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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니seny Oct 08. 2022

혼자 사는 집에 친구 초대하기 (상)

나의 공간에 친구를 초대하기 위해 해야 할 일들 

      나는 독립한 지 그러니까 혼자 살게 된 지 이제 1년을 넘어가고 있다. 나는 여러 사정 상 내가 혼자 살고 있다는 사실을 가족과 아주 친한 친구 딱 두 명에게만 말했다. 한 명은 전에 글로도 썼던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쭉 친구인 베스트 프렌드 SH와 또 다른 한 명은 대학생 때 만나 지금까지 연락하고 지내는 친구 JS다. 


     특히 이 대학교 때 친구 JS에게는 빚을 진 기분이 좀 있다. 왜냐면 이 친구가 결혼하고 이사를 할 때마다 친구네 집에 몇 번이나 놀러 갔었기 때문이다. 내 주위에선 친한 친구라도 해도 집으로 놀러 오라고 하는 경우가 잘 없었는데, 친구는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흔쾌히 놀러 오라고 먼저 말해줘서 고마웠던 기억이 있었다. 그래서 혼자 살게 됐다고 했을 때부터 놀러 오라고 하고 싶었지만 코로나가 워낙 심하니 서로 조심해야지 싶어 그동안 초대를 미뤄왔었다.


     3월에 코로나 확진자수가 정점을 찍고 6월이 된 지금은 확진자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어서 오랜만에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친구가 이상하게 연락이 좀 없긴 했었다. 코로나도 좀 잠잠해진 거 같으니 봐서 6월이나 7월 중에 놀러 와도 된다고 했다.


     나는 당연히 이 친구가 결혼을 하기도 했으니까 우리 집에 놀러 와서 반나절 정도 있다 가는 걸 생각했는데 그녀는 당연하게 우리 집에서 자고 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물론 반나절만 왔다 가면 좀 아쉬운 기분이 들 테고 더 많이 수다를 떨러면 오래 머물수록 좋지만 말이다. 처음에 여기 이사 올 당시엔 이다음에도 혼자 살지 아니면 다시 부모님 댁과 살림을 합칠지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짐을 최소한으로 유지한 채로 생활을 시작하게 되어서 이불도 내가 덮는 거 딱 한 채 밖에 없었다. 


     그래서 가족이 와도 못 자고 판인데 친구한테 대신 너 자고 갈 거면 우리 둘이 슈퍼싱글 사이즈 침대에 꼭 붙어서 자야 한다고 미리 언질을 줬다. 이 친구랑은 예전에 지방에서 하는 영화제를 보러 여행도 많이 다녔고 당시엔 게스트하우스나 에어비앤비 같은 제도가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이라 모텔에 체크인해서 둘이 한 침대에서 잔 적이 이미 여러 번 있었기에 같은 침대에서 자는 게 어려운 건 아니었다. 


     친구는 내가 오라는 말을 꺼낸 시점으로부터 한 2,3주 뒤에나 오겠지 생각했는데 친구는 예상보다 빨리 이번 주말에 시간 되는데 바로 가도 되냐고 물어왔다. 나도 별다른 일정이 있었던 건 아니라 오케이 했다. 아무리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나라고 해도 원래도 몇 없는 친구들인데 코로나 기간 동안 친구 한 명도 못 만나고 너무 외로웠다. 


     원래도 아싸 기질이 강한데 점점 더 아싸가 되어버려서 엄마 외에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가 아무도 없었다. 가끔 뉴스에서 들려오는, 코로나 블루로 인해 혼자 사는 젊은 여성들의 자살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부엌에서 큰 식칼을 보고 무서운 생각도 잠깐잠깐 했었던 나로서는 친구가 놀러 온다는 것이 그저 반갑기만 했다.


     이 집들이 이야기가 나온 게 수요일이었는데 바로 그날 저녁에 친구가 이번 주 금요일에 놀러 오고 싶다고 했다. 친구는 금요일 저녁이나 오후쯤 올까 한다는데 오후에 오면 내가 퇴근할 때까지 집 근처에서 기다려야 했다. 마침 바쁜 일도 끝났고 금요일 오후 반차는 낼 수 있을 거 같아서 아예 내가 휴가를 낼 테니 금요일 오후부터 만나서 놀기로 했다. 


     바로 그날 저녁, 이마트몰에서 급하게 장을 봐서 음식, 밀키트 등을 주문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목요일에 출근해서 바로 휴가를 냈다. 친구가 집에 놀러 온다고 할 때부터 술은 뭘로 할까? 하는 행복한 고민을 했다. 나도 그렇고 이 친구도 그렇고 술을 부어라 마셔라 먹는 스타일은 아니고 딱 기분 좋게 살짝 취할 정도로만 마시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내 주위엔 이 정도로도 가볍게 술 마시는 걸 즐겨하는 친구가 거의 없어 아쉬운 마음이 있었는데 이 친구랑은 이런 면까지도 잘 맞았기에 뭘 마실지 생각하는 건 당연했다.


