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 당일치기 단체 패키지여행을 떠나다
그렇게 입시를 끝내놓고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던 어느 날.
엄마는 그때도 일하느라 바빴다. 그래도 업의 특성상 주말에 몰아서 일을 하면 평일에 시간을 낼 수 있었다. 일에 찌든 엄마가 왜 갑자기 그런 아이디어를 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하니 매우 고맙게 느껴진다. 엄마의 이 결정으로 인해 내가 여행을 좋아하게 된 게 아닌가 싶다는 생각이 지금에서야 들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당시엔 지금처럼 사람들이 여행을 많이 다니는 시기는 아니었다. IMF에서 벗어난 지 얼마 안 되기도 했고 평범한 일반 서민가정이라면 당장 눈앞의 먹고사는 문제가 급하지 여유롭게 여행을 다니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적어도 내 주위는 그랬다.
그리고 지금보다 패키지여행이 흔했다. 어느 날 우편함에 동네 여행사에서 꽂아놓은 전단지가 있었다. 지금은 하나투어, 모두투어와 같이 전국단위로 유명한 여행사들이 여행업계를 주름잡고 있지만 옛날엔 지금보다 더 작은 소규모 여행업체들이 난립하고 있었다.
새로 생긴 곳이라 그런지 홍보를 한답시고 우리 집을 비롯한 모든 집 우편함에 디립다 전단지를 꽂아놓았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광고지니까 그대로 쓰레기통에 처박힐 수도 있었지만 그 광고지는 엄마의 눈에 띄게 되어 목숨을 부지했고 여행상품 홍보라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게 되었다.
다른 건 모르겠는데 가격이 엄청 저렴했다. 둘이 가도 10만 원이 채 안 되는 가격. 당일치기로 유명한 데는 다 볼 수 있다고 했다. 전국 온갖 군데의 여행코스가 다 있었다. 지금도 그 전단지가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날 정도다.
우리 집이 서울이니까 충청도권까지는 당일치기가 쉽게 가능하다. 우리가 갔던 코스엔 수덕사 하고 또 어디였더라 천수만이었나?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곳과 그 외 한두 군데 정도 더 있던 거 같은데... 나머지 장소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 엄마한테 물어봐야지. 프로 기억러인 엄마는 30년 아니 40년 전 일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같이 얘기하기 때문에 분명 이 여행에 대해서도 기억하고 있을 것 같다. 인간 기록물이다.
전국의 여러 여행코스 중 엄마가 수덕사가 유명한 절이라면서 수덕사가 포함된 코스를 가자고 했다. 나는 처음 들어본 절이었다. 그렇지만 입시도 끝났겠다 고등학교 입학 전까지는 언제든 시간이 되고 엄마는 시간을 내려면 낼 수 있고. 그래서 모녀가 국내 패키지여행을 떠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