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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니seny Aug 19. 2022

목이 살살 아프기 시작했다... 혹시 나도?

도어록 비밀번호를 잊어버렸다가 겨우 떠올려서 들어왔는데... 그 이후

https://brunch.co.kr/@lifewanderer/250 

(2022년 3월 시점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어제저녁에 윗글과 같은 난리를 치르고 겨우 집에 들어왔다. 일요일 저녁이니까 출근 준비를 해야 했다. 주말 내내 안 씻고 있었는데 얼른 씻어야겠다.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고 말리고... 두어 시간 정도 컴퓨터로 할 일을 하고 있는데 어째 몸이 으슬으슬한 거 같다. 목도 괜히 좀 붓는 거 같은 불편한 느낌. 


     바깥에 비하면 집안은 따뜻한데 보일러가 제대로 안 틀어졌나? 컴퓨터를 끄고 잘 준비를 한다. 혹시 모르니 안방의 난방도 올려놓고 전기장판 온도도 올려놓고 이불속으로 쏙 들어갔다. 그리고 자기 전에 스트렙실 한 알을 먹었다.


     그리고 잠이 들었다. 아침엔 보통 비몽사몽 하며 잘 못 일어나는데 목이 불편하니까 일찍 깼다.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계속 누워있는데 정신은 말짱해져 오고 그 가운데 어제저녁에 스트렙실을 먹고 잤는데도 목이 나아질 기미가 안 보였다. 


     요즘 유행하는 오미크론의 증상이 목부터 시작된다던데... 혹시 나도? 하지만 주말 내내 가족 빼고 단 한 명도 만나지 않았다. 사실 어제 도어록 비밀번호를 까먹은 바람에 밖에서 한 시간 가량 오들오들 떨었던 거 때문이 아닐까 싶었지만 꼭 그거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었다.


     이제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판단을 내려야 했다. 그래, 팀장님이 그랬다. 이런 상황이 생기면 무조건 보수적으로 판단해서 연락 달라고. 그럼 코로나 검사를 받고 재택근무를 하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회사에는 혼자 살고 있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https://brunch.co.kr/@lifewanderer/180) 회사에 등록된, 사람들이 알고 있는 거주지와 실제 사는 곳이 다르다는 문제가 있어서 이걸 먼저 해결해야만 했다. 왜냐하면 내가 노트북을 회사에 두고 왔기 때문에 재택근무를 하려면 퀵서비스로 노트북을 받아야 했고 그러러면 집 주소를 알려줘야 했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아닌 거 같지만 그냥 출근해? vs 만약의 경우에 내가 전파자가 된다면? 두 가지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서 부딪쳤다.


     그래서 머리를 굴리고 굴려 다음과 같은 아이디어를 냈다. 먼저 팀장님한테 연락을 하고, 일찍 출근하는 팀원한테 내가 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본가 주소를 불러주고 퀵서비스로 노트북을 보내라 한다. 그 사이, 나는 차를 끌고 본가로 간다. 본가에는 아파트 상가 내에 내과가 있다. 거기서 코로나 검사를 받고 집 앞에 두고 가라고  노트북을 들고 다시 혼자 살고 있는 집으로 온다



계획을 세웠으면? 다음은 실행이다!



     팀장님한테 카톡을 날렸다. 이러저러해서 검사를 받고 재택근무를 진행하겠다, 그리고 팀원한테도 내가 상황이 이러하니 노트북을 집으로 보내달라 했다. 그리고 차를 몰고 본가로 출발. 다행히 내가 출근시간이 이른 편이라 차가 조금  막히는 시간이었다. 그래 봤자 일곱 시 반이지만.


     동네에 도착해서 주차장에 차를 대고 기다렸다. 병원이 9시에 오픈하니까 그래도 8시 반쯤 가서 기다려야지, 하는 마음으로 차에서 한 10분 기다리다가 8시 반에 갔는데 이게 웬걸... 이미 병원은 열려 있었고 진료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은 전부 나같이 검사를 받으러 온 사람들로 바글바글했고 일반 환자는 없어 보였다.


     문진표를 쓰고 접수를 하고 기다렸다.  앞에 무려 10명이나 있었다.  와중에도 사람들은 계속 들어오고 간호사들한테 접수 어떻게 해야 되냐고 물어보는데 그 와중에 사람들 말하는 게  렸다. 자가 키트로 했는데 양성이 나왔고 그럼 PCR 검사를 받아야 되나, 어떻게 해야 되냐고 묻는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앞, 옆, 뒤로 온 사람들 모두.   걸렸는데 그냥 여기 서있다 걸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 뒤에 내 이름이 불려서 진료실로 들어갔다. 지난주에 같은 병원에서 검사받은 엄마는 집에 가면 문자로 결과 알려준다고 했다던데 나는 바깥에서 잠시 기다리란다. 그런데 나 말고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새로운 환자를 부르지 않고 나랑 같은 쪽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이름이 불리더니 들어갔고 진료실 문이 활짝 열려있어서 의사 선생님이 하는 말이 얼핏 들렸다.



양성이니까... 



     이렇게 바로 알려주는 거라 나도 기다리라고 한 모양이다. 내 앞에 들어간 3명 모두 다 양성 판정을 받았다. 10분도 채 되지 않아서 의사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불러서 들어갔더니 다행히 나는 음성이라고 하면서 확인서를 준다. 그래, 역시 난 괜찮은 거였어. 목이 아픈 건 코로나 때문이 아니라 어제 도어록 비밀번호 까먹어서 집에 못 들어가는 한 시간 동안 밖에서 떨어서 으슬으슬한 거였다고.


       혹시 모르니 약을 타 가지고 본가로 와서  기다렸다. 곧 퀵 서비스 기사가 문에 노트북을 걸어두고 갔다. 나는 그 노트북 들고 다시 혼자 사는 집으로 돌아와서 했다.






     그리고 그날 오후, 아빠가 일하는 곳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는데 아빠는 그 사람과 직접 부딪치는 일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사무실 직원 모두 검사를 받으라기에 보건소로 검사를 받으러 간 아빠가 뜬금없이 양성 판정을 받았고(???) 나는 현재 아빠와 같이 살지 않지만 회사에서는 아빠와 같이 살고 있는 걸로 되어있으므로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다는 슬픈 아니 기쁜(???) 소식이었다. 뭐, 주말에 아빠랑 지내고 있는 엄마랑 만났기 때문에 지금은 음성이었던 결과가 양성으로 바뀔 수도 있는 거니까.



도어록 비밀번호 까먹은 거에서 비롯된 나비효과가 이렇게나 커져버렸다.

다행히 아빠의 자가격리기간이 해제될 때까지도 코로나에는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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