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김동전> 제작진에게 쓰는 편지 (1)

랄까 그냥 감상문입니다 헤헤헤

by 세니seny

(2023년 9월 시점에서 쓴 글입니다.)



나는 드라마는 잘 안 보는 대신 예능이나 코미디를 본다. 드라마는 호흡이 길고 진지한데 내가 진지하고 무거운 인간이라 그런지 드라마를 보면서 진지함을 한 스푼 더 얹고 싶지 않다.


나는 오히려 나의 이 무거움을 덜어낼 시간이 필요하기에 시간이 나면 예능이나 코미디를 본다. 그렇다고 아무거나 보는 건 아니다. 까탈스러운 나답게, 마음에 들어야 본다. 마음은 줘도 안 줘도 그만인 건데 이상하게 이런 데서 마저도 마음을 줘야 직성이 풀리는 나.




나는 국민예능이었던 <무한도전>의 팬이었다. 대학생 시절부터,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못해 힘들었던 시기에도, 그렇다고 해서 취업하고 나서 안 힘들다는 건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취업하고서도 힘들 때도, 다시 자발적으로 백수가 되었을 때도, 다시 취직을 하고 이직을 했을 때도 무한도전과 함께였다. 그런 프로그램이 급작스럽게 종영했다.


<무한도전>이 종영한 지도 한참이나 지났는데 그 자리를 대체할 만한 프로그램은 발견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올해 초(2023년) 우연히 발견해서 정 붙인 프로그램이 바로 <홍김동전>이다.


요즘은 공중파보다 유튜브에 재밌는 영상이 너---무 너---무 많다. 심지어 길이도 짧아서 치고 빠지기는 그만이다. 유튜브는 유튜브 프리미엄이 아니면 영상 중간에 나오는 광고를 봐야 하지만 그것만 감당한다면 공짜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러닝타임이 길지 않으니 이동하거나 잠깐 짬날 때 보기 좋다.


예전 같으면 방송하는 시간에 꼭 텔레비전 앞을 지켜 서서 다른 가족들과 채널 선택권이 다를 수 있으니 내가 보고 싶은 걸 보기 위해서 리모컨을 사수해야 했다. 또 약속이 있는 날은 생방송을 못 보고 화질이 낮은 다시 보기를 찾아보거나 재방송 시간을 기다려서 봐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홍김동전>은 공중파 텔레비전에서 목요일 저녁 8시 30분이라는 다소 애매한 시간에 편성되어 방송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유튜브처럼 길이가 짧지도 않고 공영방송에서 제작한 프로그램인 만큼 제약도 많다. 이러저러한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프로그램에 애정을 가지게 되었다. 대체 왜?


사실 불편한 점을 빼더라도 예능 프로그램이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목표인 ‘재미' 즉 ‘나를 웃도록 해줬다’는 점을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불편한 지점이 거의 없이 ‘따뜻한 웃음을 준다’는 본질이 좋았기 때문에 그 외의 불편함은 감수할만하거나 크게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이 프로그램이 <무한도전>과 다른 점이라 한다면 멤버구성이 혼성이라는 점이다. 예능에서 멤버구성이 혼성인 경우는 <런닝맨>을 제외하고는 흔하진 않다. 그리고 국민예능이라 불렸던 <무한도전>과 달리 시청률이 1%대로 처참하다는 것 정도. 일명 애국가 시청률이라 부르는 숫자 아닌가.


방송에 연줄 1도 없는 일반인인 내가 봐도 몇 년 사이에 방송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이제는 <무한도전>이 전성기였던 시절처럼 더 이상 텔레비전 앞에서 본방사수를 외치지 않는다. 요즘엔 본방사수라는 단어 자체가 거의 사멸된 표현이다. 아무튼 나는 올해(2023년) 2월에 몇 개의 유튜브 클립을 보고 홍김동전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서서히 스며들었으며 어느새 이 프로그램이 나의 일주일을 버티며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었다.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출연자들에게도 너무너무 여러모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하지만 나는 직장인이다 보니 이상하게 직장인 마인드가 발휘되어 이 프로그램을 고생고생하며 제작하고 있을 제작진들이 눈에 밟혔다.


방송 제작자에게 ‘프로그램의 시청률=업무 성과’라고 한다면 대단히 성과가 안 나는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인 셈이다. 열심히 하고 있고 마니아들의 평은 좋은데 도대체 시청률이 왜 안 나오는 것일까?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성과가 눈에 나지 않는다면 아무래도 사람인지라 실망하고 기운이 빠지게 될 터다.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제작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