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뒤로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
여기서 끝날 줄 알았겠지만! 이들 중 한 명이 나랑 3일째 일정이 똑같아서 혹시 그쪽에 오게 된다면 연락하라고 했다. 나도 그냥 별생각 없이 전화번호를 준 건데 진짜로 3일째가 되어서 연락이 왔다. 그렇게 우리는 강릉시에서 다시 만났다. 기차를 타고 태백으로 향했다. 원래는 기차역에서 버스를 타고 관광지로 이동할 예정이었지만 기차가 연착되는 바람에 열나게 버스 정류장까지 냅다 뛰었으나 버스는 이미 출발한 뒤였다. 어떻게 할까 하다가 거리가 많이 멀지 않다고 해서 택시에 탔다.
사실 이틀째인 어제 택시에서 좀 안 좋은 일을 당할 뻔하고 마음이 좋지 않았는데 그나마 생판 모르는 택시기사보다 하루 같이 여행한, 지금 내 옆에 앉아있는 이 낯선 이와의 동행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괜히 안심이 되었다. 만약 내가 또 혼자 택시에 탔다면 어제와 같은 일을 당하지 않았을까? 하는 괜한 생각까지도 했다. 하루 같이 여행했다는 그게 큰 힘을 발휘했다.
우리는 그렇게 태백의 바람의 언덕을 걸어서 같이 구경하고 내려와서 늦은 점심을 먹고 각자의 여행 일정을 위해 헤어졌다. 헤어지면서 문자로 여행 같이 해서 좋았다고, 고맙다고, 밥 사줄 테니까 꼭 서울 오면 연락하라고, 이런저런 말들을 했다.
신기한 건, 나의 경우 여행지에서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딱 여행지까지만,이었던 것 같다. 여행지에서의 서로 좋은 기억만 안고 그 뒤로는 연락하지 않는 것. 그게 무슨 철칙이라도 되는 듯이 말이다.
그 뒤로도 좋은 부분 동반 여행자들을 많이 만났다. 두 번째 내일로 여행에서 만났던 언니와는 순천만에 올라 일몰을 감상했고 다음날 일정에도 함께해서 송광사와 낙안읍성까지 같이 구경했다. 헤어지려니 섭섭했다. 물론 여행이 끝나고는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지만 카톡 프로필을 보면 이 언니도 여전히 열심히 돌아다니고 열심히 살고 있는 것 같다. (언니! 언제 청주 가게 되면 연락할게요!)
그리고 잠만 자러 들렀던 대구의 게스트하우스. 거실에서 인사를 하다 대구에는 무슨 일로 왔냐고 대화의 물꼬를 트다 밴드를 좋아하고 공연 보러 다니는 거 좋아한다고 해서 급 동질감을 느꼈던 두 살 아래 동생. 얘와는 여행 다녀온 후에도 연락을 했고 서울에서도 만나 공연장도 함께 갔었다. ‘요새 그거 예매 시작했던데 언니 가요?’ ‘너 그 공연 혹시 안 가?’라고.
혼자인 여행지에서 낯선 이와의 동행은 오히려 평소 친하다고 느꼈던 친구보다 더 친밀감을 갖게 한다. 나랑 전혀 다른 인생을 살고 있지만 어쩜 그렇게 나랑 똑같은 이유로 여행을 왔고, 같은 장소를 가봤으며, 어디가 좋고 어디는 별로며... 처음 만났다는 사실에 전혀 개의치 않고 동일한 화제로 할 말이 너무 많다.
사람과 친해지는데 시간이 걸리는 나도 여행지에선 그 벽을 조금 쉽게 허물 수 있는 것 같다. 앞으로는 어떤 여행지에서 어떤 사람들을 만날지, 어떤 낯선 이들과 함께 할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