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내 갈등의 서막이 올랐다
(2021년 시점에서 쓴 글입니다.)
우리 팀은 팀장님과 경력 10년 차인 나와 내 동료 그리고 작년에 입사한 막내 사원까지 총 4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팀장님은 재작년에 입사해서 우리 회사에서 오래 근무하신 건 아니지만 그동안 다른 회사에서도 오래 일하셨고 또 해외에서 근무한 적도 있으셔서 업무 경험이 풍부한 편이다.
동료와 나는 동갑이고 연차도 거의 비슷한 데다 둘 다 이곳이 첫 회사는 아니다. 그런데 성격도, 일처리 방식도 참 다른 편이다. 처음에는 잘 이해가 안 갔었지만-말은 안 해봤지만 그녀도 나처럼 생각하고 있을 듯-이제는 오히려 성격이 반대라 어떨 때는 서로 보완이 되는 점도 있어 나름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같은 팀에다 동갑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안 친할 수도 있나 싶을 정도로 딱 사무실 동료 관계로만 지내고 있다. 이건 사람들에게 선을 긋는 나의 문제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막내 사원은 작년에 입사했다. 동료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우리 밑에 직원을 둔 경험이 (거의) 없었다. 나는 나보다 나이 어린 직원들과 같은 부서에서 일한 적은 있지만 내가 정확히 그들을 가르치는, 1:1로 매칭된 사수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제 나와 동료는 업무를 가르치고 협력해야 하는 팀원을 두게 된 것이다.
특별한 방침이라고까지 할 건 아니었지만 우리는 막내에게 최대한 잘해주기로 했다. 막내는 중고 신입으로, 다른 회사에서 1년 정도 일한 적이 있어 회사생활을 아주 처음부터 가르치지는 않아도 되었다. 면접 볼 때는 차분한 듯했는데 실제로도 그래 보였고 적응도 잘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는 그녀에게 일을 잘 알려주고 또 이끌어 주는 게 목표였기 때문에 큰 소리를 내지 않았고 힘든 일이 있으면 항상 도와주려고 노력했다. 막내도 6개월 정도까지는 차분하고 노력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그 이후로는 회사에 잘 적응을 한 것인지 아니면 편하게 대해줘서인지 본래의 모습이 나오기 시작했다.
회사에 입사하고 나면 어느 날엔 집보다 회사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야근이 많아지는 기간에는 식구들보다 밥도 더 같이 많이 먹는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10년 정도 하다 보니 회사를 이직하거나 관두면 대부분의 사내 관계는 어느 정도 끝난다는 걸 이제는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에 적어도 회사에 다니는 동안에는, 그 기간만이라도 서로 잘 지내는 게 좋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막내 사원과 첫 갈등은 팀장님과의 사이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팀장님이 막내 사원에게 가장 많은 신경을 써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회사는 학교가 아니다. 우리는 일을 하러 이곳에 왔다. 무조건 우쭈쭈 해줄 수만은 없다. 실수한 게 있다면 고쳐야 하고 서로 협조하고 해결하는 방향을 찾아나가야 한다.
회사 내의 문제는 수학 문제처럼 깔끔하게 답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다른 팀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팀장님은 최대한 다른 팀에 맞서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그런 팀장님을 보고 있자면 나라면 저렇게까지는 못하겠다 싶을 정도로 잘해주셨다. 그런 팀장님이기에 든든하니까 믿고 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내 사원은 팀장님에게 약간만 혼나거나 언성이 높아지는 상황이 되면 울었다. 때로는 팀장님이 상황에 맞지 않게 언성을 높인 적도 있었기 때문에 그때는 무조건 팀장님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팀장님께 막내에게는 특히 조심해서 말을 하시는 게 좋겠다는 조언을 하기도 했었고 팀장님도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하셨다.
그런데 이번에 막내와 동료 사이에 트러블이 생겼다. 막내는 동료 바로 옆자리에 앉아있다. 나보다는 동료의 일을 많이 서포트하고 또 그쪽에서 인수인계도 많이 받고 있다. 그런데 둘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막내가 많이 징징대는 느낌이었고 싸우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의 대화가 오갈 때가 가끔 있었다. 그래서 슬쩍 파티션 너머를 보면 싸우는 건 아니었지만 비슷한 상황들이 많이 보였다.
동료는 좋게 말하면 자기가 맡은 일, 자기에게 주어진 일만큼은 책임감 있게 잘하려고 한다. 그런데 그걸 뒤집어서 말하면 정말 '자기가 맡은 일만' 하는 스타일로 팀원을 챙겨주거나 도와주는 일에는 거의 나서지 않고 그런 걸 못하는 편이다.
그런 그녀도 막내에게는 그녀답지 않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대응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동료와 막내 사이에서도 말다툼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서로 사과하고 넘어갔다고는 하는데 막내는 나한테 이 사건에 대해 전혀 말을 하지 않았다.
나중에 동료에게 그때의 상황을 들어보니 그건 나라도 화가 났을 만한 상황이었다. 동료는 자신은 여태까지 할 만큼 했다고, 앞으로는 가능하면 사적으로 안 얽히고 일로서만 대할 거라고 했다. 전에는 같이 점심도 먹고 회사 끝나고도 만났었는데 이제 그런 걸 같이 하지 않겠다고 했다.
막내는 상대적으로 나랑 부딪치는 일은 많지 않다. 하지만 나도 그런 태도는 조금씩 느껴왔었다. 자기가 딱 하고 싶어 하는 일만 하려고 하고 일이 조금만 몰리면 사람들 앞에서 짜증을 내서 상대방을 무안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채용공고에도 그렇고 면접 볼 때도 분명히 일반적인 회계팀 업무 외에도 부수적으로 주어지는 업무가 있다고 명시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팀장님 면전에 대고 그 일을 하기 싫다고 하면서 '그건 안 하면 안 돼요?' '다른 사람 뽑으면 안 돼요?'라고 당돌하게 말했다.
자기야, 지금 네가 앉아 있는 그 자리는 원래 없는 자리였는데 회계팀 업무와 그 부수적인 업무를 담당할 사람을 찾기 위해 만든 거야. 그나마 그 부수적인 업무를 공고에 넣지 않았다면 생기지도 않았을 자리였어. 도대체 아무런 대책도 없이 포지션의 근간을 흔들어버릴 이야기를 하면 어쩌자는 거야.
<MZ세대의 반란인가 단지 개인의 문제인가 (하)>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