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타워를 바라보며 서울시내 중심에서 짧은 도보 산책하기
(2015년 시점에서 쓰인 글입니다.)
두 번째 회사 퇴사를 막 앞둔 출근 마지막 주였다. 나는 그 주 금요일까지만 출근 후 돌아오는 일요일부터 3박 4일간 오사카-교토 여행을 할 예정이었다. 나의 첫 해외 자유여행이 바로 오사카였지만 당시엔 여행사를 낀 에어텔 상품을 예약했었고 날씨가 무더운 8월 초 1박 2일이라는 짧은 일정이어서 여행에 대한 제대로 된 기억이 없었다. 새 회사로 이직하기까지 딱 1주일 정도의 시간이 생겨서 오사카에 교토까지 아우르는 자유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오사카는 이미 가본 적이 있어서 안 해본 걸 찾다가 오사카에 있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USJ)에 가보기로 했다. 해리포터를 테마로 한 놀이기구와 호그와트성 모양을 한 건물까지 있어서 아직 영국에 가보지 못한 해리포터 팬인 나에게는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여행사를 통해 USJ 입장권을 구입했다. 입장권은 우편으로 받거나 직접 수령할 수 있었는데 나는 여행사에 직접 방문해 수령하는 방법을 택했기 때문에 퇴근 후 숙대입구역 근처에 있는 여행사에 방문했다.
버스에서 내려서 여행사 건물까지는 잠깐 걸어야 했다. 직장인들로 가득한 강남에 있다가 대학교 앞인 동네로 오니 확실히 대학생들이 많았다. 젊은 애들이 부럽긴 하지만 한편으론 부럽지 않기도 한 미묘한 마음이 있다. 여행사에 들러 신청한 패스를 받아 밖으로 나온다. 여행사 건물이라 그런가 건물 모양마저도 감각적인 느낌이다.
여기까지 온 김에 서울역 환전센터에 가서 환전을 하기로 한다. 버스를 타도 되는데 거리가 조금 애매하기도 하고 아직 해가 다 지지 않아서 걷기로 한다. 이럴 줄 알고 운동화를 신고 온 건 아니지만. 왼편에 지하도가 있는 횡단보도 앞에 빨간불을 보고 멈춰 섰다.
횡단보도에 서서 오른편을 보니 남산타워 아니 서울타워가 서 있었다. 남산타워라니, 나이 먹은 거 티 내는 것도 아니고. 내가 어렸을 때에는 남산타워였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언제쯤인지 N서울타워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하지만 나에게 이 타워의 이름은 남산타워라는 명칭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이렇게 무의식 중엔 처음의 기억이 흘러나오곤 한다. 아직 해가 완전히 지지 않아서 타워의 불도 어설프게 켜져 있었다. 스타벅스 남산타워(그냥 내 마음대로 하련다)굿즈에서 봤던 것처럼 남산타워 옆에는 에펠탑 모양을 한 조그마한 철탑도 보였다.
서울에 살면서
이 어스름한 시각에,
남산타워를 멍하니 바라볼 일이
앞으로 몇 번이나 있을까?
그래서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기 기다리는 그 1,2분여의 시간을 나는 온전히 타워를 바라보는데 쓰기로 했다. 하루 종일 모니터를 쳐다보느라 피곤해져서 뻑뻑해진 눈을 최대한 느리게 감았다 떠보려고 애쓰지만 빠른 생활에 익숙해진 내 몸이 그걸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도 최대한 오래 바라본다.
이제 신호등이 바뀐다. 횡단보도를 건너면서도 괜히 고개를 돌려 한 번 더 바라본다.
숙대입구역에서 서울역은 직선거리로 약 1km 정도 된다. 그냥 직진하면 된다. 거리는 지저분하고 오토바이 가게들이 많다. 역에 가까워질수록 노숙자들이 하나둘씩 어디에선가 나온다. 가급적이면 그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가끔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빌딩들 사이로 여전히 남산타워가 내 시야에 들어오는지 확인한다. 시간이 갈수록 주위는 점점 더 어두워지고 타워를 밝히는 불도 하나둘 늘어간다. 그렇게 서울역에 도착했다.
한 달 뒤 오늘에도 서울역에 올 것이다. 오늘 아침에 한 달 뒤 오늘이 될 10월 8일 부산행 기차를 예매했다. 한글날이 있는 짧은 연휴를 이용해 부산국제영화제에 들르고 강릉에서 하는 솔루션스 전국투어 공연을 보러 갈 예정이다. 그땐 새로운 회사에 입사해 9월 마감을 끝냈을 터인데 과연 어떤 기분으로 서울역에 기차를 타러 올지 궁금해진다.
역으로 들어가려는데,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선택해 걸어 올라간다. 내 앞엔 노부부에 가까운 중년부부가 무거운 짐을 양쪽에서 받쳐 들고 계단을 오르고 있다. 이런 모습은 참 보기 좋다. 함께 보내온 세월이 아니고서야 생길 수 없는 유대가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곧 그만둘 이 회사에서 대리님들과 힘든 시간을 함께 견디면서 생긴 유대감 때문인지 유독 이 헤어짐이 아쉽다.
역은 언제나 떠나는 사람들과 되돌아오는 사람들로 붐빈다. 나는 몇 번 와봤던 기억을 떠올려 에스칼레이터를 두 번 타고 내려가 우리은행 환전센터에 도착했다.
야속하게도 지난달까지만 저렴했던 엔화가 폭등해서 원화와 교환비율이 1:1을 넘어서고 있었다. 그래도 USJ 입장권도 받아왔고 환전도 마쳤으며 보조배터리도 오늘 배송이 되었다고 하니 여행 준비가 착착 끝나가는 느낌이다.
이번 주말부터 여행이 시작된다.
2년간 수고한 나에게 주는 소중한 선물이 되길 바라며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