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도시에서 독립영화 보기 (5)

부산과 강릉을 여행하며 독립영화 보기

by 세니seny

다음 도시는 부산이다.


부산은 서울 다음으로 큰 도시라 영화관도 많고 도시 자체도 크다. 그래서 부산에는 아트씨어터 씨앤씨, 부산 국도예술관 등 독립영화관이 여러 개 있어서 어딜 갈지 고민했다.


그러다 검색을 해보니 영화의 거리에 멀티플렉스가 아닌 대영시네마라는 극장이 있었고 마침 보고 싶은 영화가 괜찮은 시간대에 상영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곳으로 가기로 했다.


부산의 영화관, 대영시네마. (2012.07)


오늘 보게 된 영화는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이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이었다. 아직 부산국제영화제는 가보지 못했지만 이 극장이 영화제 기간에 상영관으로 쓰이기도 했다고 한다. 역시나 평일 오전의 영화관은 한산했고 오늘도 조조영화로 저렴하게 영화를 봐서 기분이 좋았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 특성상, 데이트하는 커플과 어린이들과 그들을 데리고 온 부모가 대부분이었다. 영화는 전형적인 일본식의 감동과 스토리 라인을 가진 영화였다. 그래서 그런 건지 아니면 내가 피곤한 건지 영화 중간에 졸아버렸다.

마지막 도시는 강릉이었다.


강릉은 갈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다. 이제 꿀 같은 휴가도 끝나고 강릉까지 들르면 곧바로 다음날 출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에 가서 쉬고 싶은 마음이 금쪽같았다.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 내일로 여행인데 발권일 마지막까지 가능하면 기차를 타야겠다 싶었다. 강릉에는 신영극장이라는 독립영화관이 있다. 이곳은 이번에 처음 가봤지만 지난번에 강릉 여행을 갔을 때 시내 한복판 버스정류장명이 신영극장이라 기억에 남아 있었다.


이곳도 원래는 시내의 유명한 영화관이었다는데 멀티플렉스의 등장으로 인해 점점 사그라들다 폐관의 위기를 넘기고 독립영화관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하지만 강릉역에 열차가 연착되면서 나는 마음이 급해졌다. 1시 영화였는데 강릉역에서 극장까지는 걸어서 15~20분 정도가 걸린다는 계산이 나왔다. 촉박했다. 집으로 갈 때는 버스를 타고 갈거라 터미널로 가야 해서 역에 짐을 맡길 수도 없었다.


군장 같은 무거운 배낭을 메고 열심히 걸어 극장까지 갔고 상영 10분 전에 도착했다. 표를 샀는데 직원이 뭔가 포인트나 쿠폰 같은 걸 얘기하는 것 같았는데 나는 동네 주민이 아니라고 답했다. 로비는 작았고 곧 입장했다. 역시나 사람은 적었다.


강릉 시내의 작은 독립영화관, 신영극장. (2012.07)


오늘 볼 영화는 <해피해피 브래드>라는 일본 영화였다.


아까 로비에서 봤던 남자분이 들어와 스크린 쪽으로 가시더니 인사를 하고 말씀을 시작하신다. 알고 보니 이 분이 극장을 운영하는 분이셨다. 원래 극장에 가면 앞으로 상영 예정인 영화의 예고편이나 광고 등을 틀어주는데 여긴 그런 게 없고 본인이 직접 말로 하신다고 했다.


그러면서 팸플릿을 몇 장 들고 오셔서는 요즘에 상영하는 영화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지금 볼 영화에 대한 소개를 하시고는 영화를 보러 오지 않더라도 그냥 극장에 놀러 오셔도 된다고, 극장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아 말씀하셨다. 서울의 독립영화관도 어렵다 어렵다 하는데 지방은 얼마나 더할까?


<해피해피 브래드>는 카페 마니에서 사계절 동안 한 가지씩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 모인 영화다. 영화의 배경이 카페인 덕에 또 먹거리를 아주 세세하고 예쁘게 잘 찍어내는 일본 영화였기에 배고파 죽을 뻔했다. 심지어 스크린에서 빵 냄새가 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잔잔한 영화였지만 졸지 않고 끝까지 잘 감상했다.




이렇게 길고 길었던 나의 마지막 내일로 여행과 전국의 독립영화관 둘러보기는 끝이 났다. 중간에 계획이 바뀌어 두 편을 연달아 보기도 했고 그 덕에 나처럼 내일로로 여행하는 친구를 우연히 만나기도 했다. 계획과 달리 중간에 극장을 바꿔 다른 영화를 보기도 했으며 생일 쿠폰이 발급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즉석에서 써먹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 여행 콘셉트인 영화 보기와 관련은 없었지만 맨 처음 내일로 여행을 하면서 첫 번째로 갔던 도시인 안동에 들러 또그때와는 다른 여행자들과 안동찜닭을 먹고 월영교를 보고 왔다. 여전히 맛있었고 좋았다. 또 언제 이런 여행을 갈 수 있을까?


그렇게 나는 나의 만 25세에게 안녕을 고하고 만 26세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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