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도시에서 독립영화 보기 (4)

광주를 여행하며 독립영화 한 편 보기

by 세니seny

다음 목적지는 광주다.


기차로 전주에서 광주로 가기 위해서는 익산에 들러 환승을 해야 했다. 익산에 들러 바삐 환승통로를 지나가고 있는데 어디서 많이 본 익숙한 얼굴이 지나갔다. 내 친구 HJ를 닮았다.


아니, 저 사람은 HJ가 맞다고 확신했다. 반대 편으로 지나가는 HJ를 불러 세웠다. 맞았다. 완전 신기했다. HJ도 내일로 여행 중이라 시간 맞춰 기차를 타야 해서 급하게 사진을 찍고 헤어졌다. 아마 영화를 한 편 더 보지 않았더라면 만나지 못할 뻔했다.


광주에는 광주극장이라는 독립영화관이 있다. 그래서 원래는 이곳에서 영화를 봐야 했지만 시간대와 영화가 맞지 않아서 그냥 극장만 구경하고 오기로 했다. 광주역에 들러 가방을 놓고 금남로로 향했다. 지하철에서 내리니 엄청난 비가 쏟아졌다. 비를 헤치고 5, 10분여 정도를 걸으니 극장이 나왔다. 영화가 상영 중이라 로비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광주의 독립영화관, 광주극장. (2012.07)


로비를 둘러보았다. 대전아트시네마보다는 규모가 조금 컸고, 단관인 듯했다. 역사가 오래된 곳인지 일제 강점기 때 영화를 검열하던 직원이 앉던 임검석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사람들의 메모가 붙어있는 커다란 벽이 있었고 그 주변을 사진과 메모로 꾸며놓았다. 테이블에는 색연필과 종이가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쓰지 않고 나왔다.

광주에서는 다음날 아침에 영화를 봤다. 광주에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음을 고려해 아침 일찍 조조영화를 보기로 했다. 일요일 아침의 거리는 아주 한산했다. 예전에는 친구들과 일요일 아침 조조영화도 참 많이 봤었는데 그게 언제 적 일인가 싶다. 오늘은 광주 CGV에서 <미드나잇 인 파리>를 보기로 했다.


영화의 배경은 프랑스 파리로 재밌게 봤던 <환상의 그대>의 감독인 우디 앨런이 감독이라고 했다. 광주 CGV는 버스터미널과 붙어 있었다. 건물로 들어가서 2층에 있는 영화관으로 가서 티켓판매기에서 표를 끊었다. 그런데 뭔가 메시지가 떴다. 생일 관련 쿠폰이 발급되었으니 사용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렇지, 나는 만 25세 12개월 31일까지만 발권 가능한 내일로 티켓을 발권했다. 그 말인즉슨 나는 며칠 전 만 26세 생일을 맞이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래서 카운터에 가서 물어보니 생일 쿠폰으로는 작은 사이즈 팝콘 하나와 음료 두 잔인 콤보 세트가 무료로 지급된다고 했다. 어차피 아침도 안 먹었으니 잘 되었다 싶었는데 나는 혼자 왔으니 음료 두 잔은 필요 없었다.


그래서 직원에게 생일 쿠폰을 사용하겠다고 말하면서 음료 한 잔은 빼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 직원은 잘 못 알아듣고 ‘이 쿠폰은 원래 음료 두 잔인데요?’라고 했다.


나는 다시 한번 목소리를 크게 내서 또박또박 말했다. ‘혼자 왔으니 음료 두 잔이 필요 없다고요. 그러니까 빼 주세요.’라고. 직원은 매니저에게 속닥속닥 하더니 알겠다고 하고 팝콘 하나와 음료 하나만 건네주었다. 굳이 공짜로 받아가는 음료 한 잔 줄여주겠다는데도 왜 그러는지 조금 짜증이 났다.


그래도 팝콘을 들고 즐거운 기분으로 영화관으로 향했다. <환상의 그대>처럼 <미드 나잇 인 파리>도 아주 마음에 들었다. OST가 흐르는 도입부도 좋았고, 영화의 배경으로 파리의 곳곳이 나오는데 3년 전에 다녀왔던 유럽 여행 생각이 났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예술가들이 많이 등장했는데 그중에 반 정도는 알고 그 외엔 모르는 사람도 있어서 조금 아쉬웠다.


사람은 언제나(나만 그런가? 주인공 ‘길’처럼?) 흘러간 것에 대해 더 동경하고 위대하게 보는 마음이 생기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마 미래의 사람들은 현재의 우리를 과거로 생각하며 추앙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까 현재의 우리를 사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자. 조조영화를 보고 나오니 광주 양림동 거리를 둘러볼 시간까지 생겼다.


저렴한 가격으로 영화를 본데다 하루를 길게 쓸 수 있는 것 바로 이것이 조조영화의 좋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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