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뒤, 또 다른 신입사원이 들어오는데...
그리고 시간이 흘러 팀장님은 본부장님이 되셨고 팀장님 자리엔 새로운 팀장이 입사했다. 기존 팀장님 체제에서 같은 팀이었던 우리는 두 팀으로 나뉘었다. 그리고 내가 속한 재무팀에 막내사원이 입사한 지도 일 년이 훌쩍 넘었다.
처음 입사했을 당시의 그녀는 차분해 보이는 성격이었다. 그런데 작년 하반기부터는 회사에 적응을 했다고 생각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나이 차이가 나는 우리 팀 팀원들 외에 비슷한 또래인 다른 팀 사원들과 친해져서 그런지 조금 과하게 활발해진 거 같았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은 언동으로 다른 부서의 팀장님이나 또 다른 팀원을 통해 좋지 않은 피드백을 받고 있었다.
그녀는 나랑 업무가 많이 겹치진 않는다. 하지만 가장 많은 커뮤니케이션이 있었던 우리 팀 팀장님과 트러블을 일으켰고 다음으로는 옆자리에 앉아있는 나의 동료이자 그녀에게는 선배인 팀원과도 마찰이 있었다. 나도 그녀의 태도가 별로라고 느껴질 때가 있었지만 누군가에게 나의 행동도 그렇게 보일 수도 있고 나와 직접 관련된 일도 아니었기 때문에 말해주기가 애매했다. 그래서 그냥 넘어간 것들도 많았다.
그녀에게는 회사에서 기본으로 지급된 키보드가 있었는데 좀 낡고 오래돼서 불편했던지 IT 담당자에게 물어봐서 남는 키보드를 하나 받아왔다. 그 키보드는 작년에 다른 팀에 출산휴가 대체로 들어왔던 직원이 썼던 기계식 키보드였다. 전부터 느낀 거지만 그 키보드에서 나는 소리는 매우 시끄러웠다.
본인을 위해선 타자감이 좋은지 모르겠으나 공용 공간인 사무실에서 쓰기엔 소리가 컸고 특히 예민한 나에게는 굉장히 거슬렸다. 그래서 원래 키보드를 쓰던 그 직원이 있었을 때도 난 그 소리를 참 싫어했었다. (덩달아 잘 모르는 그 직원까지 싫어짐)
그나마 그 소리를 들으면서도 버틸 수 있었던 건 출산휴가 갔던 직원이 돌아올 테고 출산휴가 대체로 들어온 그녀는 그만둘 테니 저 키보드 소리도 그녀와 함께와 페이드아웃 하듯이 사라지겠지, 하는 희망이 있어서였다. 게다가 퇴사 막판엔 그녀의 처지를 배려해서 팀 내에서 합의가 된 건지 회사에 많이 나오지도 않았다. 그래서 사무실이 다시 조용해졌었다.
이제는 다 끝난 소리라고 생각했는데 마치 사라졌던 망령이 다시 나타난 것처럼 어느 날부터 그 소리가 다시 나기 시작했다. 그 소리의 출처를 파악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서 사무실을 한 바퀴 둘러보다 내가 듣기 싫어했던 그 소리가 바로 근처에서 다시 울려 퍼지는 걸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나는 타 부서의 출산휴가 대체 직원이 그 키보드를 개인돈으로 샀겠거니 그러면 당연히 그걸 가져갔겠거니 했는데 회사돈으로 산거라 회사에 반납하고 갔다고 한다. 그 직원과 개인적으로 얽힌 건 하나도 없었지만 왜 미운 짓만 골라서 하고 가는지 모르겠다. 기계식 키보드 극혐.
조용한 사무실에 있다 보면 타자 치는 걸로도 그 사람의 기분이 느껴질 때가 있다. (나만 아는 건가?) 본인이 기분 좋을 때 타자를 치는 거랑 그렇지 않을 때의 속도와 타격감은 다르게 느껴진다.
별 일이 없거나 평상적인 일을 할 때는 조용히 타자를 치지만 누가 날 짜증 나게 했거나 하기 싫은 일을 하거나 다른 동료와 메신저로 신나게 뒷담 화할 땐 타자 소리가 한층 시끄러워지고 거기에 감정까지 드러난다.
인정한다. 나 좀 예민하다. 그래서 그 소리가 너무너무 듣기 싫었다. 저 소리를 안 들으려면 내가 여길 빨리 나가거나 아니면 쟤가 나가거나 둘 중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제발 저 키보드 소리 좀 없어졌으면 좋겠다!!!'라고 마음속으로 소리친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나의 소원이 이루어진 것일까? 나는 영적인 기운이 강한 편이 아니다. 꿈을 꿔도 일어나고 나면 다 잊어버리고 꿈으로 미래의 일을 예견하거나 복권에 당첨된 일도 없다. 그런데 지난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제발 그 사람만 없었으면, 제발 이 소리만 안 들렸으면 하고 바랐던 게 이런 결과를 불러 울 줄은 몰랐다.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