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사적인 걷기 (6) : 강남역에서 신논현역 걷기

나는 궁금한 게 있으면 서점에 간다

by 세니seny
강남역에서 신논현역으로 가는 큰 길인 강남대로. 항상 차도 많고 사람도 많다.


2호선 강남역과 9호선 신논현역 사이는 버스를 타기엔 거리가 애매해서 이 두 곳 사이를 왔다 갔다 할 때는 꼭 걷게 된다. 특히나 이 길은 나에게 강남역에서 출발해 신논현역에 있는 강남 교보문고에 갈 때 걷는 길로 정해져 있다.


퇴근시간 한 시간 전인 4시.
하늘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무서운 기세로 비가 쏟아졌다.

5시에 퇴근.
그런데 언제 그렇게 비가 왔었냐는 듯 비는 싹 그쳐있었다.

강남역 지하상가에서 밖으로 나오니
비가 내렸다는 증거는 바닥에 고여있는 물과
이파리에 맺힌 물방울 밖에 없었다.

지금은 유월이니까 나루(naru)의 <June Song>을 들으며 강남대로를 걷기 시작한다.


비가 갠 오후, 유월의 어느 날. (@강남대로, 2021.06)


보라색 꽃에 맺힌 물방울만이 좀 전에 비가 왔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강남대로, 2021.06)


이 길은 언제나 사람이 많다. 강남역으로 가는 사람도 많고 반대 방향인 신논현역으로 가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길이 넓은데도 불구하고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도록 신경 쓰며 걸어야 한다.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내 앞에 걷는 누군가의 뒤를 따라서 걷는 것이다. 그 사람이 알아서 길을 터주니까 나는 그 사람만 잘 따라가면 된다. 그렇게 한 명을 몰래 붙잡고 따라가고 있었는데 빗방울이 맺힌 꽃 사진을 찍는 사이 내 앞을 걸어가던 그녀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강남역은 신분당선이 들어오면서 출구번호가 대대적으로 개편되었다.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나서 찾아보니 2011년이다. 20대 초반에 강남역에 자주 오지는 않았었지만 그래도 뉴욕제과가 있었다던가, 타워레코드가 있었다더라 하는 것은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다.


가수 허민의 <강남역 6번 출구 앞>을 들으면 자동적으로 그 시절의 내가 떠오르곤 한다. 노래 제목의 강남역 6번 출구는 현재 강남역 10번 출구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출구 중 하나이다.


내게만 멈춰버린 시간
다른 이는 시곗줄처럼
어디론가 다들 바쁘게 사라지고 있는데

늘 너만 기다리던 이곳
다른 이는 의미 없는 곳
이젠 더 이상 니가 없는
강남역 6번 출구 앞


<강남역 6번 출구 앞>, 허민


한참을 걸어 교보문고에 도착했다. 서점은 언제 와도 마음이 편안하다. 다만 한 가지 바라는 게 있다면 대화를 해도 좋은데 조금만 조용하게 대화를 하면 좋을 것 같다. 오히려 손님들은 조용한 편이었는데 일하시는 직원들이 매장에 배경음악으로 깔아놓은 클래식 음악보다 더 큰 목소리로 대화하고 있어 조금 거슬렸다.


오늘 서점에 온 목적은 두 가지였다. 공공기관 입사 준비를 위한 NCS 책이 어떻게 생겼는지 볼 것 그리고 최근에 관심이 생긴 사서에 대한 책을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나는 책을 좋아하고 중학교 때부터 도서관을 들락날락했었다. 왜 그 영화 러브레터에 나왔던 것처럼 책 뒤쪽에 도서관 대출반납 카드를 쓰던 시절부터 도서관을 다녔는데도 사서란 직업에 대해 한 번도 생각을 하지 않았던 나 자신에 놀랐다. 대체 왜 사서란 직업에 대해서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그건 아마 도서관에 ‘사서 선생님’이라는 존재가 없었거나 사서로 일하시는 분들이 전면에 드러나지 않고 숨어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짐작할 뿐이다. 만약 내가 좀 더 어렸을 때 사서란 직업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면 그래서 전공으로 택하거나 관련된 분야로 일을 시작했다면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사서가 되려면 준사서 자격증 또는 정사서 2급 자격증을 취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처럼 이미 대학을 졸업한 사람의 경우는 대학교 부설 평생교육원이나 대학원에 석사 과정으로 입학해 사서 자격증을 취득하는 코스가 있다고 한다. 그나마 평생교육원이 대학원에 비해 학비가 저렴하지만 학사 과정 때의 성적순으로 학생을 선발한다고 한다.


간절하면 어떻게든 된다고든 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나는 나이가 먹었고 사서로는 무경력자이다. 사서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선 여러 가지를 따져봤을 때 평생교육원에 입학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데 최근 몇 년 사이에 경쟁이 심화되어 경쟁률이 치열하다고 한다. 나의 학점은 3.73/4.5로 특별히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고 생각해왔는데 이게 걸림돌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여태까지 일반 회사에 입사지원을 할 때 학점으로 불이익을 느낀 적은 없었다. 평생교육원 측에서 정확히 밝히진 않았지만 문헌정보학과 입학 커트라인은 내 학점보다 위쪽에서 형성되고 있는 듯했다. 이런 곳에서 대학 성적의 쓴맛을 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물론 대학원에 입학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석사 2년을 공부하기 위해 들어가는 수업료와 아웃풋을 생각했을 때 그 정도까지 시간과 돈을 투자하기엔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어느 일이나 그런 부분이 있겠지만 사람들이 사서에 대해 생각하는 것과 실제 업무, 대우 등은 다르다고 한다. 그래서 실컷 검색을 해본 후에 이건 안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싶어 사서교사를 하고 있는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그녀는 내가 찾아본 것과 비슷한 이야기들을 해주었다. 이 고민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았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고 그녀는 내게 책을 하나 추천해주면서 한번 읽어보라고 했다. 그래, 역시 서점에 가야겠어.


정보를 얻는 방법엔 여러 가지가 있다. 요즘은 스마트폰을 켜고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는 게 가장 빠르다. 나는 인터넷으로도 정보를 찾지만 동네 도서관에 가서 책을 찾아보기도 한다. 물론 서점에도 간다. 책을 찾아보는 건 시간과 발품은 들지만 좀 더 정제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망망대해의 인터넷 바다에서 어지럽게 널려있는 정보와는 달리 책은 눈에 잘 들어오게 정리가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책의 단점은 실시간으로 정보를 수정할 수 없어서 시간의 흐름을 반영할 수 없기에 시대에 뒤처진 정보도 많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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