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유럽여행기 : 여행에 닥친 수많은 불운 (4)

돌아오는 비행기에선 아기의 울음소리가...

by 세니seny

하지만 집에 도착할 때까지 여행이 끝난 것은 아니다. 여행자보험에 가입할 때 적는 여행 종료시간도 비행기 하차예정시간이 아니라 ‘집 도착 예정 시간’이니까.


한국으로 돌아오기 위해 탑승한 마지막 환승편 비행기. 뭣도 모르고 처음으로 배냇 시트 앞 좌석을 예약했다가 결국 자리를 바꿔주게 되었다. 그런데 그분들이 다 가족이었던지라 바꾼 자리 옆에도 아기가 앉아 있었고 아기는 착륙할 때 안전벨트를 매지 않겠다며 엄마를 패며 고막이 찢어질 듯이 괴성을 질러대며 울었다.


그렇게 어찌어찌 여행은 마치고 한국에 무사히 도착했다.


연결편 비행기를 놓쳐 강제로 1박을 한 암스테르담은 작년에 여행해 본 곳이었기에 그래도 많이 낯설지 않았다. 물파스는 여행 시작부터 새 버리는 바람에 한 번도 쓰지못하고 버렸지만 다행히 모기에 안 물려서 쓸 일이 없었다. 드라이기가 없었던 바르샤바에선 그나마 여름이라 머리를 건강하게 자연 바람에 말리는 게 가능했다. 게다가 국내에서 보기 힘든 조성진의 연주를 현지에서, 그것도 그가 우승한 쇼팽 콩쿠르가 열린 바르샤바에서 들었다.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에서 봤던 무료 불꽃놀이. (2018.08)


원래 우산을 잘 챙겨 다니는 편인데 그동안 살면서 이렇게까지 비를 쫄딱 맞은 건 처음이었다. 심지어 숙소에 놔두고 온 트렁크에 우산과 우비까지 있었는데.


그래도 그날 저녁,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 근처의 강변으로 나가서 봤던 불꽃놀이는 아름다웠다. 비록 탈린 숙소의 침대는 무너졌지만 다치지 않았고 빈 방이 있어 방을 바로 옮길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여행의 시작에서 냄새나는 물파스가 터진 것과 달리 돌아오는 길에 가방 안에서 터진 로션은 좋은 향기를 남겼다. 옆자리 아기는 시끄럽게 울어댔을지언정 비행기는 무사히 착륙했다.


이번 여행은 정말이지 불운의 연속이었다.

원래 여행지에 가면 계획했던 것과 다른 일들이 벌어지는 건 다반사고 낯선 환경에 당황하거나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마련인데 이번엔 유독 더 그랬다. 그런데 나는 또 그런 분위기에 휩쓸려서, 내 운이 다 소진되어서 내가 이 꼴이 된 게 아닌가 하며 실체도 없는 운을 운운하고 탓했다.


그렇지만 다 소용없는 일이었다. 내가 콘서트에 당첨된 건 그저 몇십만 분의 일의 확률에 당첨되었을 뿐이고 내가 싫어하던 그 사람이 퇴사하게 된 건 나의 운이 적용되어서 그렇다기 보단 다수의 구성원의 불만이 모여 그렇게 된 결과였을 것이다.


운을 탓하고 여행지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불만을 가지기보다 그것을 받아들이고 흘러가는 시간을, 그 순간들을 소중히 여겨야 마땅했다. 내 마음가짐이 잘못되어 있었던 것이다. 비단 그건 여행지에서만 그런 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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