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에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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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참석은 같은 팀원만 한다. 다른 팀 팀원은 업무 상 관계가 있을 경우에만 혹은 뭔가 고마웠거나 개인적인 연결고리가 있는 사람에게 축의금만 한다. 이건 내가 회사 내의 다른 팀 사람들과 개인적으로 교류를 (거의)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기준인 것 같다. 예전에는 안 친한 사람한테 청첩장을 받고도 축의를 안 하기가 미안해서 마음 한 편이 무거웠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시간이 지나며 깨달았다.
그 사람도 친한 사람들 청첩장 주는데 나랑 안 친하다고 나만 빼고 주긴 애매하니까 그냥 다 주는 거였다. 그러니 내가 축의금을 내던 안 내던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거다. 물론 축의금을 내면 더 고마워하겠지만. 다음번에 마주쳤을 때 진심을 담아 축하한다는 말만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결혼식이 아닌 부고는 좀 애매하지만 그래도 가능한 참석 하려고 한다. 경사든 조사든 와주면 고맙게 느끼겠지만 체감 상 결혼식은 당사자들이 너무 행복하고 정신이 없는지라 가줘도 고마워하기보다 나중에 축의금 얼마 냈네 가지고 뒷말이 많아 기분 나쁜 경우가 생기더라.
신경 써서 옷 입고 화장에 주말에 시간까지 내서 간 건데 그런 대우까지 받아야 한다니. 그래도 조사는 그런 게 좀 덜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가만 보니 장례식장 밥이 더 저렴해서 그런 건가? 싶기도 하다. 서글프네.
요즘의 결혼식은
장사하는 느낌이 든다.
솔직히 말하면 친한 친구나 가족이야 언제든지 내가 낸 축의금을 그에 비슷한 금액이나 다른 형태로든 얼마든지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직장동료? 대부분은 직장 떠나면 끝인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 친하거나 업계가 좁아서 만날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은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리고 결혼식이 많이 몰리는 봄이나 가을의 경우, 주말마다 결혼식이 있거나 같은 날에도 결혼식이 여러 개 진행되기도 한다. 직장인들 월급이 얼마나 된다고.
결혼하는 늬들도 반대 입장에서 주머니 사정 생각해 봐. 결혼식 3,4건만 있어도 15,20만 원은 그냥 훅훅 나가고 심지어 경조사비는 카드 결제도 안 돼서 현금을 준비해야 하잖아?
시간 내서 결혼식장에 와주는 것.
이게 정말 고마운 거 아닐까?
난 돈보다 이게 크다고 생각한다. 결혼식에 오는 사람들은 다 본인 시간 중에 일부를 써가면서 오는 거다. 특히 여자는 머리하고 화장하고 옷도 갖춰 입어야 한다. 결혼식장에 가서 사진까지 찍을라 치면 1시간은 식장에서 대기하고 거기에다 밥까지 먹으면 식장에서 머무는 시간이 최소 2시간이다.
그래도 사람들 없는 쓸쓸한 결혼식보단 사람들이 많이 와서 축하해 주고 북적대는 게 좋지 않을까? 사람들이 낸 축의금으로 무조건 결혼식장 비용을 충당해야 한다는 법칙이라도 있나 본데 그걸 어긴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니다.
내가 결혼하는 소중한 자리에 시간 내서 와줬으니 기분 좋게, 통 크게 밥 한 끼 대접한다고 생각하면 안 되는 걸까? 그걸 꼭 그렇게 따지고 들어서 절교를 하네마네 그래야 할까?
물론 우리나라 축의금 문화 상 '주고받는 금액이 같다'라는 암묵적인 룰은 있으니 그건 지켜줘야겠지만. 5만 원 내고 두 명이 와서 밥을 먹었네, 축의금을 5만 원 밖에 안 해서 식대 충당도 못하겠네 하면서 시간 내서 결혼식에 온 사람들을 까는 건 좀 별로라고 생각한다. (물론 평소에 너어무 짠돌이 같은 성향의 사람이 결혼식장에 온 가족을 끌고 와서 밥을 먹었다면 그건 이해한다.)
나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고, 안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내가 결혼을 하게 된다면 거기서 약간 극단적으로 간다면 굳이 축의금을 받지 않는 것까지도 생각해 본 적 있다. 하지만 (그동안 축의금을 뿌린) 부모님이 반대하실 것 같아 받긴 받아야 할 것 같다. 지금도 여기저기 축의금 낸 거 회수 못한다고 눈칫밥을 먹고 있으니.
내가 결혼을 하게 된다면, 나의 솔직한 심정은 결혼식장에 와서 내 결혼도 축하해 주고 맛있는 밥 한 끼 먹고 가라고 하고 싶은 마음, 그뿐이다. 내가 평상시에 만날 때마다 상대방에게 밥을 사는 사람인가? 그렇지 않다. 그러니 이런 날, 평생 딱 하루만큼은 따지지 않고 베풀고 싶다.
귀한 시간 내서 와줬는데 식장 식대만큼도 안 되는 돈을 축의금으로 냈냐, 가족들은 왜 끌고 왔냐고 하면서 이러쿵저러쿵하고 싶지 않다. 내가 좋은 마음으로 밥을 사면 좋은 기운이 형성되어 그게 다 언젠가 다른 형태로 돌아오리라 확신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받은 축의금 중에 적더라도 일부는 기부를 하고 싶다.
결혼식장 식대만큼도 안되게 축의금 적게 냈다고 싸우고 서로 빈정상하게 할 거면 식대가 저렴한 결혼식장을 잡거나 뷔페 말고 식당이랑 단품 메뉴로 계약하던지 해서 비용을 아끼길 바란다.(는 솔직한 심정을 적어본다.)
차라리 애매한 관계의 사람은 축의금 5만 원 하고 안 가는 게 서로 깔끔한 듯, 이라고 써놓고 보니 너무 정 없어 보이네.
축하해주고 싶으면 돈 내고 시간 쓰면서 직접 축하해 주면 될 일이고, 설령 상대방이 오지 않더라도 '그런가 보다'하고 넘기면 그만이다. 그저 그 사람이 나에게 그만큼의 가치가 안 됐을 뿐이라는 걸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