마케팅을 공부하는 유학생이었고,
나는 제니에게
"나는 계획도 돈도 없이 한 달간 유럽을 여행하려 해, 어떤 책을 읽었는데 그 작가가 26euro만 가지고 오랜 시간 유럽을 여행해서 나도 나의 한계를 시험해보고 싶어서 비행기 티켓만 구입했어.
너 혹시 저렴한 호스텔 아는 곳 있니?
혹시 오늘 숙소를 구하지 못한다면, 나는 맥도날드에서 하루를 보낼까 해" 라고 이야기 했고,
그녀는 나를 재워주고 싶지만 룸메이트와 함께 생활해서 그건 어려울 것 같다며,
선뜻 내 숙소를 함께 찾는 걸 도와준다고 하였다.
그렇게 공항에 도착해서 그녀는 저렴한 숙박비의 중국인 민박집을 찾아주었고
공항에서 시내까지 히치하이킹을 하려는 나를 말리며, 배웅 온 친구 차를 함께 태워 시내의 메트로역까지 데려다주고 메트로 티켓 끊는 것도 도와주었다.
그렇게 처음으로 파리의 지하철을 타고 낯선 중국집 민박집으로 향하였다.
지금처럼 구글맵이 상용화되지 않던 때라 제니가 알려준 가는 법을 되새기며 주소만 가지고 숙소 찾기를 시작하였다.
해는 지고, 눈이 오는 추워 거리에 사람조차 없는 날
무거운 배낭을 메고 민박집 근처까지 왔지만 정확히 어느 집인지 못 찾아, 골목을 헤매다 우연히 집으로 들어가는 프랑스인 노부부를 만났다.
할아버지는 함께 중국인 민박집을 찾아주었고, 민박집에 들어가는 것까지 본 다음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셨고, 나는 낯선 숙소에 배낭을 풀었다.
시차 때문인지 잠이 오지 않아, 제니에게 잘 도착했다고 메일을 남긴 뒤,
유럽여행 카페인 "유랑"에서 내일 함께 할 동행을 찾아 언니가 짜놓은 계획에 맞춰 우리는 함께 하기로 했다.
뜬 눈으로 밤을 새웠고 다음 날, 유랑에서 구한 동행을 오르세 미술관에서 만나 우리는 함께 여행했다.
따로, 또 같이 여행하며 언니는 동생이랑 원래 함께 여행을 왔는데, 동생이 예민해서 여행 도중에 돌아가버렸고, 남은 기간 혼자 여행하다가, 마지막 도시인 파리에서 동행을 구했는데 그게 나였다.
그러면서 언니는 나에게 미리 예약해놓은 동생분의 유람선 "바또무슈" 티켓을 선물해 주셨고,
내 여행 계획을 들으시더니, 민박집을 2인실로 예약해놓았으니 함께 머물자고 선뜻 제안해 주셨다.
추운 겨울날, 추위에 떨며 2층 외부에서 언니와 바또무슈를 타며 봤던 그 석양은 아직도 눈앞에 선명하다.
그렇게 언니의 한인 민박집으로 이동해 우리는 언니가 한국에 돌아가기 전까지 함께 여행했다.
언니가 한국에 돌아가는 날, 우린 몽마르뜨 언덕에서 마무리하기로 했다.
언니와 몽마르뜨 언덕 위에 사크레 쾨르 대성당에서 헤어짐의 인사를 하고,
언니는 저녁 비행기라 성당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나는 언니의 민박집에 먼저 돌아와 짐을 챙겨 다시 여행을 시작하였다.
그렇게 나의 파리에는, 제니 그리고 지영언니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