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은 무엇인가? 대체 왜 사람을 피폐하게 만드는가?
마감이라...
회계/재무팀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숙명의 단어다.
우리 팀장님은 마감이란 '현금주의 회계를 발생주의 회계로 돌리는 것'이라고 정의하셨다.
회계에서는 기간보고가 중요하다. 업무마다 다르지만 자금일보(cashflow) 같은 경우 하루, 주간, 월간 단위로 보고를 한다. 어떤 업무는 하루 단위로 마감을 치거나 마감이 주간 단위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모든 업무는 대체로 월간 보고나 월마감에 반드시 걸리게 된다.
말일날까지 발생하는 것들은 늦어도 다음 달 영업일 1,2일 차까지 결재를 받아서 재무팀에 서류가 도착해야 한다. 우리는 결재여부와 적절하게 증빙이 갖추어진 것인지 등을 확인 후 처리한다. 그 외 월중에 처리하지 못했던 임시계정이나 현금주의를 발생주의 회계로 변환하기 위한 계정대체 등 월중에 하지 않는 분개들을 처리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야근을 안 할 수가 없다.
하루하루의 기록이 쌓여서 한 달이 된다. 계정이나 처리 방법이 바로 확정되는 단순한 문제들이 대부분이긴 하다. 하지만 규칙적으로 발생하는 일이 아니라서 회계 규정이나 세법 조항을 확인하고 처리해야 하는 일 또한 존재한다. 그러면 그 비용이 발생한 경위를 파악해서 어떤 식으로 처리해야 하는지 확인을 해야 되기 때문에 바로 처리를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월마감 전에는 처리를 해야 하고 정말 정말 늦어도 연말에는 처리를 꼭 해야 한다. 연 단위가 넘어가면 큰일 난다.
그래서 월 중에는 잔액이 안 맞거나 임시계정으로 넣어놓는 것들도 있지만 반드시 월말까지는 확인이 되어야 한다. 경비정산을 매달 하는 것도 이번 달에 발생한 비용은 꼭 이번 달 안에 반영이 되어야 하고 마찬가지로 매출도 매출 인식 조건에 맞게 매출 처리를 해당월에 진행해줘야 한다. 해당 월에 발생한 매출과 비용을 정확하게 집계해야 정확한 손익을 알고 미래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월중에 특수한 일이 일어나면 확인하고 처리하는데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별 문제가 없지만 항상 특수한 것들은 주로 월말에 많이 발생한다. 또 현업 부서에서 결재를 받아서 서류가 넘어오는 시간도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 회사는 본사(해외) 마감기한이 굉장히 빠듯해서 매월 영업일 3일 오후까지는 모든 과정을 끝내고 재무제표를 마감해야 하기 때문에 월말 월초엔 야근을 할 수밖에 없다.
보고기간이 조금만 여유롭면 좋으련만... 세상일이 그렇지 않다. 그러다 보니 항상 모든 일의 끝에 있는 우리 팀이 제일 허덕인다. 만약 내가 다른 업무로 전직하게 된다면 나는 꼭 기한 안에 자료를 제출해 줄 거라 다짐한다. 파워가 있는 회사의 재경부는 독선적인 경우가 많아 일하기 편한데 그렇지 않은 경우 즉 재무팀이 동네북 같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회사라면 일하기가 매우 힘들다.
회계팀 혹은 그와 비슷한 부서는 모든 업무가 '주기'를 반복해 돌아간다. 한 달이 끝나면 월마감을 해 실적을 보고 하고, 분기에는 월마감이 진행됨과 동시에 분기마감에만 추가되는 업무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일 년의 절반을 마감하는 반기마감은 역시 그 달의 월마감을 진행하며 자료를 반기로 누적, 집계한다.
그리고 대망의 연마감. 특히나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은 해외에 본사가 있는 국내 지사이므로 본사 마감 스케줄에 맞춰야 해서 더 빠듯하다. 기본적으로 회계 마감을 끝내고 순식간에 기말감사와 세무조정이 진행된다. 특히 연마감은 1회계연도를 마무리지어야 하기 때문에 1회계연도의 시작과 끝은 다를 수 있지만 1년(12개월)이다. 그게 1월에서 12월이든 올해 4월에서 내년 3월이든.
대부분의 회사의 회계연도로 사용하고 있는 1~12월을 1회계연도로 보고 마감하면 남들 다 놀고 쉬는 연말연초에 일이 개 힘들어서 힘들다. 대부분의 일본계 회사는 본사(일본) 일정에 맞춰 당해연도 4월에서 다음 연도 3월까지가 1회계연도인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엔 남들 다 벚꽃 보러 놀러 다니는 4월 초를 통으로 날리게 된다. 이러나저러나 다 별로다.
월, 분기, 연마감...
마감의 굴레에 갇힌다.
하지만 이 일을 하는 이상
피할 수 없다.
이번 글은 이런 회계(재무) 팀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얘기하면서 마무리할까 한다.
회계팀의 장점은?
마감 스케줄이 정해져 있으니 고정된 스케줄을 짜기가 쉽다.
마감 때만 많이 바쁘고 그 외의 시기엔 그나마 널널(;)이라고 하다. (라고 말하려 했으나 회사마다 다르다. 그렇다고 월 중에 펑펑 노는 것은 아니고 그동안 미뤄뒀던 일을 하고 있다.)
회사의 매출, 손익을 제일 먼저 알 수 있다. (회사가 어려운지 괜찮은지를 어쩔 수 없이 알게 된다ㅎ)
숫자를 다루는 팀이다 보니 다른 팀의 신뢰를 얻기 쉽다. (허튼짓은 안 할 거라는...)
회계팀의 단점은?
(장점과는 반대로) 마감 때문에 특정한 시기에는 절. 대. 휴가를 쓸 수 없다. (연말에 남들 다 놀러 가고 해외에 가서 1월 1일을 보낼 때 난 그럴 수 없다. 적어도 이 일을 그만두기 전까지는.)
다른 관리부서보다 일이 많은 느낌이다. 항상. 어느 회사나.
회사 사정을 모르면 월급 올려달라, 복지로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고 막 말할 수 있는데 알고 있는 처지다 보니 쉽게 말을 할 수가 없다. (나만 그런가?)
반대로 회사가 이익이 많이 날 땐, 돈을 이렇게 잘 버는데 내 월급은 왜 안 오르지? 와 같은 박탈감 및 현타를 씨게 느낄 수 있다. (차라리 모르는 게 낫다.)
숫자를 다루는 것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있다. 1원이라도 틀어지면... 재고가 안 맞으면... 게다가 그 숫자들의 연결고리를 논리적으로 풀어내지 못하면 그것도 스트레스.
업무규정에 따라 일처리를 하다 보니 사람들하고 거리감이 생기거나 위압적이 될 수도 있다. (솔직히 미운 사람은 미운 짓을 골라서 한다. 일처리 깔끔하게 하는 사람은 두 번 세 번 말하게 하지 않으니 나도 편하고 그 사람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