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군가에게 따뜻한 운전자인 적 있었는가
그렇게 본가 아파트 단지에 거의 다 왔을 때였다.
좌회전해서 아파트단지에 들어가야 하는데 그전 사거리에서 아까부터 내가 가는 차선으로 끼어들려고 하는 차가 한대 보였다. 역시나 그 차는 옆차선에서 깜빡이를 켜더니 내 앞으로 끼어들겠다는 신호를 줬고 자리도 충분하고 속도도 괜찮았기에 나는 당연히 그 차를 내 앞으로 끼워주었다.
그런데 이 차가 직진을 하는 게 아니라 나처럼 차선을 하나 더 들어가더니 좌회전 차선에 선다. 좌회전 차선은 무조건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가는 차인데. 인연이 있구나.
이제 정말로 거의 다 왔다. 횡단보도 하나만 지나면 우회전을 해서 아파트 단지 주차장으로 들어가면 된다. 그런데 내 앞으로 잘 가던 이 차가 갑자기 횡단보도 바로 앞에서 비상등을 켠 뒤 차를 멈춘다. 어라? 이게 뭐지?
운전자석과 조수석 두 군데에서 사람이 둘 다 내린다. 운전자석에서 내린 사람이 나에게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한다. 그리고 횡단보도 옆 인도에는 사람이 한 명 서 있었다. 태우려는 건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라 트렁크를 열더니 짐을 주고받고 있다. 나는 이제 여기서 바로 우회전해서 아파트 단지로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 건데.
아니 이보쇼, 나 거기로 들어가야 된다고. 차를 세울 거면 지하주차장 들어가는 입구를 지나 저 앞에 세우든가 해야지. 왜 하필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기 직전인 바로 여기에 세우는 거지?
내가 불과 30분 전에 기분 나쁜 말을 듣고도 꾹꾹 참으며 도로의 흐름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양보하며 얌전히 운전하고 왔는데 나의 말로가 이런 것인가. 그냥 그 아주머니한테 '아니, 그럼 어쩌라고요? 차 긁으면 그쪽에서 보상할 거예요?' 하며 쌈닭 기질을 발휘해 싸웠어야 했나?
짜증이 조금 올라온 나는 아까 그 아주머니처럼 여기서 창문 내리고 한 마디 보탤까 생각했다. 아까 받은 화를 이 쪽으로 전달하면서 오늘 이 하루를 말로 받은 한 마디를 똑같이 다른 사람에게 건네는 수미쌍관으로 끝낼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이런 내 속은 모르고 여전히 그 차는 멈춰 서서 짐을 싣고 내리고 있었는데 금방 끝날 것 같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나는 뒤편에 차가 오는지 확인한 뒤, 조용히 왼쪽 깜빡이를 켜고 차를 왼쪽 차선으로 잠시 뺀 뒤 차를 돌려서 이 차를 끼고 크게 원을 크게 그려서 아파트 입구로 들어갔다.
내가 여기서 더 이상 그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나갈 마음이 들었던 건 그분들이 아까 차에서 내리면서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본인의 차로 아파트 차량 진출입로를 직접적으로 막지는 않았기 때문에 내가 차를 돌려서 차량 진출입구로 들어갈 수는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따뜻한 운전자인 적은 있었나 생각해 본다. 그래도 오늘은 아주 조금 따뜻한 운전자가 된 것은 아닐까 하고, 나에게 한마디를 한 아주머니처럼 똑같은 사람이 되지 않았으니 그걸로 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나저나 아파트 주차 때문에 너무너무 스트레스받는다. 차를 팔아버릴까 고민했지만 그보다 주차 걱정 없는 곳으로 이사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