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보러 지나다니던 길이 출근길이 되었다
이 길에 대한 첫 기억은
취준생이던 2009년,
어느 면접날부터 시작되었다.
2009년, 나는 여름학기 졸업을 앞두고 있었고 미취업 상태였다. 그러다 인턴을 뽑는 어느 자리에 지원을 했고 다행히 인적성 시험을 통과해서 여의도공원 건너편에 위치한 그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가던 길이었다. 이 길을 지나 면접을 보러 갔고 면접장에서 한참을 기다리다 옆에 앉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그들은 최종합격자라는 자리를 노리는 적이었지만 동시에 취준생 동지이기도 했다. 다른 면접장에선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아무래도 면접을 오래 기다리다 보니 그런 건지 아님 그중에 한 분이 사람들을 잘 결속하는 능력이 있어서 그랬는지 이야기를 나누다 면접이 끝나고 같이 커피라도 한 잔 하고 가기로 했다.
면접이 끝나고 지하철역으로 돌아가려면 이 길을 지나야 했고 마침 이 길에 있는 건물 1층에 바로 커피숍이 보여서 커피숍에 들어가 음료를 한잔씩 시키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우리는 헤어졌고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
핸드폰 연락처까지는 주고받지 않았기 때문에 누가 최종에 합격했는지도 알 수 없었다. 나이가 한 살 정도 차이 나던, 활발하고 사람들을 잘 모으던 언니와 (이름은 까먹었다) 나와 동갑이었고 신방과를 졸업했다던 은영(이가 맞는지 모르겠지만 이 이름이 퍼뜩 떠올랐다)이는 잘 지내고 있을 거라 믿는다.
그 회사는 인턴을 뽑는 자리였는데 무려 3차 면접까지 있었다. 나는 1,2차 면접에 합격해서 최종인 3차 면접에 오라는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인턴'이라는 것이 무척 마음에 걸렸다. 6개월 뒤 정규직으로 전환이 될지 안 될지 알 수 없는 자리였다.
나는 그 정도로는 급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내가 정직원으로 입사해서 내 권리를 주장하는 것과 상대적으로 '을'의 입장인 '인턴'으로 들어가 내가 잘릴지 계속 다닐 수 있을지 저울질당하는 건 내 성격에 맞지 않았다. 그래서 3차 면접 제의를 정중하게 거절했다.
다행히도 얼마 지나지 않아 더 큰 회사에 정규직으로 입사하게 되었다. 그런데 신기하게 앞으로 다니게 될 회사가, 얼마 전 인턴 면접 본 친구들과 커피를 마셨던 그 커피숍이 있는 건물에 위치하고 있었다. 너무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런것마저 다 인연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 것과 별개로 회사생활은 고되었다. 처음 해보는 사회생활이었고 나는 그런 걸 또 어려워하는 타입이었다. 하루하루 적응하기 바빴다. 업무가 끝나고 나면 별걸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도 참 지쳤다. 그래서 나는 퇴근길에 건물 1층에 있는 커피숍에 들러 조각 케이크를 조지며 하루를 달래곤 했었다.
그렇게 바라 마지않던 취업이었는데, 검은색 정장과 평소에 잘 신지도 않아 어색한 굽 높은 구두를 신고는 이 건물 앞을 지나 종종거리며 걸어 다니면서 면접을 보러 다니고 제발 회사에 다닐 수 있게 해 주세요,라고 빌었는데 그 회사를 제 발로 걸어 나오고 싶어졌다. 그래서 3년을 다니고 스스로 회사를 나왔다.
다른 회사에 들어가서 깨달은 건, 회사란 조직은 어느 정도 다 그렇다는 거였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돈을 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나가 마음에 들면 다른 하나가 문제였고 팀장이 좋은 사람이면 팀원이 엉망이거나, 뭐 그랬다. 그러다 세 번째 회사에 입사했다.
이 세 번째 회사는 다시 여의도였다. 나는 여의도가 좋았다. 여의도에 대한 글은 이전에도 발행한 적이 있다. (https://brunch.co.kr/@lifewanderer/19) 이제는 회사와 나를 분리해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연차가 되었다. 회사는 내가 아니고, 나 또한 회사는 아니다. 그저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면 된다. 이 길을 종종거리며 걸어서 면접을 보러 다녔던 나를 생각하고 그 마음을 생각했다.
커피숍에서 동지이자 적이었던 친구들과 보낸 짧았지만 소중했던 시간 그리고 혼자서 나를 위로했던 시간들. 하지만 그 프랜차이즈 커피숍은 시간의 흐름에 맞게 자취를 감추었고 그 자리엔 다른 커피숍이 들어섰다.
프랜차이즈 커피숍은 어디든지 똑같은 간판과 똑같은 인테리어를 해놓고 영업하고 있기 때문에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건물의, 그 위치에 있던 '그것'이 사라졌으므로 나에겐 아쉬웠다. 나의 공간 하나가 통째로 사라져 버린 느낌. 난 서울을 좋아하지만 서울은 아무리 프랜차이즈 가게라도 한 자리에서 오래 살아남기 어려운 곳인 거 같다.
아참, 이 길은 네이버 웹툰 '길에서 만나다'에도 나온 적이 있어 보면서 매우 신기하고 또 반가웠다. 이 웹툰 또한 남녀 주인공이 여러 길을 걸으면서 나누는 대화로 이루어져 있는데 길의 풍경이 굉장히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어 그것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뉴스에 자료화면으로만 나와도 반가운 이 길.
여름엔 녹음이 우거지고,
매미가 시끄럽게 울고,
종종거리며 걸어서 면접을 보러 다녔던,
면접이 끝나고 내용을 복기하며 마음을 다잡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던,
신입사원이 되고 점심을 먹고 업무를 보러 돌아다니던,
퇴근하고 회사를 빠져나와 집에 가기 위해서 걸었던,
이 길을 쭉 따라 가면 드넓은 여의도공원이 나오는,
이 길을 나는 참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