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인 나는 뭘,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을 하다가 문제상황이 발생했을 때, 내가 사원이었을 때는 어땠나 돌아본다.
일단 1:1로 그 사람과 해결하려고 시도는 해본다.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싸우기도 싫고 + 내가 직급이 낮은 경우가 많아서 상대방이 하는 대로 들어주려고 하는 편이었다. 그렇지만 내 상황(부서나 업무 특성)과 너무 배치되는 요청이라면 그건 좀 어렵다고, 이렇게 해주시면 안 되냐고 살살 이야기하긴 했다.
가끔은 돌직구 잘 날리고 개싸가지 없어 보이는 사원들처럼 하고 싶었지만 성격 상 그렇게는 안 되더라. 지금 그렇게 나한테 싸가지없이 말하던 사람들은 손해 하나도 안 보고 아주 잘 살고 있겠지? 회사에서 자기 손해 안 보려고 너~무 막 나가진 마시길.
어쨌든 시도는 해보고 거기서 안되면 상급자한테 말한다. 그럼 나의 상급자가 그쪽 팀 상급자랑 얘기를 하던지 아님 내 상급자가 그 사람한테 직접 얘기를 해서 해결을 해왔다. 나도 나의 상급자를 통해 누군가가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달받았던 기억도 있다. 너네 팀 누구누구가 이러이러한데 그러지 말라고 해 줘, 와 같은.
첫 번째 회사에서 경비정산을 할 때의 일이었다. 마감일자가 지났으니까 칼 같이 다른 본부의 이사님(하여간 직급이 높았던 사람) 경비 정산을 대차게 짤라버렸다. 그 말은 이번 달 정산 안 할 테니 법인카드로 청구되는 금액은 당신이 알아서 메꾸라는 뜻.
그런데 그분이 우리 팀에 있는 모 차장님 하고 대학교 동문이랬나 하여간 친분이 있어가지고 차장님께 따로 연락이 간 모양이었다. 자기 경비 좀 받아달라고. 그래서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차장님한테 불려 갔고(?) 한 소리를 듣지 않았지만 결국 해줬던 기억이 난다.
이 글을 쓰다 생각나서 이 분 이름을 검색해 보니 어라? 엄청 승진하셨네? 아직도 그곳에 잘 계시는군요. 만약 내가 아직도 다니고 있으면 나도 짬이 좀 찼을 테니 '어머, 기억나세요? 옛날에 이사님이 경비 늦게 내서 신입사원 때 제가 짤랐잖아요~ (이제는) 본부장님 호호호' 하며 농담을 칠 수도 있었겠다.
회사에서는 이런 식으로 꽤 많은 부분들이 해결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경우엔 좀 서운해지는 게, 실무자인 내 입장은 생각해주지 않고 다른 부서 입장만 생각해 준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의 방식이 어딘가 잘못되었으니까 그런 경우도 있다는 거다. 그래서 참 어렵지만 나를 좀 더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오늘도 점심 먹자고 나간 자리였지만 나는 어제부터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 점심시간도 다 끝나가고 다들 말할 거리도 떨어진 것 같아 슬슬 가자고 할까, 하는 참이었다. 그런데 OOO업무 관련 얘길 꺼내더라. 아, 이 상황 익숙해. 전에도 다른 팀 직원을 앞에 두고 이런 얘기 들었었잖아.
그런데 나 왜 또 막내사원 업무 때문에 이런 소릴 듣는 거지? 란 생각이 듬과 동시에 얘가 또 뭘 잘못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부장님은 항상 막내의 편을 들어주라고 했다. 하지만 편을 들어주려다가도 나도 객관적인 사람인지라 이야기만 들었을 때는 절대 편을 들어줄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같은 급들끼리는 해결이 안 될 거 같아서? 아니면 이미 말해봤는데 안 통해서? 아님 뭘까? 내가 해결해 줄 수 있을 거 같아서? 똑같은 업무를 나랑 했을 땐 아무 문제없었으니까? 적어도 나랑은 말이 통하는 거 같아서?
나도 그랬었나? 뭔가 일이 안될 때 곧바로 상급자한테 말했었나? 가능하면 내가 해결하려고 했었고 그러고 나서 내 상사한테 얘기했는데. 그러면 보통 내 상사가 해결해 줬지 그걸 바로 반대편 상사한테 이야기한 적은 굉장히 드문데. 진짜 개차반인 경우에 열받아서 그랬던 적은 있는 것 같지만.
막내사원과의 업무 갈등을 선배인 나에게 말해주는 그 의도를 모르겠다. 얘기해 주는 건 고맙지만 한편으로는 왜 내가 왜 이 얘길 들어야 할까?라는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게 그 선임의 월급에 포함되었다는 사원들의 깽값 처리비와 욕받이 비용인가?
아무래도 나는 틀려먹은 선임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