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 아니 문득 떠오른 첫 여행의 기억 (2)

고교 입시의 기억

by 세니seny

나때도 뺑뺑이 일명 고교자율화가 실시되고 있어서 보통은 배정받는 대로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나는 외고에 가고 싶다는 일념으로, 내 의지로 고등입시를 선택했다.


스스로 세운 ployglot이라는 정체성에 맞게(당시엔 그런 개념도 없었고 그냥 영어랑 일본어 공부가 재미있어서 이 정도였지만) 누군가에게 들은 '외고' 즉 외국어고등학교라는 개념을 듣고 ‘어머, 이거 나한테 딱이잖아!’하고 입시준비를 시작했다.


외고가 처음 개교했을 때는 학생수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들었으나 몇 년이 지나면서 외고 입학이 대입 입시의 탄탄대로로 인식되면서 입학시험이 치열해지기 시작했고 고교 입시가 과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외고를 지망한 나도 좋은 싫든 그 열기 속에 뛰어들었다.


경쟁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무래도 혼자 입시를 준비할 실력은 안 돼서 내가 싫어하는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나는 주말 내내 학원에 있었다. 집과 학원을 오가는 버스에서도 쉬지 않고 단어장을 들고 공부하고 열심이었다.


하지만 어렴풋이 느낌은 왔다.
불합격의 기운.

이거, 생각보다 어려운데?


국영수사과였나 아마 다섯 과목을 다 봤던 거 같다. 그리고 외고에 가려는 애들은 기본적으로 영어는 물론이고 학과 성적도 대체로 우수한 애들이었다. 우물 안 개구리이기는 해도 나도 우리 학교에서는 내신이 우수한 편이긴 했는데 문제는 수학이 너무너무 딸렸다. 학교수업은 어찌어찌했지만 수학경시대회나 입시시험에서 나오는 어려운 문제는 자신이 없었다. 딱 내 수준이 거기까지였던 거다.


그래도 내가 이렇게까지 열심히 했으니까 불합격한다 해도 후회는 없다고 생각했다.


11월 초중순에 입학시험을 보고 나서 결과가 금방 나왔다. 그러고 나서 기말고사도 1, 2학년보다 빨리 보고 났더니 교실 분위기도 엉망이었다. 아쉬운 마음은 들었지만 정말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었다. 대체로 모든 일에 미련을 많이 갖는 나로서는 꽤 이례적인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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