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 아니 문득 떠오른 첫 여행의 기억 (3)

충청도 당일치기 단체 패키지여행을 떠나다

by 세니seny

그렇게 입시를 끝내놓고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던 어느 날.


엄마는 그때도 일하느라 바빴다. 그래도 업의 특성상 주말에 몰아서 일을 하면 평일에 시간을 낼 수 있었다. 일에 찌든 엄마가 왜 갑자기 그런 아이디어를 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하니 매우 고맙게 느껴진다. 엄마의 이 결정으로 인해 내가 여행을 좋아하게 된 게 아닌가 싶다는 생각이 지금에서야 들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당시엔 지금처럼 사람들이 여행을 많이 다니는 시기는 아니었다. IMF에서 벗어난 지 얼마 안 되기도 했고 평범한 일반 서민가정이라면 당장 눈앞의 먹고사는 문제가 급하지 여유롭게 여행을 다니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적어도 내 주위는 그랬다.


그리고 지금보다 패키지여행이 흔했다. 어느 날 우편함에 동네 여행사에서 꽂아놓은 전단지가 있었다. 지금은 하나투어, 모두투어와 같이 전국단위로 유명한 여행사들이 여행업계를 주름잡고 있지만 옛날엔 지금보다 더 작은 소규모 여행업체들이 난립하고 있었다.


새로 생긴 곳이라 그런지 홍보를 한답시고 우리 집을 비롯한 모든 집 우편함에 디립다 전단지를 꽂아놓았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광고지니까 그대로 쓰레기통에 처박힐 수도 있었지만 그 광고지는 엄마의 눈에 띄게 되어 목숨을 부지했고 여행상품 홍보라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게 되었다.


다른 건 모르겠는데 가격이 엄청 저렴했다. 둘이 가도 10만 원이 채 안 되는 가격. 당일치기로 유명한 데는 다 볼 수 있다고 했다. 전국 온갖 군데의 여행코스가 다 있었다. 지금도 그 전단지가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날 정도다.


우리 집이 서울이니까 충청도권까지는 당일치기가 쉽게 가능하다. 우리가 갔던 코스엔 수덕사 하고 또 어디였더라 천수만이었나?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곳과 그 외 한두 군데 정도 더 있던 거 같은데... 나머지 장소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 엄마한테 물어봐야지. 프로 기억러인 엄마는 30년 아니 40년 전 일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같이 얘기하기 때문에 분명 이 여행에 대해서도 기억하고 있을 것 같다. 인간 기록물이다.


전국의 여러 여행코스 중 엄마가 수덕사가 유명한 절이라면서 수덕사가 포함된 코스를 가자고 했다. 나는 처음 들어본 절이었다. 그렇지만 입시도 끝났겠다 고등학교 입학 전까지는 언제든 시간이 되고 엄마는 시간을 내려면 낼 수 있고. 그래서 모녀가 국내 패키지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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