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여행하며 독립영화 한 편 보기
여행 테마는 정해졌다. 이제 각 지역에 어떤 영화관들이 있는지, 어떤 영화들을 상영하는지를 보고 계획을 짜야했다. 여행은 이동동선의 효율성을 고려해서 시계 방향 혹은 반시계 방향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이건 원래 하던 대로 서울로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돌기로 했다.
이번 여행의 중요한 변수는 바로 어떤 영화를 보는 것이냐였다.
각 극장에서 상영될 영화는 빨라야 열흘이나 일주일 전에 공지되기 때문에 마음을 졸였다. 각 도시마다 이동하면서 하루에 한편은 영화를 볼 텐데 제발 내가 가는 시간대에 마음에 드는 영화가 상영하길 그리고 다른 영화관과 상영하는 영화가 겹치지 않기 바랐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일정이 되었다.
7/X3 대전 : <두 번의 결혼과 한 번의 장례식> @ 대전아트시네마
7/X4 전주 : <폭풍의 언덕>, <술이 깨면 집에 가자> @ 전주독립영화관
7/X5 광주 : <미드나잇 인 파리> @ 광주 CGV / + 광주극장 구경
7/X6 부산 :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 @ 대영시네마
7/X7 강릉 : <해피해피 브래드> @ 신영극장
여행의 첫날, 대전역에 내려 점심으로 칼국수를 먹고 대전아트시네마로 향했다.
상영관은 단 두 개였고 극장 내에는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영화 관련 물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예전에는 일반 극장이었던 것 같은데 멀티플렉스의 영향으로 아마도 독립영화관으로 변모한 게 아닌가 싶었다. <두 번의 결혼과 한 번의 장례식>은 요즘 동성 연인과의 공개결혼으로 화제가 된 김조광수 감독의 작품이었다.
나는 동성애를 딱히 지지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입장이지만 아무래도 좀 불편한 감정이 들어 볼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개봉한 지 한 달 여정도 된 것 같은데 일반 관람객들의 평이 좋았다. 동성애자이건 이성애자이건 상관없이 괜찮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그래서 그 평을 믿고 보기로 결심했는데 잘 한 선택이었다.
표를 끊고 들어갔는데 좌석번호가 나와 있긴 했지만 평일 오후의 10명 미만인 관객이라 그냥 아무 데나 편한 자리에 앉았다. 영화는 괜찮았다. 내가 영화에 대해 가졌던 선입견들이 무색해졌다. 그냥 재밌게 웃다가 또 울다가 나왔다. 그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