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침몰하던 날, 나의 이야기 (2)

도대체 뭘 한 건지 모르겠는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by 세니seny

6시에 퇴근이니까, 퇴근 시간이 채 3시간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지옥 같은 회의실에서 빠져나와 다시 기사를 읽어보니 사태가 심각했다. 아까 맨 처음 승객들을 모두 구조했다는 말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거지? 초반에 구조된 사람들 빼고는 전부 실종자라고 했다. 그리고 구조되는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도 벌써 여러 명이었다.


희생자의 대부분이 학생들이었다. 단체로 수학여행을 가던 중이었고 나오지 말라는 선생님들의 통제에 따라 말 잘 듣고 선실에 앉아 공포에 떨었을 착한 학생들이었다. 일반 승객들은 꽤 많이 살아 나왔는데 승객 중 제일 많은 비율로 탑승했던 학생들이 보이지 않는다. 배는 기울다 못해 가라앉고 있었다.


도대체 뭘 한건 지도 모르겠는 하루를 보내고 퇴근길에 오른다.


버스에 탔다. 퇴근길에는 보통 편하게 앉아 가겠다고 요금이 비싼 빨간색 광역버스를 타는데 오늘은 돈 좀 아껴보겠다고 일반 시내버스에 탔다. 그런데 빈자리도 나지 않아 서서 가게 되었다.


오늘 하루는 크게 한 일도 없는데 회의실에 앉아서 기를 빼앗겼는지 힘들고 피곤했다. 그런데다 라디오 뉴스에서 나오는 소식까지 우울했다. 눈에 눈물이 꽉 고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여기서 엉엉 울 순 없다. 나는 세월호에 탑승한 그 누구와도 관계가 없다. 하지만 눈물이 난다.


배 안에서 점점 숨을 못 쉬며 남았을 학생들 그리고 침몰하는 배.


그것은 마치 오늘 내가 반나절 이상을 앉아 있었던 회의실 풍경 같았다. 무겁고도 이상한 공기가 지배하는 그 회의실 안에서 나는 내가, 회사가 침몰함을 느꼈다. 회사의 매출액이 나쁘거나 수익이 나지 않아서 가라앉는다는 뜻이 아니다. 이런 쓸데없는 일로 회의를 열어 소중한 시간을 소모하는 행위에서 침몰함을 느꼈다.


업무시작 시간인 9시보다 1시간이나 빨리 출근하라고 해서 하는 월요일 아침 주간 회의시간에 직원들끼리 칭찬하는 시간을 만들어 칭찬 카드를 쓰라고 한다. 그러고는 칭찬 카드를 봉하는 테이프를 붙이지 말라면서 누가 누굴 칭찬했는지 다 들여다보고 있는 어느 역겨운 사람의 모습에서 내가 속해있는 조직이 가라앉고 있다고 느낀 것이다.


세월호 선장은 배를 버리고 떠났다. 뉴스를 보니 선원법에는 선장이나 승조원들은 사고 시 배에 남아 인명을 구조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만 떠나버려 배는 침몰해 버렸다. 실제로 선박직 승무원들은 전원 생존했는데 일반 사무직이나 아르바이트 직원 등은 모두 실종 또는 사망인 상태이다.


아직 가라앉지도, 뒤집어지지도 않았지만 이건 분명 기운 것 같다는 느낌은 든다. 기우뚱한다. 본인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것까진 모르겠지만 하여간 그렇다. 도대체 리더라는 사람이 무얼 하고 있는지. 세월호 침몰에서 우리 부서의 모습을 읽어내는 아니 그런 게 읽히는 것도 우습다.


세월호에서 희생되신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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