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차난 아파트에 산다
2024년 8월 25일의 일기.
매주 일요일 본가에 간다. 부모님 댁. 그나마 차를 정기적으로 운행하는 건 일주일에 이거 한 번뿐이다. 나는야 일명 선데이 드라이버. 그렇기에 운전 스킬이 아주 뛰어나다곤 볼 수 없다. 운전 실력에 대한 증거로 운전시간, 운전거리, 운전코스 경험유무 등의 양으로 친다면 말이다. 그래, 나 운전 실력 부족한 거, 나도 안다고.
그런데다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는 지어진 지 오래된 곳이라 코딱지만 한 지하주차장이 하나 있다. 하지만 이사오기 직전에 한번 가봤는데 한낮인데도 차도 빽빽하게 차있는 데다 귀신 나올 거 같이 조명도 어두웠다. 그리고 내가 사는 아파트 동 입구와도 한참 떨어져 있어서 다신 안 가기로 다짐한 상황. 그리고 나머지는 지상주차장이다.
그래서 이런 오래된 아파트 단지는 항상 주차 자리가 부족하다. 이중주차는 기본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이중주차와 상관없이 바로 차를 뺄 수 있는 자리를 선호한다. 게다가 요즘엔 큰 차량이 많아서 SUV 차량은 아무리 중립기어에 놓여 있어도 나 같은 저체중 몸무게를 가진 여자는 절대 혼자서 밀 수 없다. 쓰고 보니 저체중이고 고체중이고 간에 혼자서는 힘들 것 같다.
그러니 꼭 경비 아저씨를 불러서 둘이 밀어야 한다. 이것도 차 대놓은 곳까지 갔다가 밀어야 되는 상황일 때만 부르러 가야 된다. 그리고 말이 경비 ‘아저씨’지, 이분들은 거의 우리 할아버지랑 나이가 비슷하신 분들이다. 차를 밀어주는 것 또한 이분들의 업무 중 하나이지만 이것 말고도 경비 아저씨의 업무는 폭넓고 다양하다. 분리수거 쓰레기장에도 가 계시고 그 외에도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기 때문에 자리에 없을 수도 있다. 그럼 당장 차를 빼고 나가야 하는 나만 똥줄 타는 거다.
오늘도 앞에 차를 밀고 나와야 했는데 다행히 SUV가 아닌 소나타 딱 한대만 밀면 돼서 내가 밀고 무사히 차를 빼서 나왔다. 아파트 단지 밖으로 나가는 길 도로 양 옆에도 차들이 주차되어 있어서 반대쪽에서 차가 들어올 수도 있기 때문에 타이밍을 잘 보고 나가야 한다. 그렇게 나가려고 했더니만 저쪽에서 차가 이쪽으로 들어온다. 1대니까 나는 살짝만 비켜주고 내가 그 차가 지나간 자리로 나가면 된다. 그래서 차를 왼쪽으로 바싹 붙이지 않고 살짝만 피하는 시늉을 했다.
그런데 아뿔싸... 이 차 뒤로도 한 대 아니 두 대가 더 들어오네? 그래, 안다고. 내가 차를 왼쪽으로 조금만 더 바짝 붙였으면 아까 먼저 들어온 차가 내 차 옆을 끼고 돌아서 내가 나왔던 곳 즉 아파트 단지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아니 그런데 내가 뒤에 차가 또 오는 줄 알았느냐고. 이제 와서 차를 왼편으로 붙이려니 애매해서 이도저도 못하고 있었더니 결국 첫 번째 차는 직진해서 다른 쪽으로 차를 대러 가더라.
그런데 그 차에 있던 조수석에서 아주머니 한 분이 내렸다. 그런데… 어라 이상하다. 뭐랄까, 내 쪽으로 다가오는 느낌? 뭐지? 내가 차를 긁은 것도 아닌데? 아주머니는 정확히 나를 목표물로 찍고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고 창문을 내리라는 시늉을 하길래 창문을 내렸다.
그랬더니만 옆자리에 탄 아주머니가 굳이 굳이 먼저 내려가지고 내 쪽으로 걸어와서 창문을 내리라 하더니…
아가씨(나) 때문에
단지 안쪽으로 못 들어갔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