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마음속 작은 씨앗 하나가 열매를 맺기까지

외교관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그와 비슷한 결의 일

by 세니seny

어제 극장 애니메이션 <유미의 세포들>을 보고 와서였나? 아니면 오늘 갑자기 떠오른 생각일까? 참고로 <유미의 세포들>은 대한국수 재무팀에서 일하고 있는 직장인 주인공 유미가 자신의 꿈을 찾아나가는 이야기이라 요즘 나의 상황과도 관련이 많다.


아니지. 이런 생각의 원형이 되는 가느다란 생각들은 이전부터 계속 머릿속에 떠다니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갑자기 커다란 한 줄기로 합쳐지면서 생각이 정리된 것이다. 그게 뭐냐면…




중, 고등학생 때 가정환경조사서였나. 서류의 명칭은 틀릴 수 있지만 아무튼 학교에서 나눠준 양식이었는데 학생 본인이 원하는 직업과 부모님이 원하는 직업을 써오라는 종이가 있었다. 이게 나중에 그대로 생활기록부에 들어갔기 때문에 기억이 난다.


중학교 때의 나는 되고 싶은 직업란에 뭐라고 썼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고등학생 때에는 확실히 '외교관'이라고 적었던 것 같다. 부모님이 원하는 직업도 똑같이 썼는데 내가 원하는 직업을 부모님도 존중하고 동의해 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무언가 열심히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그때부터 외국어에 관심이 있었고 뭔가 외국어를 활용하는 직업을 갖고 싶었기 때문에 막연하게 외교관이 되면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거다.


외교관이 되겠다는 꿈은 대학교 2학년 때쯤 스스로 포기했다. 대학생이 되고 본격적인 진로탐색을 시작하다가 고등학교 때 적어두었던 그 꿈부터 한 번 생각해 본 거다.


외국어? 관심 있는 건 맞지. 하지만 내가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외국에서 살다와서 잘하던 뭐던 외국어를 잘하는 애들은 널리고 널렸다. 무엇보다도 외교관에게 필수적인 건 언어능력뿐만 아니라 외교력, 협상력, 설득력이 꽤 중요한 요소다. 한국인을 비롯해 전 세계 여러 분야, 각계각층의 사람들과 만나 환대도 잘해야 한다. 그런데 난 그런 게 젬병이다. 그래서 이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그걸 극복해서 돼야지,라는 건 선택지에도 없었다.


외대에서 학생들이 주최하는 모의 유엔대회를 참관했다. 그 자리는 내 꿈을 접은 공식적인 자리가 되었다. 그곳에 참관하며 대리 만족한 뒤, 그날을 계기로 이 꿈에는 안녕을 고했던 것이다.


내가 지금 제2의 직업으로 삼고자 하는, 외국어를 사용해 외국인 관광객을 맞이하고자 하는 이 일이 정부의 외교관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쓰는 '민간 외교관' 표현이 정말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정식 공무원은 아니지만 외국인 관광객들과 일선에서 직접 만나고 외국어로 소통을 한다. 어찌 보면 외교관이 하고 있는 일의 속성 일부를 갖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내 마음속에 이미
아주 작은 씨앗이 있었던 거구나.
단지 그게 너무너무 작아서
그저 발견을 못했던 거구나.


언어를 사용한 교류, 문화에 대한 이해, 우리 문화에 대한 소개, 한국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는 것 등. 이와 같은 호기심이 담긴 아주 작은 씨앗 하나를 마음속에서 끄집어 올려내서 흙에다 심는다. 싹이 나고 뿌리를 내리고 가지가 솟아나고 또 이파리가 나고 거기서 열매를 맺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까?


이 씨앗을 찾는 것도 힘들었지만 일단 찾았으니까, 잘 가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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