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사적인 걷기 (6) : 강남역에서 신논현역 걷기

평생교육원 문헌정보학과 지원 결과는?

by 세니seny

'지극히 사적인 걷기 (5) : 강남역에서 신논현역 걷기'에서 이어집니다.



사서교사인 친구가 추천해준 책을 읽는답시고 서점에 왔다. 그래, 나라면 궁금한 게 있으면 진작 서점에 왔어야지. 아쉽게도 친구가 추천해준 책은 재고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다른 책을 찾아봤는데 의외로 사서의 삶에 대한 책들이 꽤 있었다. 에세이도 있었고 취업진로 안내서 같은 느낌의 책도 있었다.


처음엔 가볍게 에세이를 읽어보려고 했는데 내가 원하던 느낌은 아니어서 패스하고 차라리 정보를 주는 책이 나을 거 같아 붙잡고 읽기 시작했다. 자료를 규칙에 맞게 정리하고 배열하는 사람들답게 진로에 관련된 서적들이 꽤 깔끔하게 잘 나와있었다. 내가 인터넷에서 본 내용도 많았지만 책으로 정리된 내용을 읽으니 확실히 머릿속에 잘 들어왔다.


사서라는 직업이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한 며칠 전에는 혼자 흥분의 도가니에 휩싸여 '그래, 제2의 직업으로 사서를 하는 거야' 하며 마음속에 갑작스레 불꽃이 확 타올랐다. 하지만 하루 이틀 시간이 흐르고 정보를 찾아보다 보니 현실과 타협하게 되고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른 면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그 불꽃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자취를 감추었다. 하지만 오늘 서점에 가서 책을 읽고 나니 그 불꽃이 약하게나마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


여행지에 가서도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고 싶어 하는 내가 이상한 게 아니었구나. 물론 본격적으로 도서관 투어를 하자고 작정하고 간 건 아니지만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에 갔을 때도 북카페를 찾아갔고, 라트비아의 리가에 갔을 때도 도서관에 갔었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도 대학교 도서관에 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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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라 서점 카페 @ 부다페스트, 헝가리 (2016.09) / 현재는 폐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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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트비아 국립도서관 @ 리가, 라트비아 (2018.08)



그래서 꼭 사서가 된다기보다 문헌정보학을 공부하고 싶어졌다. 문헌정보학은 내가 요즘 관심 있었던 통계나 빅데이터 쪽과도 관련이 있었다. 문헌정보학에는 책을 십진법 등에 맞게 분류를 하는 것도 포함되다 보니 통계 쪽과도 전혀 연관이 없지 않았다. 신기했다.


<나는 도서관 사서입니다>라는 책을 쓰신 저자께서는 책을 좋아해서 사서가 되겠다는 사람이 많은데 사서라는 직업이 단순하게 책을 좋아하는 것보다는 민원인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서비스 정신을 가진 사람, 좀 더 적극적이고 쾌활한 사람인 것도 중요하다는 말을 했다. 그 문장을 보고 정곡을 콕 찔렸다. 사서는 나 혼자만 책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 책을 소개하고 책을 보러 오는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하는 공간에서 근무하는 전문가라는 게 포인트였다.


그런데 나는 그 포인트에는 부합하지 않는 사람인 거 같다. 그래서 섣불리 나 사서 할래,라고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사서 자격증은 취득해보고 싶어졌다. 그러고 나서 결정하는 거다. 그래도 사서를 해볼 마음이 생긴다면 진짜로 도전해보는 거고 아니면 그것만으로도 좋은 거고. 학점으로 보면 100% 서류 탈락각이지만 그래도 서류를 내보기로 했다.


집에 오는 길에 유튜브를 틀었더니 MBC에서 최근에 시작한 프로그램 <아무튼 출근>의 한 꼭지가 뜬다. 오늘의 주인공은 웨이브에서 일하는 콘텐츠 수급자다. 이렇게 많은 직업이 새로 생겨나는데 나는 그저 회사에 앉아 키보드만 두들기고 숫자만 바라보고 있었던 건가? 회계라는 업무는 누구든 뭘 하는지 대충은 알만한 일이고 어느 회사에나 있으며 그래서 누구에게나 생각해볼 수 있는 흔한 일이다. 그렇다고 이 일이 가치가 없냐고 한다면 그건 아니다. 회사의 경비 처리와 수익성 분석은 중요하니까.


그렇지만 영화 보는 걸 좋아하는 나도, 책을 좋아하고 분류하는 걸 좋아하는 나도 분명 있는데 왜 그런 쪽으로 직업을 찾아볼 생각은 하지 않았을까? 그저 월급이 나오는 직장에 안주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지금 다니는 회사에 입사할 때부터 사회생활 경력 10년을 채우기 전에 제2의 직업을 찾아서 지금 하는 일을 그만둬야지 생각했는데 어느새 10년이 훌쩍 넘어버렸다. 이제 나는 시간에 쫓겨 제2의 직업을 찾으려고 하는 중이라 마음이 급해져 버렸다.


내가 다니는 회사 자체가 나쁘다거나 팀원들이 별로라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냥 ‘나’만을 생각했을 때 내가 여기서 버틸 수 있겠는가? 회사를 다닌다면 어떤 생각으로 다닐 것인가? 에 대한 답을 생각했을 때 이 회사에 계속 다니고 이 업무를 계속하는 것과는 맞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에 이제라도 발버둥 쳐보는 것이다.






그래서 2021년 하반기에 평생교육원 문헌정보학과에 지원했다.

하지만 예상했던 대로 탈락하고 말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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