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니seny Apr 22. 2023

서울탐방 제6탄 : 서울에서 프랑스어를 만나다 (상)

2022년 8월의 기록 : 프랑스 그림책 전시회와 서초구립반포도서관

     나의 MBTI는 XXXJ로 끝난다. 이때 맨 끝에 오는 J는 계획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나는 계획 세우기를 좋아하고 일정을 짜서 움직이는 걸 선호한다. 서울탐방 시리즈도 앞으로 어디에 갈지 어느 정도 정해놓는 편이다. 하지만 이번 8월의 서울탐방은 즉흥적으로 결정했다.


     프랑스대사관 문화과에서는 매월 초 뉴스레터를 보내준다. 그런데 이번달 소식 중 서초그림책도서관에서 자그맣게 그림책전시회가 열린다는 내용이 있었다. 보자마자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림책도서관의 위치와 운영시간을 찾아보러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근처에 있는 반포구립도서관 홈페이지까지 들어가 보니 이용 안내에 프랑스어 설명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서초구엔 프랑스인 집단 거주지로 유명한 서래마을이 있어서 그런지 몽마르뜨 공원이라는 이름의 공원도 있었다. 그런 연결고리를 생각하니 반포도서관 이용 안내에 프랑스어 설명이 있고 프랑스 원서 코너도 있는 게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8월의 서울탐방은 <서울에서 프랑스어를 만나다>가 된 것이다. 반포도서관 근처에 있는 서래마을이나 몽마르뜨 공원도 둘러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내가 가는 날 비가 오는 바람에 이건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다.


     서초그림책도서관에는 전에 한 번 와본 적이 있었다. 김영하 북클럽에서 그림책인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를 그 달의 책으로 선정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림책을 빌리러 돌아다니다 일반 도서관이 아닌 그림책만을 취급하는 그림책도서관이라는 곳이 있다는 걸 발견하고 신기한 마음으로 왔던 것이다.


컨테이너 박스 모양의 외관을 갖춘 도서관 건물. (@ 서초그림책도서관, 2022.08)



[서초그림책도서관 이용정보]

- 위치 :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1498-4 교통섬 일대 (2호선 서초역 4번 출구 도보 200m)
- 운영시간
평일 오전 9시 ~ 오후 9시
주말 오전 9시 ~ 오후 6시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법정공휴일, 임시공휴일


     서초그림책도서관은 서초역에서 도보로 10분이 채 안 걸리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외관은 컨테이너 박스 같은 모양의 작은 2층 건물이다. 이렇게 그림책만 모아놓은 도서관이 있다니 요즘 애들은 참 행복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건 순전히 어른인 내 생각일 뿐일지도 모른다. 정작 우리 아가들은 그림책보다는 소리가 들리고 흥미를 끄는 유튜브를 더 좋아할 것 같다.


     아무튼 예전에 와 본 적이 있어서 좋은 인상이 남아 있었는데 여기서 프랑스 동화책 도서전을 한다고 해서 다시 방문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도서관에 들어섰는데 도저히 이 행사 코너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말 구석 한편에, 누가 말 안 하면 모를 정도로 자그마한 공간에 책이 전시되어 있었다.


     같은 동화인데 한국어로 번역된 책과 함께 놓여있는 책들도 있었고 그냥 프랑스어판만 있는 책도 있었다. 요즘 시원스쿨에서 프랑스어로 읽는 동화라는 강의를 듣고 있는데 강의를 듣다 보면 생각보다 내용 이해가 잘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신기했는데 오늘은 직접 옛날 동화가 아닌 요즘의 신식 동화를 마주하게 되었다.


     한국어 버전과 프랑스어 버전 두 책을 펼쳐놓고 비교해 가면서 읽기 시작했다. 동화라는 게 주로 어린이 대상이다 보니 성인이 읽는 책보다는 당연히 표현이 쉬운 편이라 더듬더듬 읽을 수 있었다. 도서관이니까 마스크 밖으로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작게 소리를 내어 읽어보았다. 문장의 뜻을 완벽하게 이해한 건 아니지만 대강 어떤 내용인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프랑스어를 먼저 읽어보고 그다음에 한국어판을 읽어서 이해가 덜 된 부분을 확인했다. 그림책을 읽고 있자니 어릴 적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한국어판과 프랑스어판을 나란히 놓고 읽었다. 신기하게도, 프랑스어가 읽힌다. (@서초그림책도서관, 2022.08)



도서관에서 읽은 책 몇 가지를 소개해본다.


