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님의 번역본을 일본 여행에서 발견했을 때
2024년 10월의 도쿄여행 이야기.
도쿄여행 6일 차에 접어들었다.
오늘은 도쿄 근교의 도시인 요코하마에 가는 길이다. 아무래도 10월이 되다 보니 일본도 해가 빨리 떨어진다. 그렇다고 여기만 갔다가 숙소로 돌아오기엔 아쉬워서 도쿄 시내 한복판에 있는 수영장에 또 들르기로 했다. 수영 마니아 다됐네.
도쿄 시내를 벗어나서 나오니까 오키나와나 오사카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갈 때처럼 지상철이다. 그래서 지하철 차창 밖으로 한가로워 보이는 일본의 전형적인 주택가 풍경이 보인다.
오늘도 가방은 무겁지만 연극 <해리포터와 저주받은 아이> 일본어판도 많이 많이 읽어놔야지. 도쿄 여행 일정 중에 해당 극본을 가지고 일본에서 연극을 상연하고 있어서 연극을 보러 갈 예정이다. 그래서 그전에 다시 한번 공연이 진행되는 언어인 일본어로 된 책을 다 읽고 가려고 생각 중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외국어에 있어서는 원어민이 아니므로 묵독을 하면 아무래도 의미 전달이 잘 안 되는 느낌이다. 그래서 원서는 항상 소리 내서 읽고 있지만 요새 묵독에 도전해보고 있다. 소리 내서 읽는 것보다 시간은 적게 들지만 집중력이 좀 떨어지는 거 같다. 이것도 습관이 들면 괜찮아지려나 모르겠다.
나는 외국으로 여행을 가면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보는 편이다. 도쿄여행을 온 지금이 우연찮게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가 나고 2주 정도밖에 안된 시점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도서관도 그렇고 서점에도 작게나마 한강 작가님의 코너가 마련되어 있었다. 그래서 진열되어 있는 일본어로 번역된 책을 들춰서 읽어봤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분명 일본어로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는 이해가 되었지만 한국어 원어민 화자로서 분명 책에 실린 문장들은 이게 아닐 텐데 하는 생각이 스쳤다. 물론 번역된 책으로도 의미 전달은 다 된다. 하지만 나에겐 뭔가 부족하게 느껴졌다. 染み込む(스며들지) 하지 않는 느낌.
물론 외국어로 책을 읽을 수 있는 것도 대단하고 번역 없이 그걸 직접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엄청나게 좋은 일이지만 원어민처럼 이해하려면 높은 수준에 도달해야 된다. 나는 여러 외국어를 건들고 있지만 지금은 한국어 외엔 그런 경지에 도달한 언어가 없으니 오직 나는 우리말로 된 책만을, 그곳에 나온 감정들과 문화적 배경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그러니까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책을 번역 없이 직접 느낄 수 있다는 건 정말 엄청난 일인 거다. 서점에서 책을 들춰보다 일본어 공부를 위해 그리고 이번 일본 여행 기념으로 한강 작가의 일본어 버전 책을 사 올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곧바로 그 생각을 접었다.
나는 앞으로도 여러 외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겠지만 우리말로 된 책이 있다면 그건 가능한 우리말로만 읽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