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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니seny Jul 05. 2024

MZ세대의 반란인가 그저 개인의 문제인가 (중)

막내사원의 충격발언... 과연 그녀와 계속 일할 수 있을 것인가

<MZ세대의 반란인가 그저 개인의 문제인가 (상)>에서 이어집니다.





     신입사원들이 하는 흔한 착각이 있다. 회계/재무팀에 들어오면 입사하자마자 어마어마한 보고자료를 만들고 회사의 자금 상황을 관장하며 자신이 나서서 회사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일을 하리라 생각하는 것.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큰 회사에 들어가면 계정을 하나 맡아서 그것만 전표를 치는 경우도 허다하고 숲을 보는 업무보단 나무만 보는, 반복적인 업무들이 상대적으로 많다. 나 또한 그랬었다. 그래서 내가 도대체 여기서 뭐 하고 있나? 란 생각을 수도 없이 했었다.


     지금 하는 업무들이 허드렛일 같아 보일 수 있고 반복적이고 도움이 안 될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직접적인 도움은 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배운다.


     우리 팀은 세법, 회계 규정에 맞게 일을 처리한다고 깐깐하게 굴다가 다른 팀 하고 트러블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 트러블을 만들지 않도록 사람들을 잘 꼬시는(?) 방법이라던가 증빙을 받아내는 방법, 협업을 하는 방법과 같은 것들을 익힐 수 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그 일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야 팀원끼리 업무를 교체하거나 좀 더 상위 레벨의 업무를 맡기는 것이다.


      막내 사원은 일한 지 이제 고작 1년이 지났을 뿐이다. 게다가 더 실망스러운 일이 있었다. 팀장님 위에 있는 본부장님께서 지시한 일이 있었다. PPT 자료를 만드는 일이었는데 팀장님께서 본부장님께 보고하기 전에 본인이 리뷰하게 좀 보자고 했단다.


     참고로 팀장님은 내가 쓴 기안도 고치는 분이다. 경력 10년 차에 기안 수정을 받는다는 건 실력이 없다는 것을 내보이는 것만 같아 처음에는 부끄럽고 쪽팔리게 느껴졌다. 하지만 팀장님이 본인 시간을 들여서 결재자 입장에서 보기 좋게, 깔끔하게 핵심내용이 들어가도록 고쳐주시는 것은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팀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이후로는 수정사항이 많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 신경 쓰기도 했고.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좋은' 또 '괜찮은' 피드백을 받기란 쉽지 않다. 팀장님은 본인의 시간을 들여서 그런 걸 잘해주는 분이다. 팀장님은 그런 의미에서 막내 사원의 PPT를 보고 본부장님 결재에 들어가기 전에 봐주려고 했을 것이다.


     앞으로 이런 일이 많을 테니 어디에 포인트를 두고 하면 좋을지 알려주려는 의도였겠지. 그런데 막내는 그 업무를 본부장님이 시켜서 하긴 하지만 하기 싫어했다. 그리고 팀장님이 PPT 파일을 보고 이거는 이렇게 저렇게 고치라고 하니까 이렇게 말했단다.



팀장님,
그냥 이거...
 제가 만든 대로
 보고하면 안 돼요?



      그녀는 팀장님의 시간과 노력과 성의를 무시했다. 사실 본부장님이 보는 포인트는 또 다르기 때문에 막내가 작성한 자료를 가져가도 크게 뭐라 하지 않으셨을 수도 있다. 그래서 사실 그냥 보고해도 상관없었다.


     그런데 막내가 계속 우리 회사만 다닌다는 보장도 없고 본부장님이 다른 사람으로 바뀔지, 보고 대상이 다른 사람이 될지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신입사원 때 그런 걸 지적해주지 않으면 피드백을 받을 시기를 놓쳐버린다.


     할 말을 못 하고 있는 것도 답답한 거지만 이건 도를 지나쳤다. 이걸 나중에 전해 들은 나까지도 기분이 나빴다. 전부터 팀장님과 트러블이 있었을 때도, 팀장님 잘못이 80이라면 막내의 잘못이 20 정도로 팀장님 잘못이 더 크다고 생각했었다. 막내도 잘못한 점이 있지만 그건 윗사람인 팀장님이 잘 품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건 아닌 거 같다.


      9 to 6 근무는 중요하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이니까. 그런데 자기가 하는 일은 마치고 가야 하지 않을까? 처음에는 좀 그런 거 같더니 나중에는 무슨 일만 주려고 하면 일 많다는 식으로 얼굴에 불만을 드러냈다. 지금은 배우는 시기인데 지금 일을 해보지 않으면 뭐가 더 좋은지 아닌지, 자신에게 잘 맞는지 아닌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서브 업무라는 것도 해놓으면 도움이 안 될 것도 없다.


     나는 그동안 그녀를 매우 좋게 봤고 일이 많아서 힘들고 고생하는구나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게다가 회사 내 다른 사람들한테서 들려오는 피드백도 좋지 않았다. 말투가 공격적이고 싸가지없게 느껴진다고 했다. 누구에게나 짜증 나는 상황은 생긴다. 다 성격 있다. 그런데 그녀는 그 짜증을 온전히 상대방이 느끼게 행동하고 있었다.


     생각을 고쳐먹지 않는 한 그녀는 이곳을 나가야 하는 게 맞을 거 같다. 그래야 그녀도 편하고 우리도 편할 테니까. 사람은 같이 일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막내가 그만두면 사람도 다시 뽑아야 하고 나한테도 일이 떠맡겨질 수 있으니 그냥 다녔으면 하지만 자기가 마음을 고쳐먹지 않으면 계속 이런 식으로 분란을 일으킬 뿐이다.


     서브업무에 대한 태도도 그렇다. 회사 매출이 좀 더 좋아지고 상황이 좋아진다면 이 서브 업무가 따로 독립되거나 별도의 부서가 생길 수도 있다. 자기가 그 업무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취할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잘해보려고 한다면 이것저것 더 알아보고 자기 것으로 만들 것이고 자꾸 내 일도 아닌데라고 생각하고 계속 선을 그으면 그런 태도가 일에 바로 반영될 것이다.


이런 나는 꼰대일까?

이건 그녀가 속한
MZ세대의 문제일까?

아니면 팀워크라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그녀 개인의 문제일까?


<MZ세대의 반란인가 그저 개인의 문제인가 (하)>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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