<지구야, 우리가 지켜줄게(Gare au gaspi!)>

지구환경을 생각해서 가족들을 조금은 피곤하게(?) 만드는 순수한 소년의 이야기.

그런데 우리들도 어렸을   번쯤은 이러지 않았나 싶다. 예를 들어 선생님이 '환경보호 해야 돼요' '뭐뭐를  해야 착한 어린이예요' 하면   재는  없이 무조건 그것만 하려고 드는  말이다.


<Dis, c'est quoi le bonheur?>

이거는 한국어판이 없었다.

토끼  마리가 행복이 무엇인지 만나는 식물과 동물마다 물어보고 다니는 이야기.
나중에 만난 소년이 그동안 만난 식물과 동물들이 말했던  모두 총괄해서 말해준다.
귀여워.


< 이야기  다시 그려줘(Dessine-moi une histoire)>

동화책 속의 캐릭터들이 전부 자기 이야기를 다시 그려달라고 하는 이야기.
주인공이 그렇게 해줘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목걸이(Le plus beau des colliers)>

타히티 섬에 사는 작가답게 그림의 색감이 진하고 화려했다. 엄마를 생각하는 아이의 마음이 너무 따스했다.
(제목에서 최상급 표현 le plus beau 보여 신기...)


<제발 나를 읽지 (Le livre qui n'aimait pas les enfants)>

제발 나를 읽지 말아 달라는 다소 특이한 책의 이야기.
책을 읽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같다는, 여행한다는 느낌을 받은 소년의 모습이 그림으로 그려져 있는 페이지가 인상적이었다. 이건 성인인 우리도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감정  하나가 아닐까?
그리고 마지막 부분엔 다른 어떤 책들보다  책을 소중히 여기는 모습이 나와 감동.


     진지하게 그림책을 읽고 그림책도서관을 빠져나와 서초구립반포도서관으로 이동했다. 2층에 프랑스어 서적 코너가 있다고 본 거 같아 2층에 올라갔는데 2층은 어린이도서관이라고 쓰여있었다. 그럼 어린이책만 있는 건가? 분명 성인들 책도 있다고 본 거 같은데 하며 들어갔다.


     보니까 아이들 책이 먼저 있고  옆쪽으로 성인용 책도 있었다. 짧은 서가를  둘러보다 그나마 아는 책을 하나 발견했다. 바로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La vie deavant soi)>이었다. 이제 겨우 동화를 더듬더듬 읽기 시작했는데 프랑스어로  이런 소설을 재밌게 읽을  있는 날이 언제쯤 올까?


깔끔했던 스터디 카페. (@ 메종드스터디, 2022.08)


      그리고 도서관을 나와 서울에서 프랑스어 찾기의 마지막 여정을 향해 떠난다. 오늘의 최종 목적지는  쌩뚱맞지만 북카페다. 북카페를 검색하다가 발견한 ‘메종  스터디(Maison de study)’라는 곳이었다. 요즘 특히 혼자일  일반 카페를   가겠는 , 사람들이 대화하는 소리가 나랑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도  내용이 일방적으로 전달돼서 괴롭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라리 조용한 스터디카페나 북카페를 찾곤 하는데 이곳은 검색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곳이었다.


     그럼 이곳을 왜 서울에서 프랑스어 찾기의 마지막 여정으로 정했느냐고? 그건 바로 이 장소의 이름 때문이다. ‘메종(La maison)’이라는 단어는 프랑스어로 '집'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다. 몽마르트 공원은 아니지만 장소 이름에 프랑스어가 들어가니까 오늘 프랑스어 여행의 마무리로 딱! 이라며 멋대로 결정한 것이다.


     도서관 앞에서 북카페로 가는 버스를 타자마자 비가 무지막지하게 쏟아져서 집으로 돌아갈까 잠시 고민했지만 내가 세운 계획을 완성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결국 갔다. 카페에 들어서니 배가 고파져서 베이글을 시켜서 맛있게 먹었다. 상호명에 프랑스어가 들어간 카페에서 반나절의 짧았던 하지만 흥미로웠던 서울에서 프랑스어 만나기 여정을 마쳤다.



매거진의 이전글 서울탐방 제5탄 : 섬유센터와 마이아트뮤지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