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여성의 날에 <도시를 걷는 여자들> 읽기
2023년 3월 8일의 기록.
오늘은 3월 8일로 국제여성의 날이다. 그리고 거의 한 달 전부터 잡힌 약속이 있었다.
하루 종일 일을 하고 다섯 시 반에 퇴근을 했더니 저녁 약속이 있는 7시까지 시간이 애매하게 남았다. 어차피 내일까지 반납해야 할 책이 있어서 책이나 읽기로 하고 책 한 권을 가지고 나왔다.
나는 걷기를 좋아하는데 올해 초에 서가를 돌아다니다 내가 좋아할 것 같은 이 책, <도시를 걷는 여자들>을 딱 발견하게 되었다. 그때도 빌릴까 말까 고민했지만 이미 손에 쥐어든 책이 너무 많아서 계속 다음번에 빌려야지 빌려야지 하고 미루다가 이제야 빌리게 된 것이다.
내용은 흥미로웠다. 하지만 생각보다 분량도 꽤 되고 생각할 여지도 많은 책이라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물론 중간중간 맘에 드는 문장이 있을 때마다 붙여놓는 테이프도 붙여놓느라 시간이 더 걸린걸지도 모르겠지만.
약속장소 근처 스타벅스에 들러 쿠폰으로 음료를 시키고 자리에 앉았다. 저녁이라 커피를 마시기도 그렇고 해서 지난번에 시켜서 맛있었던 보랏빛의 음료수를 아이스로 시켰다.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은 딱 한 시간 남짓. 살다 보면 온전히 책에 집중할 수 있는 이 한 시간을 낸다는 게 마음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일부러 이렇게 책을 들고(특히 도서관 반납기한이 아주 급박한 책) 카페 같은 곳에 들고 나오면 의외로 책을 빠르게 읽을 수 있다.
같은 공간 안에 있는 그 누구도 나한테 관심도 없고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괜히 남들의 시선이 느껴져 딴짓을 하지 않고 집중해서 책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카페 내 소음이 적당한 경우는 백색소음까지 더해져서 말이지. 신기한 힘이다.
다만 카페는 시끄러워서 그것이 문제라면 문제랄까. 크게 저 멀리에서 사투리를 써가며 떠드는 중년 남성 한분이 계셨다. 그분의 목소리가 시끄러운 매장 내 음악을 뚫고도 귀에 들어온다. 내 주위 자리는 대체로 비어있었지만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는 동료로 보이는 남자 두 명이 들어와서 둘 중 특히 한 명이 회사에 대한 아쉬운 점과 이상한 점들을 토로하고 있었다. 듣고 싶지 않아도 다 들린다고요.
어쨌거나 나는 책에 집중해야 했기에 에어팟을 꽂고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고 최대한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그랬더니 어느새 그 중년 아저씨도 자리를 떴고 한참을 더 떠들 거 같았던 젊은 청년들도 자리를 떴다. 그리고 나자 주위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책은 플라뇌즈flaneuse의 개념부터 시작한다. 프랑스어에 관심이 있는 나에게는 특히 더 이해가 잘 되었고 더 눈길이 갔던 게 사실이다. 프랑스어에는 유튜버도 유튜버와 유튜뵈즈(여성)로 나뉘어있다.
플라뇌르부터 시작해 플라뇌즈, 플라뇌징으로 이어지는 이야기. 도시를 걷는다는 것의 의미 특히 여성이 혼자 거리를 걷는다는 것의 의미 또 시대에 따른 생활상의 변화 등 보랏빛 표지를 가진 이 책을 한 시간 동안 읽어 내려갔다. 마음에 와닿는 문장이 많았다.
약속시간이 다 되어 자리를 접고 일어났다. 못 읽은 나머지 부분은 내일 반납하기 직전에 도서관 가서 마저 읽고 반납해야지 생각하고 저녁 약속에 갔다.
참고로 이 모임 참석자의 99% 아니 100%는 여자다. 오랜만에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언니 중 한 명이 ‘오늘 국제여성의 날이 어쩌고...’ 하길래 그제야 오늘이 국제 여성의 날이란 게 생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