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직장인들의 화두 : 경조사비 (상)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은 두 배가 된다는데...?

by 세니seny

내가 스스로 경조사비를 처음 낸 것은 대학생 때의 일로, 같은 동아리 활동을 하던 친구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에 갔었다. 그동안 친척들의 장례식장에도 가본 적이 없었던 나는 이런 게 사회생활인가? 싶었다. 그리고 그 뒤로 장례식장은 그리 낯설지 않은 곳이 되었다.




회사에 입사하면 각종 부고와 청첩장 사이를 오가게 된다.


팀 동료는 물론이고 다른 팀 사람들, 거래처 사람들까지. 옛날같이 한 회사에 오래오래 다니고 거래처와의 관계나 동료와의 관계가 친구처럼 계속 이어지는 관계라면 사실 경조사비에 대해 큰 고민을 안 할 것이다. 왜냐? 내가 경조사비를 내도 언젠가 그 사람(들)한테 돌려받을 거니까.


하지만 요즘은 세상이 그렇지 않다. 입사했다가 얼마 안 가 퇴사하는 사람도 수두룩하고 세상 친한 것처럼 굴더니 이직/퇴사하고 나면 연락이 뚝 끊기기 일쑤다. 결혼율 또한 낮아졌다. 옛날에는 백이면 백 다 결혼하는 시대였다면 요즘도 결혼을 하긴 하지만 결혼 연령 자체가 늦어지고 자의 반 타의 반 안 하는 사람도 늘어났다.


5만 원권이 나온 뒤로 모든 경조사비의 최소한도가 5만 원이 되었다. 요즘은 물가도 많이 올라서 5만 원으로는 결혼식장 식대도 커버가 안 된다고 한다. 이 경조사비 때문에 친구들 사이에서도 그렇고 회사에서도 기분 상하는 일이 많다.


경조사비 특히 그중에 결혼식 관련한 축의금은 '성의'와 '관계 지속성'의 문제인 거 같다. 평상시에도 관계가 좋았으며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면서 밥도 사고 소식을 전했느냐 아니면 성의 없이 모바일 청첩장만 달랑 보낸다? 그럼 오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는 것인가? 그리고 과거에도 사이가 좋았고 지금도 좋았으며 앞으로도 계속 만날 사이인가? 하는 것.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얼마 안 됐을 때니까 2010년쯤의 일이다. 누군가에게 들었던, 경사는 아니더라도 조사는 꼭 챙기라는 말이 기억에 남아있었다.


긴 추석연휴였던 그때 옆 부서 팀장님의 부모님 중 한 분이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들었다. 옆 부서 사람이긴 했지만 원래 그 팀이 우리 부서에 하던 일이 독립되어서 나간 팀이라 들었다. 그러면 내가 입사하기 전부터 그분과 우리 부서와의 관계가 좋았을 테고 부모님 중 한 분이 돌아가신 건데 그냥 넘어가기가 찜찜했다. 새파랗게 어린 20대 막내사원이었던 나는 작지만 그래도 축의금 3만 원을 준비해 혼자 장례식장에 다녀오기로 했다.


장례식장이 집에서 좀 떨어진 곳이어서 운전연습을 한다는 핑계로 엄마와 함께 차를 끌고 가서 부조만 하고는 얼른 가봐야 한다면서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그런데 나중에 연휴가 끝나고 보니 다들 부조를 했는지 안 했는지도 모르겠는 데다 잘 몰랐는데 그분이 사내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크지 않았고 연휴에 상을 당했기 때문에 안 간 사람들도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그 뒤로는 이런 거 저런 거 생각하지 말고 나와의 업무/친분 관계 혹은 팀과의 관계 정도만 생각하기로 했다. 나의 축의금 원칙은 다음과 같다.


[결혼식]
회사동료 & 애매한 친구 : 5만 원
(-> 같은 팀이거나 친한 경우만 참석. 나머지는 불참. 실상 다른 팀에 친한 사람이 1도 없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불참이다.
주말에 옷 입고 화장하고 꾸미고 결혼식 갔다 오고 나면 반나절 순삭이다. 그러니까 돈 따지지 말고 와주면 감사하게 생각하자.)

친한 친구 : 10만 원 (가능한 참석)

완전 많이 친한 친구(일명 베프) : 20만 원 + 그 이상 (가능한 참석)

[장례식장] (가능한 참석)
회사동료 및 친구 : 5만 원
정말 친한 경우 : 10만 원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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