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이스라엘 전쟁에 대해
요코하마역 도착.
일본은 특히 규모가 큰 역은 우리나라 서울역 저리 가라일 만큼 크다. 수를 셀 수도 없는 상점가에다 여러 노선의 환승까지 겹쳐져 있다. 거기에다 우리나라에서는 잘 느끼지 못하는 국철과 사철 개념이 있어서 더 헷갈린다. 또 출구는 몇십 개인 경우도 허다해서 요코하마역 또한 매우 복잡하게 느껴졌다.
어찌어찌 표지판을 보고 요코하마 시영지하철을 찾아갔다. 중간에 표지가 하나 이상했지만 어쨌든 한방에 갔다. 그런데 표를 팔긴 하는데 오늘 무슨 행사가 있어서 표를 사도 버스를 많이 못 탈거라는 안내를 받았다. 그리고 내가 또 헷갈린 게 있었는데 이게 미나토미라이선이랑은 다른 거였다. 이해를 잘 못한 상태였는데 역무원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이해했다.
다행히 중심가에서 좀 떨어진 차이나타운이나 야마시타공원은 안 가기로 마음먹고 있었으니 다행이었다. 점심이나 먹고 코스모월드 관람차보고 아카렌가 창고 보고 오후 내내 시간이나 죽이다 도쿄로 돌아가기로 여행 계획을 변경했다.
점심먹으러 들른 북카페이자 식당(?)인 이곳은 카페 마루젠.
요코하마 시청 건물 2층에 마루젠에서 운영하는 작은 서점이자 북카페(지만 식사가능)에 왔다. 서점은 진짜 조그마한데 서점 구경도 구경이지만 그보다 여기에서 파는 하야시라이스를 먹어보고 싶어서 왔다.
허리는 좀 아프겠지만 혼자 앉을 수 있는, 의자가 높은 데스크석에 앉았다. 각자의 공간을 중요시하게 생각하는 일본인들답게 1,2인석용으로 된 자리는 이미 만석이었다. 그렇다고 여러명이 앉은 큰 테이블석에 혼자 덜렁 앉기는 싫었다.
하야시라이스는 우리나라에서 먹을 땐 별로 안 좋아했는데 여기서 먹은 건 뭐랄까 진한 카레 느낌이라 좋다. 나는 하야시라이스가 하이라이스랑 같은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다른 거였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최고의 반찬은 역시나 배고픔이다. 아침을 안 먹고 와서 그런지 더 맛있게 느껴진다.
갑자기 밥 먹으면서 든 생각.
이스라엘 사람들이 떠올랐다. 여행 후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곳이 내 나라이며 우리말을 쓰고 우리만의 문화를 이해하는 곳, 나를 나로 받아들여주는 곳이 있다는 건 매우 소중한 거다.
그런데 그들은 자신들이 믿어왔던 그 땅을 아주 오래전에 잃었고 그걸 되찾기 위한 싸움이니 눈이 뒤집어질 수밖에 없겠지. 제 아무리 미국, 영국 같은 유럽의 나라들, 아프리카, 호주 등 세계 어딘가에 뿌리내려 돈도 잘 벌고 잘 살고 있지만 자신들이 살고 있는 그곳을 결코 돌아가야 할 곳이라 생각지 않는다는 거다.
여행지에선 평상시와는 모든 것들이 다르다. 엘리베이터의 탑승 방향도, 거리에서 걷는 방법도. 그래서 여행지에서 느끼는 기쁨은 배가 되고 여행지에서 어렵거나 짜증 나는 일을 겪더라도 ‘그래, 나는 돌아갈 곳이 있어. 이건 잠깐만 참으면 돼.' 하고 넘기게 할 수 있는 힘이 있는 거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런 게 없기에 그리고 이제 막 그것들을 만들었기에 그렇게 투쟁하는 거겠지. 하지만 현실적으로 2000년 가까이 그 땅에서 떠나 있었고 이미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는 땅을 점령하는 것도 또 그렇게 하게 만든 것도 결코 잘하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전쟁은 소강상태만 있을 뿐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다. 만약 전쟁이 끝난다면 평화롭게 끝나는 게 아니라 어느 한쪽이 짜부가 되고서야 가능할 것 같다는 슬픈 예감. 이미 그 땅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늦어버렸다. 만약 이 전쟁을 비교적 평화롭게 멈추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정말 몇 년 치 노벨평화상을 몰아 받고도 남아야 한다.
아무튼 한강 작가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작가님의 이름은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읽은 적이 없다가 이전에 부커상 수상을 계기로 언론에 자주 언급이 되었다. 그래도 나름 스스로 책 읽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안 읽어보면 예의가 아닌 거 같아 <채식주의자>만 읽어 봤다. 다만 그 책이 조금 충격적이어서 다른 책들은 아직 손대지 못했는데 그 사이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셨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서 읽는 내 특성상 한강 작가님의 다른 책을 보려면 노벨문학상 열기가 식어야 그래서 도서관에 책이 남아 있어야 읽을 수 있을 테니 한참 걸릴 것 같다. 어쨌든, 다시 한번 작가님의 수상을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