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사건들이 벌어졌을 때 나는 어디에 있었는가

9.11 테러와 대구지하철참사

by 세니seny

국내외로 큰 사건사고가 났을 때 나는 일상을 살아내고 있었을 거다. 그냥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날이었겠지. 하지만 가끔 그런 날이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날이기도 한다. 물론 모든 사건사고가 있었을 때를 기억하는 건 아니니 특별히 기억나는 날들만 적어보려고 한다.




먼저 9.11 테러날의 기억.


그때는 2001년 가을이었고 난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평소 같으면 해가 떨어지기 전에 집에 일찍 들어와 있어야 마땅한데 그날은 밖에 있었다. 9월이 되자 2학기가 되었고, 국어시간 과제로 반 전체가 모여서 연극을 올려야 하는 과제가 있었다. 누군가는 대본을 쓰고 배우도 하고 소품을 준비하는 등 반 전체가 배우뿐만 아니라 스탭까지 도맡아서 모두 해야 하는 과제였다.


그래서 그날은 우연히 친구네 집에 모여서 늦게까지 연극 준비를 하다가 집에 굉장히 늦게 돌아왔었다. 거의 11시쯤이었나. 하여간 되게 늦게 집에 왔는데 거실에 틀어진 뉴스를 보니 미국에서 무슨 큰 사고가 났다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그때부터 외국어 공부에 관심이 많아서 외고입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외국어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한 번쯤 가져볼 만한 꿈인 외교관이나 국제기구 같은 곳에서 일하고 싶단 소망을 가지고 있던 학생이었다. 단발령 3cm에 맞춰 촌스럽게 단발머리를 하고 다녔던, 지금보다 더 깡말랐고 소심해서 친구들이 많지 않던, 흔히들 범생이라고 부르던 그런 학생이었다.


내가 가보지도 못한 아니 아직도 못 가본(ㅎㅎ) 미국무역센터라는 엄청 높은 건물에 비행기가 처박히는 게 계획된 테러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 매우 놀랐다. 나중에 내가 어른이 되어서 외교관이 되거나 국제기구에 근무했을 때 미국에서 일한다면? 그럼 저런 일들을 막을 수 있는 걸까? 왜 저렇게까지 싸우는 걸까? 그렇게 해서 얻는 게 뭘까? 막연하게 그런 생각들을 했던 거 같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나 2024년에 뉴욕여행을 하며 유엔 본부 앞에 가서 사진을 찍었다. 원래는 예약을 하면 유엔 내부를 탐방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는데 하필 그 시기에 해당 프로그램이 잠시 중단되어서 내부를 보진 못했고 굳게 닫힌 철창 앞에서 인증샷만 찍었다.


국제기구에 근무하기를 꿈꿨었는데 그 시절의 꿈은 사라졌고 인증샷을 찍으러 오다니... 그리고 뉴욕에 간 김에 9.11 테러를 기리기 위한 추모 공간인 그라운드 제로에도 방문했었다.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두 번째는 대구 지하철 참사 사건이 있던 날의 기억이다.


2003년 2월의 어느 날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치고 고등학교 2학년이 되기 전 봄방학이었다. 요즘은 봄방학이 거의 없어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예전엔 12월 중순~말쯤 겨울방학을 하고 2월 초순에 개학을 해서 며칠 다시 학교를 나온 다음 다시 3월 2일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까지의 기간을 봄방학으로 치던 시절이었다.



이 날이 특히 기억이 나는 것은 위와 같은 글을 쓰게 만든 베스트프렌드이자 지금도 여전히 친구인 SH랑 같이 코엑스에 놀러 갔던 날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서울에 놀 곳이 넘쳐나지만 그때만 해도 중고딩들이 갈만한 곳은 동대문, 명동, 코엑스 등 몇 군데 되지 않았다.


내 기억엔 당시 코엑스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 전 외부 공간에 작은 모니터들이 달려 있었다. 요즘이야 실시간으로 뉴스가 뜨지만 그때는 구형 흑백 핸드폰을 쓰던 시절. 핸드폰을 열고 가운데 있는 NATE 버튼을 잘못 눌러서 인터넷 연결이 되었다가는 요금 폭탄을 맞던 그런 시대였다. 아무튼 코엑스에 놀러 왔다가 대구에 있는 지하철에서 화재가 났다고 뉴스가 떠서 나와 친구를 비롯해 모든 사람들이 놀라서 영상을 봤던 기억이 있다. 친구랑 놀러 나왔으니 코엑스에 들어가서 놀긴 했던 것 같은데 기분이 짬짬했었다.


이후로도 지하철 관련 사고는 많진 않아도 종종 일어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에겐 지하철 사고라고 하면 대구의 이 사고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만큼 충격이었고 많은 분들이 희생당했다. 사고에 희생당하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세 번째 기억은 세월호 참사가 있던 날이다. 이 날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말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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