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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니seny Dec 26. 2020

브런치를 시작하고 달라진 일 (상)

브런치를 시작하시겠습니까? - Yes 

     나는 어떻게 브런치를 시작하게 되었는가?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올해 있었던 단 1건의 소개팅 때문이었다. (사실 이 소개팅 때문에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 하나 더 있는데 그건 나중에 다른 글에서 소개하겠다) 소개팅 직후 헛헛한 마음을 달래려 들른 서점에서 장류진 작가의 ‘일과 기쁨과 슬픔’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너무도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에 페이지가 술술 넘어갔다. 잘되지 않은 내 소개팅을 곱씹으면서 한국의 흔한 30대 남녀가 소개팅하는 장면을 써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했다. 


     그러면서 소설 속 남자의 캐릭터를 오늘 소개팅에 나왔던 상대방의 모습을 반영한다면 그것으로 작은 복수를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오늘 있었던 일에 약간의 허구를 더해서 글을 쓰면 그걸 단편소설이라고 이름 붙여도 좋을 것 같았다. 갑자기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한국 문학의 떠오르는 기대주가 될 것만 같은 자신감이 마구 샘솟았다. 그렇지만 막상 써보려고 하니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서 소설보다는 나에게 벌어진 일들에 대해 써보기로 했다. 그러면 좀 더 쉬울 거 같았다. 


     글은 읽혀야 한다. 여태까지 나는 비공개 블로그에 글을 써왔다. 그래서 그동안 내 글은 나한테만 읽혔기에 다른 사람의 감상이 궁금하기도 했다. 나는 세계일주를 하지도 않았고 독특한 이력의 회사 생활이나 사생활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그래서 화려하고 스펙터클한 이야기는 없다. 그저 내 주위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해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남기고 싶었을 뿐이다.


     그러면 어디에 글을 올려야 할까? 기존엔 티스토리 블로그를 비공개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그대로 티스토리에 올려야 하나? 아니면 역시 블로그로 유명한 네이버에? 하지만 요새 네이버 블로그엔 상업 광고글이 넘쳐나고 비교적 긴 호흡의 글을 갑자기 올리기에는 분위기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나는 무언가를 실행하는데 참 오래 걸리는 사람이다. 몇 년 전에 남긴 글을 보니 그때도 브런치를 만들어볼까?라고 써놓은 흔적이 있었다. 이번이 기회다 싶었다. 내가 글을 써야 할 곳은 브런치라는 답을 얻었다.


     브런치는 블로그만 생성하면 글을 쓸 수 있는 네이버 등과 달리 작가 신청을 해서 승인이 되어야만 글을 발행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브런치 작가 신청 후기글을 찾아보니 대체적으로 자신이 일하는 분야라던가 어떤 것에 대한 팁을 제공하는 자기소개글이 잘 뽑힌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나에게 벌어지는 일에 대해 쓰기로 했으므로 그런 것과 거리가 멀었다. 물론 한두 번 떨어진 사람도 다시 신청해서 된다고는 했다. 대단한 문장가는 아니지만 나 홀로 블로거로서 글을 써온 세월 때문에 자존심도 있고 해서 최대한 한 번에 붙고 싶었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글을 써야 할지 소개하는 글을 어떻게 쓸지 한 달여를 고민했다. 곧 나의 생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뭔가 생일 이전에는 마무리를 짓고 싶었다. 생일이 지나가기 전에 뭐라도 하나 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었다. 그러다 나의 쓰기 역사를 떠올렸다. 나는 여태까지 쓰는 인간으로 살아왔고 그래서 자연스레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하게 된 것이라고 썼다. 그리고 앞으로 쓰고 싶은 글 목록에는 그동안 써온 글 중에서 흥미로워 보이는 소재들 몇 가지를 추려 기재했다. 그래서 생일이 되기 직전에 신청을 했고, 생일이 지난 이틀 뒤 작가 선정 메일을 받았다. 


     고대하던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그런데 아무 때나 글을 올리는 것보단 주기를 두고 글을 올리면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글을 얼마나 자주 올려야 할지 정해야 했다. 처음엔 지금까지 써놓은 글이 조금 있으니 약간만 고쳐서 올리면 되겠지?라고 쉽게 생각했다. 


     그런데 기존에 써놓은 글들은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고 그저 내 개인적인 감상을 위해서 쓴 것이라 나는 아는 내용이기에 생략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면 '어, 이야기가 왜 이렇게 흘러가지?'라고 느낄만한 부분도 있었고 개인정보나 비속어 등 필요 없는 내용도 있었다. 


     결론적으로 기존에 써놓은 글을 그대로 올릴 수는 없어서 글을 다시 읽어보며 계속 뜯어고쳐야 했고 그 사이에 새롭게 발견되는 글감도 있어서 글을 처음부터 쓸 시간도 필요했다. 그래서 1주일에 최소 1개의 글을 올리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아직도 많은(?) 글감이 작가의 서랍에 저장되어 세상의 빛을 볼 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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