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도시에서 독립영화 보기 (1)

25세에서 26세로, 마지막 내일로 여행 에피소드

by 세니seny

2012년 시점에 쓴 글입니다.


마지막 내일로 여행을 앞둔 이때만큼 만 나이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던 것 같다. “만 25세까지의 청년이 이용할 수 있는 7일간의 기차 자유 여행 티켓”이라는 문구에서 나는 이제 2012년 7월 X2일을 기점으로 만 26세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정확하게 하루 전날인 7월 X1일에 출발하는 티켓에 한해 발권이 가능했다.




X1일이 아닌 무려 X3일부터 출발하게 되었지만 어차피 직장인의 일반적인 휴가라는 게 3일 이상 내긴 어렵다. 그래서 주말 이틀에 휴가 3일을 붙여 총 4박 5일의 마지막 내일로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여전히 근무 중이고 바쁜 수요일인 X1일이었지만 이미 티켓 개시가 되었기 때문에 설레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생일 당일인 X2일도 오질라게 바빴지만 내일부터 여행이 시작된다고 하니 기쁘고 설렜다. 그렇게 마지막 내일로 여행이 시작되었다.


여태까지의 내일로 여행 컨셉은 ‘그동안 안 가본 곳 가보기’였다. 그 덕에 우리나라에서 안 가본 곳들을 참 많이 가보았다. 뭐 볼게 있겠느냐던 공업도시 울산은 공업도시인 덕택에 인구가 많아 도시가 깔끔한 편이었다. 태화강역에서 내려 장생포 고래박물관과 벽화마을을 구경하고 롯데백화점 옥상에 있어 텔레비전에까지 나온 유명한 관람차도 탑승하며 알차게 보냈다.


제2의 도시 부산은 그동안 이래저래 많이 들렀는데 이상하게 제대로 보질 않았다. 슬로시티라는 하동에도 들러 토지 마을도 보고 쌍계사에도 갔다. 하지만 슬로건인 슬로시티와는 다르게 기차시간과 버스시간에 쫓겨 재빠른 여행을 하느라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그리고 기차역은 없지만 주위 도시를 여행하는 김에 갔던 해남의 땅끝마을과 볼거리가 매우 많았던 통영도 기억에 남는다.

이번 여행은 콘셉트를 잡아보기로 했다. ‘맛집탐방’ 더 세분화해서 '각 지역 제과점 탐방’ ‘시장 탐방’ 등과 같은 주제를 가지고 여행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맛집탐방에 별 관심 없는 나는 어떤 주제를 가지고 여행을 할 것인가 고민하다 문득 떠올랐다.


영화를 보는 건 어떨까?
그것도 독립영화만.


여행 중에 영화를 본 전례가 있긴 했다. 김천-강릉 여행을 갔을 때였다. 하루 종일 김천에서 여행을 하고 밤 12시 기차를 타고 강릉으로 넘어갈 예정이라 저녁시간을 김천에서 보내야 했다. 낮에는 관광지를 신나게 돌아다녔지만 밤이 되고 나니 할 게 딱히 없었다.


그래서 밤에 김천 시내에 있는 '유일한 극장'이라고 소개되는 프리머스에서 영화를 보기로 했다. 서울 시내에 사는 나는 ‘유일한 극장’이라는 단어를 들은 적이 없어서 이 표현이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


그래서 찾아간 극장에서는 내 기억에 두 종류의 상업영화를 상영하고 있었다. 둘 다 마음에 안 들었지만 그중에 그나마 히트를 치던 ‘어벤저스’를 무려 3D로 보게 되었다. 하지만 역시 내 취향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이번 여행에서는 내 취향인 독립영화를 맘껏 보자!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래서 각 지역의 독립영화관을 방문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독립영화관은 지방에서도 대도시밖에 없었기 때문에 이번 여행에서는 주로 대도시를 방문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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