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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니seny Nov 29. 2020

나의 가장 친한 친구에 대하여

정반대인 우리는 17년째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나는 인간관계가 좁은 편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소중한 친구들 몇몇이 있다는 점이다.


 



     내 친구 SH와 친해진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이 되면서였다. 그녀와 나는 같은 중학교를 졸업했기 때문에 서로의 존재에 대해서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계속 반이 달랐고 중간에 겹치는 친구가 없었다. 내가 먼저 말을 걸었는지 그녀가 먼저 다가왔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내 기억엔 내가 먼저 말을 걸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우리는 단짝 친구가 되었다.


      친구는 포용력이 넓다. 친구들이 모르는 문제를 물어보면 이해가  가도록 설명을 잘해준다. 1  한창 예민해서 그런지 우울함에 빠진 시기가 있었다. 나는 정말 필요한 사람인가, 나의 존재가치는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면서 혼자 우울해하고 있었다. 그러다 친구에게 한번 털어놔보자, 하고 다짐을 했다.


     토요일 오전 수업이 끝나고, 모두가 돌아가고 없는   교실에 앉아서 친구에게 나의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었다. 이런 친구를 만난 나는 행운아였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만약 반대의 경우였다면? 그러니까 친구가 나에게 고민상담을 해왔다면 나는 어땠을까? 나도 노력은 했겠지만 아마 친구만큼 성심성의껏 잘해주지는 못했을 것이다.


     고등학교 2학년으로 올라가면서 나는 문과를 선택했고 그녀는 이과를 선택해 자연스럽게 반이 갈라졌다. 그래도 우리의 우정은 이어졌다. 체육복이나 교과서를 빌리러 오며 가기도 하고 학교 밖에서도 만나 이야기 꽃을 피웠다. 우리는 아래와 같이 이렇게나 정반대이다.


그녀는 겨울의 초입에 태어난 11월생이고 나는 한여름에 태어난 7월생,
그녀는 논리적인 이과생이며 나는 감성 넘치는 문과생,
그녀는 건축학도가 되었고 나는 경영학도가 되었다.


     우리는 평소에는 연락도 잘하지 않고 거의 만나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서로의 생일을 전후해  만난다. 언제부터 생긴 의식인지 모르겠지만 그렇다. 서로의 생일이 여름과 겨울에 있으니 1년에  번은 서로를 잊지 않고 만난다는 뜻과도 같다.


     건축학도인 그녀는 지금까지 서울 시내나 근교에 있는 여러 건물의 공사에 참여해왔다. 그런데  번은 우리 회사가 이사한 건물의 공사에 그녀가 참여한 적이 있었다. 건물이 여러 사람들의 노고로 만들어졌다는 생각을 하지만 특별히 나의 친구가 현장에 참여했기 때문에  사실이  남다르게 느껴졌다.


     어느 금요일 저녁, 모두들 다 퇴근하고 사무실이 텅 빈 그 시간, 회사 근처에서 그녀를 만나기로 했는데 그녀가 공사 현장에 참여했던 이 건물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녀는 현장 공사가 마무리된 부분만 보고 나왔기 때문에 그 공간이 이렇게 어엿한 사무실로 탈바꿈되어있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사무실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내 자리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녀는 나 덕분에 횡뎅그레한 공사 현장이 아닌 따듯한 사무실을 볼 수 있어서 고맙다고 했다.


     그녀는 대학교 졸업 전부터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거기서 바로 정직원으로 전환이 되어 그대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일을 계속 해왔다.


     사회생활 10 차인 나보다  오래, 쉬지 않고 일을 해왔다. 나는 건축 쪽에 대해선  모르지만 건축업계 특성상 남자들이 많고 현장일도 해야 돼서  험하다고 생각되는데 여자로서  길을 버텨온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중간에 그만둘 뻔한 고비도 있었다.


     서로의 생일 말고는  만나지 않는 우리인데, 어느  갑자기 연락이 와서 그날 바로 만날  없겠냐고 했었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회사를 그만둬본 적이 있는 나에게  문제에 대해 털어놓고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도 그녀는  뒤로도 회사를 계속 다녔었는데, 이제야 그때  결심을 실행하려고 한다. 올해 말까지만 일을 하고 그만두기로 했다고 한다.


      그녀의 선택이 무엇이든지 나는 응원한다. 11월 중순에 그녀의 생일이 있으니 우리는 언제나 그랬듯이, 당연히 만나야 했다.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 수가 급증하는 바람에 우리의 만남을 잠시 미루기로 했다.






친구야,


고등학교 1학년 때, 텅 빈 교실에서 나를 상담해줬던 것처럼 나도 너에게 그렇게 힘이 되는 친구이고 싶어.

너같은 친구를 둔 나는 정말 운이 은 것 같아.

너의 퇴직 축하(?) 선물로 뭘 줘야 할까 고민하고 있어.

그동안 일하느라 정말 고생 많았어.

밖에서 만나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


항상 고마워,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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