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있던 회의실도 침몰하고 있었다
2014년 당시 시점에서 쓰인 글입니다.
세월호가 서서히 침몰하고 있던 그 시각, 나는 굳이 회의실을 사용하고 있는 다른 팀을 밀어내고 차지한 회의실에 앉아 있었다.
그 회의실은 내가 이 회사에 1차 면접을 보기 위해 방문했을 때 인터뷰를 한 곳이기도 했다. 1차 면접을 통과하고 2차 최종 면접을 보게 되었는데 이상하게 찜찜함이 남았지만 예상치 못하게 내가 최종합격자가 되었다. 그때는 있는 욕, 없는 욕을 하며 여기에 다니고 있을 줄 몰랐었다. 이전에 다녔던 회사에서는 부서 인원이 많아서 그랬는지 회의라는 걸 한 적이 거의 없었고 있어 봤자 일 년에 한두 번 정도였는데 그마저도 싫어했던 나를 이제야 반성한다. 이곳은 쓸데없는 회의가 만연한 곳이다.
오늘도 본격적인 회의에 들어가기 앞서 불필요한 대화로 1시간을 소비했다. 배가 침몰했던 건 아마 그 시각 즈음이었을 것이다. 초동 대처를 조금만 빨리 했다면 좋았을 그 시각에 결국 그렇게 하지 못해 배는 침몰했고 많은 학생들이 빠져나오지 못한 것처럼, 내가 앉아있던 회의실도 이상한 이야기들이 회의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다.
오전 두 시간여를 쓸데없이 보내고 잠시 쉬는 시간이 되었다.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다 본 기사에는 서해상에서 제주도로 가던 배에 사고가 일어났는데 한 명만 사망하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구조되었고 했다. 꽤 많은 인원이었는데 다행이다. 다시 그 상태에서 점심시간 전까지 회의가 이어졌다.
나는 몇 달간의 경험으로 '한 시간 안에 회의가 끝나지는 않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오전 중에는 마무리되겠지'라고 생각했으나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며 그것은 틀린 판단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점심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었지만 이야기는 이제야 갈피를 잡아가기 시작했고 우리가 논의해야 할 주제는 이것뿐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점심을 먹으며 휴대폰 뉴스를 보고 있는데 아까와 상황이 달라졌다. 분명 사람들을 다 구했다고 했는데, 실종자가 늘었다. 다 구한 게 아니었던 것이다. 사태가 이상해지고 있었다. 게다가 사망자도 늘었다.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점심시간이 끝난 나는 다시 그 오전의 회의실로 끌려 들어가야 했다. 아직 회의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아예 다른 사람들을 등지고 앉아 눈도 마주치지 않았고 2시에는 핸드폰으로 모바일 ISP 인증까지 받아가며 성공적으로 콘서트 예매까지 마무리했다. 그리고 결국은... 졸았다. 한참을 졸고 났더니 어느 정도 회의가 마무리된 듯했다. 그렇게 회의가 끝나고 나오니 이미 오후 3시 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