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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니seny Feb 08. 2024

연기를 배워보고 싶다

사회생활의 필수과목 중 하나는 바로 연기가 아닐까?

 (2021년 시점에서 쓴 글입니다.)




외국어 말고
 배우고 싶은 것이 있다면?



      위의 문장은 최근에 전화일본어 수업에서 나온 질문이다. 원래 질문은 좀 더 단순한 '배워 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이었지만 외국어 학습을 좋아하는 내 성향을 알고 있는 선생님이 '언어 공부는' 빼고 라는 단서를 달아준 바람에 외국어 공부 외에 다른 것들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배워보고 싶은 것이야 많다.


     어렸을 때 하다 말던 피아노도 제대로 다시 해보고 싶고,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했던 바이올린도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정식으로 레슨을 받아보고 싶다. (최근에 바이올린 레슨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 별도의 감상을 남길 예정이다) 비브라토만 해도 소리가 꽤 풍부해지는데, 나는 비브라토를 할 줄 모르니 이것만이라도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 또 뭐가 있더라? 기타나 우쿨렐레도 배워보고 싶다.


     악기는 이 정도로 하고, 배워보고 싶은 운동도 많다.


     스키는 처음 배울 때부터 실력이 늘지 않아 계속 초보자 코스에서만 타고 있다. 스키장에 고작 일 년에 한두 번 가니 그렇겠지만 언젠가는 제대로 배워서 최소 중급 이상 코스에서 멋있게, 내 멋대로 타보고 싶다. 아이스 스케이트는 탈 줄 아니까 여기에 피겨 스케이트를 배워서 아름답게 빙판을 누벼보고 싶은 생각도 있고 언젠가 여력이 된다면 골프도 배워보고 싶다. 그러다 악기와 운동과도 아무 상관없는 '연기'를 배워보고 싶단 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왜…
  ’연기‘를 배워보고 싶다고
    생각했을까?


     '연기' 배워보고 싶은  번째 이유는 사회생활에서 곤란한 상황이 닥쳤을  연기로 어물쩍 넘겨볼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나는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편이라 좋은 감정도, 싫은 감정도 얼굴에  드러나는 편이다. 하지만 살다 보면 때로는 감정을 숨겨야  때도 있는데  드러나다 보니 나도 그렇고 상대방을 곤란하게 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럴  연기를 아주 잘하는 연기자들이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들은 이렇게 곤란한 순간이 별로 없겠지?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연기자들은 과연 언제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들의 모든 순간이  연기인 , 가짜인  아닐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과 함께.


     연기를 배워보고 싶은 두 번째 이유는 내향적인 성격을 바꿔보고 싶어서이다. 배우들의 인터뷰를 보면 어떤 계기로 연기를 시작했냐는 질문이 있다. 그런데 그들의 답변 중에 어렸을 때 내향적이어서 성격을 바꿔보고자 연기를 배웠다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들의 내향적인 성격이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외향적인 사람들이 말로 푸는 걸 나 같은 내향인들은 말로 해결하지 못한다. 그래서 내향인들이 연기를 하면 그런 응어리를(?) 연기로서 풀어내서 도움이 된다고 하는 거 같다. 그러다 보면 자신감도 가지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오늘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연기를 잘할 줄 안다면? 사회생활에서 불필요하게 드러낼 필요 없는 감정들을 잘 숨길 수 있지 않을까? 같이 일하는 동료는 왜 자기한테 힘든 점을 말하지 않느냐고 하지만 이런 단순 개짜증 같은 감정을 설명해서 뭐 하겠느냐고 반론하고 싶다. 단순한 감정의 전이 밖에 되지 않는데.


     물론 말로 하고 나면 당장은 기분이  나아진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이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부서장을 그렇게 먼지 털듯이 하루 종일 까고 욕하고  뒤론 이제  이상 그런   하기로 다짐했다. 그렇게 욕을 하고 나서도 당장은 기분이 좋아진  같지만 뒤늦게 자기혐오가 들었다. 그렇게 욕하면서 내가  여기서  사람과 협조하며 일하고 있지?  생각과 함께.


     얼마 전 팀장님이 아침에 출근 전에 스타벅스에 들러서 개인적인 공부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같은 테이블에 젊은 애들이 앉았다고 한다. 그런데 거기서 자기 팀장을 그렇게 까더라며, 참 살벌했다고 했다. 그래서 예전에 다니던 회사 생각이 났다.


