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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은여행 Oct 02. 2020

방콕

다시 혼자가 되어 싱가포르를 여행하고, 방콕으로 이동했다.

방콕은 중학생 때 내가 언니와 함께 여행을 하며, '여행이란 이런 거구나.'라며 

여행을 좋아하게 만들어 준 도시인데, 이곳을 다시 온다는 건 나에게 매우 큰 의미가 있었다.


공항에 도착해서 숙소하려 공항철도를 기다리며 의자에 앉아있는데,

옆에 앉은 분이 "한국인이세요?"라며 말을 걸었다.

그분은 지금 현재 방콕에 거주하시면서 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시는 분이었다. 

그분은 요즘 방콕에서 벌어지는 시위나 맛집에 관련해서 알려주었고,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분 덕분에 좋아하는 도시 방콕에서의 시작이 좋았다.


숙소가 있는 여행자들의 거리 "카오산로드"에 도착하니,

비로소 내가 방콕에 도착한 게 느껴진다.

맛있는 음식들과 과일, 앞선 나라보다 비교적 저렴한 물가, 개성과 자유가 넘치는 여행자들


나도 그 거리의 한 명의 여행자가 되어, 그날 밤 방콕에 물 들어가며, 하루를 보냈다.


다음 날, 오랜만에 한식이 먹고 싶어 한식당으로 향했다.

김치찌개를 먹은 뒤, 인도 대사관으로 향했다.

방콕에 온 이유 중 하나, 인도 여행 비자를 받기 위해서이다.


한국에 있을 때는 바쁘게 지내는 탓에 인도 비자를 받지 못했는데,

방콕에서 다른 나라보다 비교적 받기가 쉽다는 글을 보고, 방콕에서 인도 비자를 받자 하고 무작정 여행을 시작해버렸다.

인터넷에서 본 준비물인 인도행 왕복항공권, 첫날 인도 여행 숙소 예약증, 인도 비자 사진, 여권 복사본 등 필요한 서류들을 갖고 대사관에 힘겹게 찾아갔는데, 

직원이 내 서류를 확인하더니

'네 여행 일정은 40일인데, 왜 숙소는 하루만 예약했니? 40일 전체 숙소를 모두 예약해 와!\ 

라고 답한다.


미리 인터넷으로 찾아봤을 때 다른사람들은, 도착 첫날 숙박만 예약했었고,

한국에 있는 인도대사관은 숙박 예약증이 필수가 아니었는데,

나는 여행하면서 계획하고 여행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대사관을 가기 위해 힘들었던 여정과 직원의 숙소 전 일정 예약 요구에 순간 짜증이 솟구쳤고, 

"에라.. 모르겠다.. 그냥 나 인도 안 갈래!"

홧김에 인도 여행을 포기해버렸다.


대사관에서 나와, 쇼핑몰로 향해 쇼핑과 맛있는 걸 먹어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다.

거기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은 시위로 인해 교통체증도 어마 무시하였다.

시위대가 택시나 버스도 공격한다는데, 혹시 내가 탄 버스를 공격하는 건 아닐까 겁도 났다.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무사히 카오산 로드로 다시 돌아와서 

방콕에서 오래 있을 이유가 사라져 3일 뒤, 캄보디아로 떠나는 티켓을 예약했다.


다음 날, 미리 예약해 둔 칸차나부리 투어에 참여했다.

이른 아침 만나, 오전의 일정을 소화한 뒤 일정 중 하나인 코끼리를 타기 위해 코끼리 캠프에 도착하였다.

몸집이 작은 어린 코끼리부터, 어른 코끼리까지 그곳에는 다양한 코끼리들이 있었고,

쉬지도 못하고 사람들을 태우고 다니는 코끼리를 보니 타기가 너무 미안해졌다.

덩치가 큰 나는 혼자 타는 줄 알았는데, 나만큼 덩치가 큰 남자와 함께 타게 되었다.

코끼리를 타는 내내 너무 미안했고 한 걸음 한걸음 뗄때마다 코끼리의 발 걸음이 힘겨워보였다.

내가 코끼리에게 줄 수 있는 건 그저 바나나뿐이었다.


미안해 코끼리야 다음에는 이런 체험하지 않을게...


그 후, 사이욕 노이 폭포라는 곳을 갔는데,

폭포에서 태국 꼬마를 만났다. 

옆에 있던 꼬마의 할머니에게 아이를 사진 찍어도 될까요? 물었고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진을 찍는데 아이가 브이를 해서, 이 친구도 브이를 아는구나, 생각하는데

아이가 우리말로, "이십바트"라고 말을 한다.

그렇다 그건 브이가 아니라, 이십바트를 의미하는 표시였던 것이다.