     우리는 만나면 보통 맥주를 마신다. 하지만 내가 요즘 맥주처럼 찬 걸 먹으면 속이 안 좋고 해서 와인을 먹어볼까 싶었다. 왜, 와인 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 있잖아. 혼자 사는 사람이 분위기 있게 와인을 즐기는 이미지. 그동안 와인을 마셔볼까란 생각은 했었지만 맥주는 이것저것 잘 고르면서도 이상하게 혼자서 와인을 산다는 행위를 시도하지 못하고 있었다. 와인은 진입장벽이 좀 있는 편인 데다 내가 와인알못이어서 그렇다. 그런데 마침 술도 한 잔 같이 마실 수 있는 친구가 놀러 온다고 하니 이걸 계기로 그동안 미뤄왔던 시도를 할 용기가 생겼다.


     요즘은 와인을 편의점에서도 살 수 있기 때문에 살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러다 문득 와인을 사기도 전인데 집에 와인 오프너가 없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옛날에 이 친구랑 어딘가 놀러 가서 술을 마신답시고 마트에 가서 와인을 산 적이 있었다. 그런데 아무 생각 없이 사온 와인을 막상 먹으려고 보니 와인 오프너가 없어서 엄청 곤란했던 기억이 있었다. 나중에 가위로 땄나? 숙소 주인한테 연락해서 오프너를 빌렸나? 하여간 힘들게 먹었던 기억이 나서 어떤 와인을 마실지 보다 와인 오프너가 먼저 떠오르고 말았던 것.


     와인 오프너는 인터넷으로도 구입할 수 있지만 어느새 목요일이 되었고 친구는 내일(금요일) 놀러 오니까 배송받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서 목요일 점심시간에 무엇이든 다 있는 다이소에 가서 와인 오프너를 사기로 했다. 와인 오프너는 의외로 쉽게 찾았는데 돌아다니다 보니까 샤워부스나 주로 유리창 닦을 때 쓰는 물기 제거 스틱(핸드 스퀴지)이 눈에 띄었다. 예전부터 샤워부스 한 번 청소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동안 사야지, 사야지 생각만 했던 아이템이었는데 마침 눈에 띄어서 샀다. 


      집들이 D-1일, 목요일 저녁. 운동 갔다가 집에 도착하니 밤 10시였다. 전날 저녁 이마트몰에서 주문한 것들이 이미 문 앞에 도착해있었다. 식료품들을 정리해서 냉장고에 넣었다. 그리고 양배추 한 통을 샀는데 이거 가지고 요리를 할 계획이어서 미리 손질 좀 해놔야겠다 싶어서 씻고, 자르고, 담고 하니 그 새 1시간이 훌쩍 지나서 시곗바늘이 밤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원래 청소를 일주일에 한 번 토요일 아침에 한다. 그런데 친구가 금요일 오후에 온다고 하니 그전에 청소를 마쳐야 해서 비상이 걸렸다. 원래는 식료품만 정리하고 바로 청소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시간도 그렇고 오늘은 도저히 못하겠다 싶어서 화장실 청소만이라도 해 놓기로 했다. 


     그동안 샤워부스의 바닥만 청소하고 샤워부스를 둘러싼 유리를 한 번도 청소하지 않아서 물 얼룩이 져 있었다. 어차피 나 혼자 사는 집이고 놀러 오는 사람도 가족들 뿐이라 그동안 닦아야지 하면서도 하다가 결국 이사온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 번도 안 닦았는데 그래도 친구가 온다니까 닦아야 할 것 같았다. 오늘 급하게 다이소에서 사 온 핸드 스퀴지를 써보기로 했다.


     하지만 유튜브를 찾아보니 그것 외에도 다른 도구가 필요하기도 했고 샤워부스 바깥쪽은 건식으로 사용하다 보니 물이 튀면 안 돼서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했다. 그런데 이런 여러 가지 상황은 생각지 않고 일단 핸드 스퀴지만 달랑 사 온 것이다. 이미 밤 12시가 넘어서 너무 피곤하기도 한 데다 샤워부스 청소를 한 번 시작했다간 건식 화장실을 물로 뒤덮을 거 같아 다음에 다시 제대로 날 잡고 청소해보기로 하고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기로 했다. 핸드 스퀴지를 사긴 샀으니 언젠가는 쓰겠지. 그리고 새벽 1시가 넘어서야 잠들었다.



'혼자 사는 집에 친구 초대하기(중)'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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