     항상 점심을 먹고 우리  여직원 셋과 계열사에서 가끔 파견 오는 남자 직원분과 커피숍에서 별거 아닌 이야기로 떠들고 웃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기억들.  남자분이 여자들 수다에도  끼는 분이기도 했고 우리 여직원들 중에도 사람들 사이를 연결시켜 주는 친화 능력이 매우 좋은 분이 있어서 두루두루 친하게 지냈었고 같이 점심 먹고 카페에서 대화를 많이 나눴었다.


      나는 그들과 웃고 떠드는 와중에 이미 알고 있었다. , 나에게 동료들과 보내는 이런 즐거운 시간은 앞으로 거의 없거나 다시는 없으리란 . 아니, 적어도 다시 오기는 힘드리란 . 그리고  말은 현실이 되었다. 거기는 멤버합이 좋아서 그랬던 거였다.


      친화력이 좋은 직원분은 초등학교  왕따를 당한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우리들 앞에서 스스럼없이 말했다. 누구(=) 어렸을  똑같이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는데 아직도 이러고 있고 다른 누구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게 " 어렸을  목소리가 이래서 왕따 당했는데? 애들이 귀척한다고. 하하하." 하며 과거를 어느 정도 털어내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녀는 타고난 목소리가 특이해서 일단 한마디를 해도 사람들 뇌리에 남았다. 사람들을  모았으며, 모든 화제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고, 센스가 있어서 어느 집단에 가도 주목받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너무 피곤하다고 했다. 어딜 가도 아는 사람을 만나고 하물며 클럽에 편하게 놀려고 가도 아는 사람을 만나게 돼서 클럽 가려면  멀리 부산까지 가서 논다고 하면서. 귀여워라.


     퇴사하고서도 그녀와 인연을 계속 유지하고 싶었지만 연락 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피곤할 텐데 나까지 거기에 보태고 싶지 않아서 연락을 하지 않아 서서히 멀어지고 말았다.


     그에 반해 지금 우리 팀은? 나와 같이 일하는 동료는 내가 선을 그어서  다가오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자기한테 필요할 때만 불러내는 느낌이  때도 있다. 동료는 입이 무거운 편이긴 하지만 이미 형성된 자기 무리들하고만 친하게 지낸다. 그리고 다른 사람한테 들은 이야기도 나한테 먼저 꺼내지 않듯이 아마  얘기도 다른 사람한테 옮기지는 않을 것이다.


    앞에서 말한 전 회사의 그녀라면, 나를 자기 무리에 끼워주고 소외되지 않도록 신경 써줬을 것이다. 그래, 내가 애도 아니고 이런 건 알아서 해야지 싶다가도 사람마다 잘 안 되는 부분이 있는데 그걸 알아차리고 도와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그것 또한 행운이 아닐까 생각했다.






     지금은 마스크를 끼고 있어서 감정 변화의 티가 덜 나지만 언제까지 이런 것들을 숨길 수 있을까? 그런데 여기서 근본적으로 드는 의문. 이게 과연 '연기'를 배운다고 해서 해결될 일일까?


     물론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적당한 연기는 도움이 된다. 하지만 한두 번이라면 모를까 진심 없이 모든 상황을 연기로 때우다간 진심마저도 의심받는 순간이  것이다. 연기를 배워서 감추고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는  아니라 오히려 문제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도움을 구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노력해 보는  훨씬 좋은 방법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를 감추기 위해서 배우는 연기 말고, 그냥 순수한 '연기'를 배워보고 싶다.


     나는 프로 연주자가 아니지만 내가 직접 연주한 악기로  곡을 끝까지 연주했을  느끼는 기쁨과 뿌듯함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다. 마찬가지로 연기를 배운다면 전문 연기자가 아니더라도 하나의 작품에서 내가 온전히  캐릭터가 되었다고 느낄 때의 카타르시스가 있을 것이다. 사회생활을 잘하기 위한 목적으로서가 아닌 '연기' 통해  감정을 표현하고 전혀 몰랐던 새로운 세계와 만날  있으면 좋겠다는 목적의 순수한 연기를 언젠가는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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