아이의 요구에 나는 사진을 찍은 후라 돈을 주었지만

마음 한 편이 씁쓸했다.

싱가포르나 다른 여행지에서 만난 아이들은 웃으며 서로 자기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이 아이는 어떻게 한국말로 이십바트 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을까?


오늘 투어 중에서, 가장 씁쓸한 시간이었다.

열차를 타고 일정을 마친 뒤 다시 시내로 돌아와 마사지를 하며 또 하루를 보냈다.


그 다음날은, 담넌 싸두악 수상시장 투어를 했는데,

함께 투어를 한 한국인들과 친해져서 투어가 끝난 후에 함께 밤을 보내며, 

거리에서 파는 애벌레 먹기도 도전해보았다.



뭐든 처음이 어렵지, 먹기 전까지는 수 천 번 망설였지만, 용기 내 먹으니 새우깡 맛도 나고 나름 먹을만했다.


연 이어 투어를 해서 다음 날은 체력을 비축하고자, 

수상버스를 타고 방콕의 거리를 발길이 닿는 대로 돌아다녔고, 

그 다음 날은 아유타와 투어를 다녀온 뒤, 투어가 끝나고 뭘 할까 고민하다가,

인터넷에서 본 유흥의 메카 나나 프라자로 갔다.


인터넷에서 유명하다는 한 술집에 갔는데,

전면이 거울로 설치되어 있는 곳에 무대에서는 미모의 여인?들이 비키니를 입고 포즈를 취하며 무대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러다 한 여인은, 내 옆에 앉은 남성 손님 앞에 와서 

비키니의 상의를 탈의한 후, 스스로 자신의 가슴을 만지며 애무하듯 행동하며, 

남성 손님을 유혹하는게 아닌가..


이런 곳은 처음이라 놀랐고, 차마 보기가 민망했다.

이런 곳에 혼자 와서 민망해하는 내가 귀여웠던 건지, 아니면 놀리고 싶었던 건지

무대에 있던 성별을 잘 알 수 없는 미모의 여인은 헤이 걸~ 헤이 걸~ 이렇게 날 부르고는 눈이 마주치면

민망한 포즈를 지었고, 시선을 어디로 둬야 할지 모르는 내가 민망해하면 자기들끼리 서로 눈을 마주치며 웃었다. 또다시 날 조롱하듯 부르고 민망한 포즈를 지었고, 난 거부감에 도망치듯 그곳을 뛰쳐나왔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버스를 탔는데, 목적지에 도착하지 않은 버스가 갑자기 멈추더니,

알아들을 수 없는 태국어로 말을 하는 게 아닌가.

버스에 있는 승객들이 모두 내려서, 나도 덩달아 함께 내렸다.

어디인 지도 알 수 없는 어두 운 밤, 

버스에 있던 승객들에게 길을 물으려고 했는데, 눈 깜짝할 새에 다들 사라져버렸다.

근처에 있는 택시를 타려고 하니, 너무 가까운 거리라며 기사들은 승차를 거부한다.

가까운 거리라는 말에 걸어가 보려고 하는데, 방향을 몰라서

주변에 보이는 사람에게 길을 물었는데, 자기도 지금 카오산 로드에 가는 길이라며 함께 가자고 한다.

가면서 서로 간단한 소개를 하는데, 

대뜸 자기는 "일본 여자보다 한국 여자가 더 좋고, 넌 내가 만난 첫 한국인이야."라며

남자친구가 있냐고 묻는 게 아닌가..?


어두운 밤, 알 수 없는 골목길, 낯선 도시, 터지지 않는 인터넷 

이후 왜 혼자 태국에 왔냐는 질문까지 그 모든게 부담스럽고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이런 이상한 말을 하며, 골목길을 걷다 보니 두 갈래의 길이 나왔고

내가 살 고자 하면, 그 남자의 반대 길로 가야겠다.라고 생각했다.

"너무 고마웠고, 난 이제 내 길을 갈게 ! 넌 네 길을 가, 난 걱정 하지 않아도 돼! 정말 고마워"

라고 인사를 하고 길을 나서려는데,

길을 잃을 수 있으니, 길을 잃으면 바로 연락하라며 연락처를 준다는 게 아닌가.. 

너무 부담스러워서, '아니야 나 택시 타고 갈 거야.' 라고 말했고

그는 택시를 잡아주고 내 목적지를 이야기해주었곤 내 표정을 읽었는지 

"걱정하지 마, 나는 안 탈꺼야. 조심히 가"라며, 나와 헤어졌다.

그 덕분에 기본 요금만 나오는 짧은 거리를 택시를 타고 안전하게 올 수 있었다.

착한 사람의 선의를 의심한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고, 나나 프라자의 충격에서 헤어 나올 수 없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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