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나쁜 소릴 들었지만 넘기기로 했다
굳이 그 한 마디를, 차에서 내려가지고 내 앞에까지 와서 하는 것이다. 어쩌라고? 그러다 내가 왼편에 서있던 차 긁으면, 니들이 보상해 줄 거야? 아니잖아. 아파트 단지 안 아니더라도 옆쪽에도 주차는 할 수 있잖아. 참 피곤하게 사시네.
여기서 내가 말대꾸하면 싸움으로 번진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창을 올렸다. 미안한 마음이 살짝 있었으나 이런 소리를 듣고 나니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지 않았다.
첫 번째 차는 그렇게 직진해서 앞으로 빠졌고 두 번째, 세 번째 차량이 그 뒤로 아직 있길래 내가 왼편으로 붙이는 시늉을 하니 두 번째 차량과 세 번째 차량이 직진해서 차를 앞으로 더 빼줬고 나는 무사히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왔다.
운전을 할 때는 우리가 합의한 규칙을 지켜야 한다.
초록불에는 직진, 노란불에는 멈추어야 한다. 하지만 교차로에 진입했다면 빨리 지나가고 빨간불에는 움직이지 않는다. 우회전 시에는 횡단보도에 초록불이 들어올 경우 반드시 멈춰야 하며 비보호 좌회전에서는 반드시 교차로에 다른 차가 진입하지 않는지 확인 후 좌회전해야 한다. 속도 규정은 당연히 지켜야 하고 어느 정도 차량의 흐름도 봐가면서 달려야 한다.
하지만 애매한 순간들도 많다. 무언가 애매한 경우 나는 최대한 양보하려고 한다. 내 앞에 끼어드는 차들? 내가 속도를 막 내고 있지 않거나 급하지 않은 경우, 웬만하면 껴준다. 왜냐면 나도 맨날 끼어들기 잘 못해서 당황하거나 여기서 끼어들기 안 하면가야하는 경로로 못 가는 경우도 생기니까.
내가 사는 곳에서 본가로 가는 길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시내의 신호등이 잔뜩 있는 큰길을 통해 가는 방법.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조금 느릴 수 있지만 천변을 따라 나있는 각 1차선, 왕복 2차선의 작은 길이다. 횡단보도는 가끔 나오지만 신호가 없는 게 대부분이라 차가 알아서 양보해 주거나 사람들도 차가 안 올 때 알아서 건너야 하는 그러니까 속도 제한이 30km로 걸려 있는 천천히 가야 하는, 일명 뚝방길이다.
뚝방길에는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가 많다. 거기에 건너가려고 하는 사람들이 서있고 마침 내가 그들을 멀리서부터 발견했다면 멈춰준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계속 이 길과 합류하는 지점들이 나와서 차들이 들고 나고 한다.
내가 좌회전을 해야 하는 경우라면 신호가 없으니 먼저 교차로에 진입해서 가도 그만이건만 직진으로 들어오는 차를 먼저 보내고 가기도 한다. 한 운전자는 나에게 고맙다는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이게 나의 복수법이 아닐까 생각했다.
내가 양보받지 못했다고, 한소리 들었다고 똑같이 행동하지 않기. 아까 그 운전자 아저씨와 그 옆의 동승자 아주머니는 내가 차를 능숙하게 비켜주지 않아서 그들이 원하는 자리에 주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굳이 와서 창문까지 내리라고 해서 한마디를 해서 기분을 나쁘게 만들었다.
그럴 거면 아예 차를 대기 전에 내려서 미안한데 우리가 아파트 단지 안쪽으로 들어가야 하니 옆으로 차 좀 붙여달라, 고 말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나는 그들과 똑같이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